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따뜻한 아침의 여자바둑리그 개막전 현장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 봄의 절정인 5월에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8개 팀이 참가해서 정규리그는 더블리그로 상위 4팀을 가리고, 그 상위 4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서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2018 시즌보다 한 팀이 줄었지만 통합리그를 최대한 줄이고 (승부의 박진감을 위해 최종 1라운드만 통합라운드로 동시 진행) 대국 시간도 목~일 저녁 시간에서 월~목 아침 10시로 바꾼 것이 2019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작년에는 KB 한국바둑리그와 대국 시간이 겹치는 문제 때문에 너무 서둘러서 대회를 진행했는데, 대국 시간을 변경한 덕분에 한층 여유 넘치면서 품위 있는 대회로 재탄생했다.
▲ 생방송 직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제작진의 부조정실 전경
2018 시즌은 2월의 추운 겨울에 시작했는데, 이번 2019 시즌은 봄볕이 따뜻한 5월의 봄날에 개막전이 열렸다. 5월 6일 아침 9시 30분. 왕십리에 위치한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는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팀 관계자들이 개막전의 승리를 위해 전의를 불사르며 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 김형환 심판도 대국 개시 직전 모니터를 점검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욱 긴장된 모습으로 분주하게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국을 진행하는 직원들과 방송 제작진들이다. 바둑TV에서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첫날, 당연히 긴장된 마음 속에 바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 그린 스크린 앞에서 진행하는 배윤진 캐스터(왼쪽)와 백홍석 해설위원
▲ 크로마키 합성을 통해 방송에는 이렇게 나간다
그 바쁜 관계자들을 붙잡고 올해의 우승 후보 팀을 2팀씩 뽑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바쁘기에 다른 변수 없이 솔직하고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팀을 추천해 달라는 의미였다.
작년에도 해설을 했던 3년차 해설위원 홍성지 9단은 서울 부광약품팀과 서귀포 칠십리팀을 꼽았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해설위원으로 합류한 백송석 9단은 사이버오로팀과 서귀포 칠십리팀을 추천했다.
두 해설위원이 공통으로 꼽은 팀은 바로 서귀포 칠십리팀. 그 동안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못 올라갔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게 해설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올해는 작년 1지명 선수들 중 몇몇이 불참해서 상위권 선수들이 부족한 가운데, 2018 시즌 선수들을 전부 보호지명해서 선수의 누수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게다가 어린 2주전 조승아, 3주전 김경은 선수의 기량이 작년보다 좋아졌고 주장 오정아, 후보 김수진 선수도 실력이 안정적이어서 선수진에 흠잡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해설위원들이 가장 팀 전력 분석을 열심히 하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단체전은 꼭 해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른 예측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 장혜연 캐스터(좌측 두번째)는 이 날 비번이었지만, 첫날인만큼 나와서 제작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진행을 맡은 캐스터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프로기사이기도 한 배윤진 캐스터는 서귀포 칠십리팀과 인제 하늘내린팀을, 장혜연 캐스터는 서울 부광약품팀과 포항 포스코케미칼팀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배윤진 캐스터는 공교롭게도 개막전에 출전한 두 팀을 추천했는데, 이날 응원하러 온 팀 관계자들을 살짝 배려한 듯하기도 했다. 반면 장혜연 캐스터는 모두 중국의 강한 용병이 있는 팀을 추천했다. 그 동안 4시즌을 지내면서 외국인 용병 없는 팀이 우승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음을 감안한 ‘Pick’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이번 시즌 동안 고생할 바둑TV의 담당 PD에게 의견을 물었다. 작년에도 연출을 맡았던 최보원 PD는 장혜연 캐스터와 똑같이 서울 부광약품팀과 포항 포스코케미칼팀을, 올해 처음 연출을 맡은 문수영 PD는 서귀포 칠십리팀과 포항 포스코케미칼팀을 추천했다.
▲ 부조정실에서는 이렇게 많은 자료를 준비해뒀다가 방송에 나갈 화면을 결정한다.
▲ 최보원 PD가 화면을 보며 Q사인을 주며 진두 지휘하고 있다
▲ 문수영 PD는 작년과 달라진 점으로 형세판단을 해주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돌바람'이 업그레이드 되어 좀더 정확해졌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3국이 진행되는 만큼 초중반은 속기판 중에서 메인 판을 중심으로 중계하다가, 다른 2판의 승부처를 보여주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2019 시즌의 연출 중점 상황을 설명해줬다.
결과적으로 서귀포 칠십리팀이 4표, 서울 부광약품팀과 포항 포스코케미칼팀이 각 3표, 그리고 인제 하늘내린팀과 사이버오로팀이 1표씩을 받았다.
그럼, 나머지 팀들은 모두 약팀일까? 사실 의견을 주면서도 올해가 가장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외국인 용병이 있는 팀이 유리한 것은 맞지만, 올해는 중국 여자갑조리그와 대국일정이 많이 겹쳐서 예상보다 많이 출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실한 1승 카드인 최정을 보유한 사이버오로의 경우 국제대회가 많아서 상반기리그에만 최정 9단이 4번이나 출전할 수 없다는 점도 사이버오로를 우승 후보로 많이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들었다.
리그전이 시작할 때의 사전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 누군가의 말이 맞으면 그의 신통한 예지력에 감탄하면서 그의 예측이 실린 글이 성지 순례처럼 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앞으로 반년동안 계속될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매주 월~목 아침 10시 바둑TV를 통해서 만나보자.

▲ 우승 후보에 꼽히지는 않았지만 부안 곰소소금도 은근히 강팀으로 보인다는 의견, 그리고 서울 EDGC팀은 최고의 팀웍으로 사고 칠 수 있는 팀으로, 작년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여수 거북선은 만년 강팀으로 어느 팀 하나 약팀이 없다고 한다.
▲ 김형환 심판의 대국 개시 선언과 함께 2019 시즌이 시작됐다.
▲ 대국이 시작되자 대국 대기실에서도 기보 작성과 인터뷰 준비 등으로 제작진은 바쁘게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