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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2/김길소 한국전래오락연구소장 

등록일 2019.06.282,080


이사람2/평생 모은 소장품을 기증 전시한 김길소 한국전래오락연구소장

춘천 토이로봇관에 가면 바둑유물을 만날 수 있다!

 


“이 바둑판이 우리 고유의 순장바둑판입니다. 화점은 꽃술무늬로 치장했고 바둑판 옆면에는 흑백 돌을 담을 수 있는 함 두 개가 있습니다. 순장바둑판에는 과학도 숨어 있습니다. 바둑판 내부에는 돌의 울림을 주기 위한 오묘한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정말 멋스럽고 감탄스럽지 않습니까.”

4월 26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 토이로봇관에서 바둑을 주제로 한 ‘인간의 한수-포스트 알파고(Post AlphaGo)’ 바둑기획전이 개막했다. 개막식에서 만난 김길소 한국전래오락연수소장(75세)은 바둑의 유래부터 순장바둑판의 공공연한 비밀(?)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이번 기획전은 김 소장이 평생 모은 애장품을 지난 2월 26일 강원정보문화진흥원(원장 김흥성)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기증하면서 열리게 됐다고 하니 그 의미와 감회도 남달랐을 듯싶다.

▲ 애기가가 제작해 사용했던 거북바둑판.


- 개막식 후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바둑의 역사와 유물을 설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유물뿐만 아니라 근·현대 바둑사도 훤하게 꿰뚫고 계시던데요. 순장바둑판의 비밀도 알고 계시고요.
“아하 그 정도는 아니고… 이번 기획전에 대비해 벼락치기 공부 좀 했습니다.(웃음) 순장바둑판을 구입하면서 울림통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구입 당시 너무 신기해 집으로 가져와 이리 두들겨 보고 저리 두들겨 보며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둑판에 이런 오묘한 장치를 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 여기 전시된 유물들을 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 기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올해 일흔 다섯입니다. 지인들이 하나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엔 자식들에게 물려줄까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40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다뤘던 물건들이니 서로 달라고 싸움이 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들딸의 반응이 싸늘하더군요. 괜히 아이들에게 물려줬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지난 2월 놀이박물관을 만들자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기증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전시도 하게 됐고요.”

- 40년 동안 전국을 돌며 모은 소장품들인데 기증 결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기 마련이죠.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 같아 아쉽지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데 아까울 게 뭐 있겠어요. 죽으면 가져갈 물건도 아니고.”

▲ 바둑기획전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유물을 설명하고 있는 김길소 소장.



- 소장품 중에는 고가로 구입한 것들도 상당수 있을 텐데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유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샐러리맨(전 강원일보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거금을 주고 구입한 물품은 몇 안 됩니다. 순장바둑판과 3층에 전시된 바둑판 두 점이 구입 당시 고가를 주고 산 바둑판입니다. 하나는 괴목(느티나무)으로 만든 오래된(100년 이상으로 추정) 판인데 화점이 열세 개(순장바둑판은 열일곱 개)로 특이한 바둑판입니다. 뒷면엔 장기판이 새겨져 있어 바둑과 장기를 겸용으로 사용했던 판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는 조개알과 조약돌을 사용해 뒀던 바둑판인데, 일반 바둑판보다 사이즈는 조금 작지만 서민적이고 앙증맞은 판입니다. 선은 먹줄로 그은 게 아니라 홈을 파서 바둑판을 제작했습니다.”

- 현재 한국전래오락연구소 소장으로 계신데, 한국전래오락연구소라는 게 생소합니다.
“전통놀이 문화 보존을 위해 98년에 제가 설립한 연구소입니다. 한국의 대표 놀이인 바둑, 장기, 윷놀이, 연 등 5000여 점의 유물을 현재 보유하고 있습니다.”

- 이번 바둑기획전의 의미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방에서 바둑 관련 전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바둑에 많은 변화가 있지만 (5000년 동안 이어온)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바둑의 역사와 가치를 느꼈으면 합니다.”

<인터뷰/구기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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