이사람2/전기현
3칸 바둑퍼즐의 무궁무진한 매력
누군가에게 바둑을 가르쳐 본 적 있는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입문자에게 바둑 두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361칸 망망대해 같은 반상의 묘리(妙理)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연히 인터넷에서 바둑책을 살펴보던 중 「미니바둑퍼즐」이란 책을 발견했다. 올 2월 25일 발간된 이 책은 바둑을 모르는 초심자를 위해 3~5줄 바둑을 퍼즐처럼 만들어 문제를 구성했다.
책을 보자 떠오른 생각은 ‘신박하다’였다. 19줄 바둑을 3칸으로 줄여 퍼즐처럼 만든다는 생각. 초등학교에서 수년간 바둑부를 운영하며 높은 진입장벽을 고심해온 전기현 선생이 아니면 떠올리기 힘든 발상이었다.
세종시에 위치한 미르초등학교를 찾아가 교사로 재직 중인 전기현 선생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교실이 아기자기하네요. 바둑판도 보이고요.
“하하,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바둑 강의도 이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 교편을 잡고 계시면서도 바둑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시다 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바둑광’이라 불렸습니다.(웃음) 고등학교 때 독학으로 배워 바둑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빠진 후 대학에서도 열정을 이어갔죠. 시험기간에도 바둑대회에 출전할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교사가 되고자 진주교육대에 입학했는데, 진주교대 최초로 바둑동아리를 창설해 ‘츠츠이 선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 ‘츠츠이 선배’라면 고스트바둑왕에 등장했던 안경 낀 선배 맞죠?
“맞습니다. 제가 안경도 쓰다보니 이미지가 비슷했나 봐요.(웃음) 당시 몇 달에 걸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행사나 아이디어 기획을 하며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부터 바둑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랑하게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 「미니바둑퍼즐」이란 책을 내셨는데요. 바둑을 퍼즐로 접근한 방식이 참신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바둑의 진입장벽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초보자들이 19줄 바둑을 배우기엔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보다 단순하면서 바둑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바둑판을 줄여 퍼즐처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거죠. 퍼즐 속에 정교한 바둑 규칙을 도입하여 쉽고 도전의식을 갖도록.”
- 이를테면 미니바둑판에 사활문제를 만드는 느낌이군요?
“그렇죠. 바둑판 전체가 사활이 되는 거죠. 문제를 만드는데 3줄이 최소 단위고 4줄, 5줄까지 돌을 잡고 살리는 재미를 주다가 7줄부터 영토 개념을 가르쳐줍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바둑을 배워 19줄 바둑을 두게 되면 훨씬 이해도 빠르고 즐겁게 바둑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은근 중독성도 있고요. 기자님도 아까부터 계속 문제를 풀고 계신 거 같은데요?”
- 정말 생각 없이 보다보니 한 권을 다 풀게(?) 생겼네요. 다른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제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데, 입문자도 마치 멘사 문제를 풀 듯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골똘히 고민을 하다가 문제를 풀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바둑을 처음 배우면 어려워하고 멘붕(?)에 빠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죠. 특히 3줄바둑 퍼즐은 경우의 수가 적으면서도 문제를 푸는 묘미가 있어 입문자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 단수, 장문, 환격, 먹여치기 등 그냥 배우면 어려운 바둑 규칙들도 그 안에 녹아 있어 문제를 풀며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거죠.”
- 근무하시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만 바둑을 가르치시는 게 아닌가 보네요?
“미르초등학교뿐 아니라 외부 중학교에도 바둑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바둑 교육 연구를 위해 바둑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2017~2018년 바둑보급사업 강사 활동, 제45회 전국소년체전 바둑종목 세종 초등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세종시바둑협회 이사로서 세종지역 바둑보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이 정도면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바둑 선생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선생님의 바둑 교육이 지향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바둑을 배우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가장 뿌듯하고 기쁩니다. 한 사례로 ADHD 증상을 보이던 학생이 1년 가까이 저와 바둑을 배우면서 점차 차분해지고 호전되는 걸 지켜본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바둑 교육은 선수를 키워내는 엘리트 교육이 아닌 사고력, 집중력 함양과 다른 교과 과목들을 원활히 학습할 수 있는 토대로서 작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니바둑퍼즐」이 바둑 보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작가로서 바둑 입문자들이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니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인터뷰/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