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신진서
신진서, 첫 출전 만에 맥심커피배 우승
19세 1개월 10일. 일(日) 수로는 6981일.
2000년 3월 17일생 ‘밀레니엄 둥이’ 신진서 九단이 입신(入神: 九단의 별칭)들의 제전인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첫 출전 만에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20대 챔프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박정환 九단이 2012년 제13기 대회 때 세운 19세 1개월 23일(6994일)로 신 九단이 이번에 13일 앞당겼다.
이번 맥심커피배 우승으로 신진서 九단은 개인통산 타이틀 수를 9회로 늘렸다. 2012년 ‘영재 1호’로 입단한 신 九단은 2013~15년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 3연패와 2015년 제3기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 2015년 제2기 렛츠런파크배(종합기전), 2017년 글로비스배, 2018년 제23기 GS칼텍스배(종합기전)·JTBC 챌린지매치 등에서 우승했었다.
금년 첫 우승의 포문을 연 탓인지 5월 7일 제2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서 만난 신진서 九단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특히 이날 시상식에선 후원사를 배려한 입담도 선보였다.
“맥심커피배는 프로가 되기 전부터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였는데 이번에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말한 신 九단은 우승 원동력을 묻는 사회자의 약간은 의도(?)된 질문에 “작년부터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는데 결승2국을 지고 나서 패인을 분석해 봤더니 그날 커피를 마시지 않았더라. 3국에서 다시 T.O.P를 마셨더니 이기게 된 것 같다.”고 받아쳐 좌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 처음 출전하는 맥심커피배에서 최연소 우승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최연소 우승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맥심커피배는 종합기전은 아니지만 매년 강자들이 다 나오는 사실상 본격 기전이어서 우승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 이번 결승전 기간 동안 강행군을 계속했다. 특히 결승2국 양양 대국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에서 갑조리그와 글로비스배에 출전해 피로감이 컸을 텐데.
“전날 일본에서 글로비스배를 두고 와 컨디션 유지는 쉽지 않았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바둑을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승2국에선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이동훈 선수가 워낙 잘 뒀다.”
- 결승 상대였던 이동훈 九단에게 10승1패(결승전을 마감한 성적)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강한 이유가 있는가?
“특별히 강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처음 몇 판 대결에서 이동훈 선수가 패한 게 부담으로 작용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번 결승전도 그렇지만 바둑 내용적으로는 박빙의 승부가 많았다.”
- 이르긴 하지만 이번에 첫 우승을 했으니 내년엔 잘 지켜내야 할 텐데.
“이번에도 그랬지만 우승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다. 2연패를 욕심내는 것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다. 내년에도 한판한판 집중해 두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래’를 뗀 ‘저승사자’가 되고 싶다
5월 13일 현재 신진서 九단은 23승7패로 승률 76.66%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2승25패로 승률 76.64%였으니 평년작 수준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요즘 신진서를 대하는 동료기사들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어느 틈에 웬만하면 피했으면 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기피대상 1호’가 됐다.
특히 95후(後) 이후 출생자들 사이에선 ‘또래 저승사자’로 악명이 자자하다. 성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반기를 한 달여 남겨 놓은 현재까지 신진서에게 승점을 기록한 또래 기사는 이번 맥심커피배 결승2국에서 승점을 챙긴 이동훈 九단이 유일하다. 지난해까지로 확대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일한 1패가 지난해 5월(23일) JTBC 챌린지매치 3회차 대회 준결승에서 입단 동기인 신민준에게 패한 것이 전부다. 이 정도니 또래들로부터 ‘저승사자’로 불릴밖에.
- 또래 기사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이번 맥심커피배 결승2국에서 이동훈 九단에게 1패를 당하기 전까지 거의 1년 가까이 (95후 기사들에게) 단 한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실력으로 압도해 ‘저승사자’로 불리는 것 같지는 않다. 비슷한 실력에서도 연승 연패를 하듯 승운(勝運)이 많이 따라줘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 지금은 ‘또래 저승사자’지만 앞으로 ‘또래’를 뗀 진정한 ‘저승사자’가 되고픈 생각은 없는지.
“지금은 선배들한테 자꾸 져서 ‘저승사자’하곤 거리가 있지만 가능하다면 ‘또래 저승사자’보단 그냥 ‘저승사자’가 더 좋아 보이긴 한다.”
- 신 九단의 바둑 스타일도 별명에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신 九단의 바둑을 보면 강수라는 강수는 죄다 두는 것 같고 유리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늦추는 법이 없다.
“예전엔 조금 거칠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수가 보이면 어쩔 수 없이 두긴 하지만….”
금년엔 세계챔프 가즈아~
지난해 신전서 九단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제23기 GS칼텍스배를 우승하며 국내기전에서 메이저 승수를 추가했고 기록부문 3관왕(승률·다승·연승)을 휩쓸며 연말 열린 2018 바둑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MVP를 수상했다. 세계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천부배와 금년 초 바이링배 결승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 이제 세계대회 우승만 남겨놓은 것 같다. 금년 초 바이링배 결승1국에서 커제 九단에게 당했던 패배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만큼 아팠을 텐데.
“그 바둑은 이겼으면 명국이었는데 결과가 나빠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결승2국을 너무 쉽게 내준 게 더 아쉽고 아프다. 전날 바둑(결승1국)을 훌훌 털어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 천야오예와 커제 九단 등 중국의 초일류기사들과 결승 대결을 하면서 느낀 점도 있었을 텐데.
“초일류기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실력도 실력이지만 집중력과 끈기다. 두 차례 결승 대국을 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 지난해 세계대회 결승까지 밟아봤으니 이제 우승만 남은 셈인데, 금년 각오는?
“저번 천부배(대 천야오예, 1-2)와 바이링배(대 커제, 0-2)를 경험하면서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기회는 또 올 거로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후회 없는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매년 진화를 거듭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신진서 九단이기에 금년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금년에도 5월말 LG배 세계기왕전을 시작으로 삼성화재배 등 굵직굵직한 세계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이번엔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을 넘어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으면 싶다.
<인터뷰/구기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