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최정 낚았지만… 사이버오로 PS진출 여부 '관심'

2019 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식이 4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지난 시즌 우승팀 SG골프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MVP 최정 九단이 드래프트로 풀린 만큼 최대어 최정을 어떤 팀이 낚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추첨 결과 행운의 1번을 뽑은 신생팀 사이버오로의 신임 감독 문도원 三단은 망설임 없이 최정 九단을 지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하나의 신생팀, 신임 감독인 EDGC의 조연우 初단은 2번을 확보하며 두 번째 지명권을 획득했다. 조연우 감독은 출산 후 승부 세계로 돌아온 김혜민 八단을 지명하며 여자바둑리그의 첫 발을 뗐다.

최강 최정 뽑았음에도…
선수선발식이 모두 끝나자 1~3주전과 후보선수까지 4명을 모두 보호지명한 서귀포 칠십리와 3명을 보유하고 한 명은 지난해와 같은 용병(후지사와 리나 四단)을 영입해 역시 팀원의 변화가 없었던 부안 곰소소금의 전력이 단연 돋보였다. 반면 확실한 1승 카드 최정 九단을 뽑을 때까지만 해도 즐거웠던 서울 사이버오로는 정작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 한 명, 한 명을 선택하는 게 힘들어졌다.

지난 시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서귀포 칠십리와 부안 곰소소금이 같은 선수를 그대로 보유했음에도 강팀으로 분류된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두 팀 모두 작년과 재작년 선수선발식에서 신예 기사를 선발해 화제가 됐던 팀이었다. 적응기를 거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그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된 것이기 때문에 팀으로서도 한국여자바둑계로서도 아주 바람직한 결과. 

반면 확실한 1승 카드 최정 九단을 얻은 사이버오로는 이후 2주전, 3주전 지명이 하위 순번으로 밀리며 다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번 시즌엔 여류국수 출신의 박지연 五단, 여류기성전 우승 경력이 있는 김윤영 四단,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슬아 五단 등 여자리그의 태동부터 함께 했던 주축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선수층이 전반적으로 엷어졌다는 분석이다.

본지에서는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에 출전하는 8개 팀을 ‘2강 4중 2약’으로 분석했다. 어떤 팀이 강팀으로 거론되고 어떤 팀의 전력이 다소 약하게 평가됐는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본다.

▲ 드래프트 1번을 뽑는 행운의 주인공이었던 서울 사이버오로 문도원 감독(왼쪽)의 표정은 2주전, 3주전 선발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 드래프트 최대어 최정 九단이 작년 팀 동료였던 송혜령 二단과 함께 선수선발식을 지켜보는 모습.

2강: 서귀포 칠십리, 부안 곰소소금

서귀포 칠십리: 가장 안정적인 전력, 유력한 우승후보

2018 시즌 전적: 오정아 10승5패, 조승아 7승9패, 김경은 2승6패, 김수진 4승5패

제주도가 고향인 오정아 四단을 지역연고 선수로 보호하고, 작년 바둑대상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최강 루키 조승아 二단을 비롯해 김경은 初단, 김수진 五단을 모두 보호한 서귀포 칠십리의 전력은 흠 잡을 데가 없다는 분석이다.
1주전 오정아 四단이 늘 제몫을 해주고 있고, 입단하자마자 2주전으로 발탁됐던 조승아 二단은 최근 김현찬 五단을 꺾고 바둑TV배 본선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여서 어느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전력을 갖췄다. 후보 김수진 五단도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만큼 김경은 初단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팀과 달리 용병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복 없는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

▲ 서귀포 칠십리 이지현 감독.

부안 곰소소금: 일본 여자 최강 후지사와 리나, 한국 무대 적응할까?

2018 시즌 전적: 오유진 13승3패, 허서현 4승10패, 이유진 3승7패, 후지사와 리나 2승3패


하위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부안 곰소소금이 드디어 반등할 기회를 잡았다. 주장 오유진 六단은 부동의 한국여자랭킹 2위. 지난 시즌엔 17승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한 최정 九단에 이어 13승3패로 다승2위에 랭크됐다. 오유진 六단은 천적 최정 九단과 만나지 않는다면 필승 카드로 손색이 없다.

빠르게 성장하며 벌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허서현 初단과 여자리그 경험이 풍부한 이유진 二단의 전력이 다소 부진했던 작년보다 훨씬 탄탄해 보이는 만큼, 용병으로 영입한 일본 여자 최강자 후지사와 리나 四단의 등판 횟수에 따라 선두권 형성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시즌 딱 5번 등판해 40%의 승률밖에 거두지 못한 후지사와 리나 四단의 한국 무대 적응 여부는 변수가 될 전망.

▲ 부안 곰소소금 김효정 감독(왼쪽).

4중: 서울 부광약품, 포항 포스코케미칼, 서울 EDGC, 서울 사이버오로

서울 부광약품: 용병 루이나이웨이 출전 횟수가 관건

2018 시즌 전적: 김채영 13승3패, 이도현 데뷔, 김신영 5승6패, 루이나이웨이 8승3패

초대 오청원배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타이틀 홀더로 우뚝 선 김채영 五단과 ‘철의 여제’ 루이나이웨이 九단을 용병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한 서울 부광약품의 전력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탄탄하다.

특히 한국 무대에서 뛰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루이나이웨이 九단은 작년 무려 11번(외국용병 중 최다 출전)이나 출전해 8승3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팀의 기대에 크게 부응했다. 2주전으로 깜짝 발탁된 이도현 初단과 동료 프로기사 허영호 九단과 화촉을 밝힌 ‘5월의 신부’ 김신영 三단의 활약 여부에 따라 상위권을 점령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 서울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가운데).

포항 케미칼: 강지수 활약 여부 관심, 왕천싱의 등판 횟수는?

2018 시즌 전적: 조혜연 11승6패, 강지수 7승11패, 김제나 데뷔, 왕천싱 6승3패

포항은 1주전 조혜연 九단만을 보호선수로 보유한 채 드래프트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원했던 만큼 수확을 거뒀는지 의구심이 든다. 2주전을 두 번째로 호명할 기회를 얻은 포스코케미칼의 이영신 감독이 강지수 初단을 호명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어 3주전 김제나 初단 또한 선수선발식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선택. 한국 무대 적응을 끝마친 중국 용병 왕천싱 五단이 있는 만큼 강력한 투톱 체제를 갖췄지만 검증되지 않은 2, 3주전 선수들의 활약 여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확신하기 어렵다. 작년 9번 등판해 6승3패를 기록한 왕천싱 五단이 올해는 두 자리 출전 횟수를 소화한다면 선두권 진입까지 노려볼 만하다.

▲ 포스코케미칼 이영신 감독(오른쪽).

서울 EDGC: 탄탄한 전력, 에이스 부재와 팀워크의 콜라보

2018 시즌 전적: 김혜민 9승7패, 이민진 6승12패, 권주리 3승11패, 가오싱 6승1패

신생팀 서울 EDGC는 김혜민·이민진 八단을 선택하며 신구의 조화 대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했다. 1984년생 이민진 八단은 2019 여자바둑리그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맏언니이며(전체 참가 기사 중에는 1963년생 루이나이웨이 九단이 최고령) 1986년생 김혜민 八단 또한 조혜연 九단(1985년생)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숱한 승부를 겪은 베테랑 투톱인 만큼 경험과 관록에선 따라올 팀이 없지만 두 기사 모두 출산 후 승부세계로 복귀해 육아와 바둑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 팀 컬러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대신 팀워크가 탄탄하다는 점. 이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중국의 촉망받는 여자 신예기사 가오싱 四단을 영입한 건 훌륭한 선택이었다. 가오싱 四단은 작년 여자바둑리그에 데뷔해 6승1패, 승률 85%를 기록하며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 여기에 3주전 권주리 初단이 최근 남자기사를 꺾고 바둑TV배 본선에 오르며 호조를 보이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 EDGC 조연우 감독(가운데).

서울 사이버오로: 하늘을 찌르는 최정 의존도, 오더의 묘 발휘해야

2018 시즌 전적: 최정 17승2패, 강다정 5승7패, 차주혜 데뷔, 장혜령 2승10패

신생팀 서울 사이버오로는 선수선발식에서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드래프트에서 문도원 감독이 행운의 1번을 뽑아 최정 九단을 얻을 때까지만 해도 천하를 다 가진 줄 알았지만 가면 갈수록 가뭄에 시달렸다는 건 앞서 밝힌 그대로.

강다정 二단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6경기 중 11번만 등판해 5승6패(포스트시즌 1패)를 기록했다. 3주전 혹은 후보선수의 성적이라면 훌륭하지만 이번 시즌엔 최정 九단과 함께 ‘쌍포’를 담당해야 할 위치. 강다정 선수의 성적이 팀 성적이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책임이 막중해졌다.

이번 시즌 데뷔하는 차주혜 初단과 작년 2승10패를 기록한 장혜령 初단이 절치부심 맹활약 하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쉽지 않다는 분석이 대세다.

뜻밖에도 변수는 문도원 감독의 오더가 될 전망. ‘오더의 묘’를 발휘해 매판 최정 九단을 상대팀 주장 혹은 용병과 맞붙이고 강다정 二단이 상대팀 하위 지명을 상대하게 한다면 의외로 쉽게 승수를 쌓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3명 단체전에서 확실한 1승 카드 최정 九단을 보유한 후광이 크다는 것. 바꿔 말하면 너무 높은 최정 의존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약: 여수 거북선, 인제 하늘내린 

여수 거북선: 정규시즌 챔프, 이젠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회의적

2018 시즌 전적: 김다영 12승6패, 이영주 7승8패, 김상인 데뷔, 김은선 4승10패

지난 시즌 막강 화력을 뽐내며 2위를 무려 세 게임차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여수 거북선은 올해 보호선수 지명 연한 만료로 드래프트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주전 김다영 三단을 다시 데려오는 건 성공했으나 2, 3주전 선수 면면이 확 달라졌다.

2주전으로 승격된 이영주 三단의 성적이 팀 성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가운데 입단한 지 4개월, 프로 전적 11전 3승8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3주전 김상인 初단이 키를 쥐게 됐다. 이현욱 감독은 선수선발식 직후 인터뷰에서 “김상인 初단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과연 새내기의 활약이 전통 강호의 재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여수 거북선 이현욱 감독.

인제 하늘내린: 최약체, 탈꼴찌 여부 관심

2018 시즌 전적: 김미리 8승8패, 송혜령 8승8패, 정연우 데뷔, 이단비 데뷔

마지막으로 인제 하늘내린은 구심점 없는 팀 구성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미리 四단과 송혜령 二단은 늘 소속팀의 허리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선수들로 평균 정도의 성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없는 게 약점.

여기에 정연우·이단비 初단을 연속 발탁한 건 파격을 넘어 경악할 만한 선수선발이었다는 게 현장에서 선수선발식을 지켜본 사람들의 한결 같은 평가였다.

김미리·송혜령 선수가 작년 나란히 8승8패로 딱 50% 승률만 기록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기본 승률인 56%(작년 마지노선 9승7패, 56.25%)에도 미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깜짝 발탁된 정연우·이단비 선수가 맹활약 하지 못한다면 꼴찌를 걱정해야 할 처지.

▲ 인제 하늘내린 정연우(왼쪽) 선수와 이단비 선수가 손을 맞잡으며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

대진추첨 결과 최약체로 평가 받는 인제 하늘내린과 이번 시즌 우승까지 노려볼 만한 전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서귀포 칠십리가 오는 5월 6일 개막전에서 격돌하게 된 점도 흥미롭다. 과연 서귀포 칠십리가 지난 시즌 설움을 딛고 우승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을지, 인제 하늘내린이 우려를 불식시키고 반란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