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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메뉴로 무장한 원조 식당의 반격

등록일 2017.06.04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3경기
화성시코리요, 박정환 승리로 겨우 영패 모면


티브로드는 올해 팀 간판과 감독만 빼고 싹 바꿨다. KB리그 3연패를 이뤘던 주전 5명의 보호 연한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원치는 않았지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쪽의 눈물은 다른 쪽엔 기쁨이 되는 법. 올해 드래프트 시장에서 티브로드의 아픔을 고스란히 기쁨으로 받아들인 팀은 만년 하위팀 화성시코리요였다.

추첨운이 좋아 1순위로 박정환을 뽑는 행운이 따랐다. 박정환의 합류만으로도 전기 8위에서 우승 후보급으로 부상했다. 강유택과 김승재를 선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박정환 강유택 김승재는 2014~2016 시즌의 티브로드의 3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핵심 멤버. 이러다 보니 "어느 팀이 진짜 티브로드인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왔다.

▲ 어느 팀이 이기던 3-2가 예상되는 승부에서 류수항(왼쪽)이 강유택의 대마를 잡고 역전승한 것이 대승의 기폭제가 됐다.


비유하자면 화성시코리요는 티브로드라는 미슐랭 별 다섯개급 식당에서 특급 주방장과 일류 요리사를 빼온 다음 그 옆에 떡하니 '신장 개업' 간판을 내건 셈. 당국의 강제적인 조치로 인해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원조 식당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야속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얄궂은 관계의 두 팀이 시즌 초반 일찌감치 만났다. 상식대로라면 원조 식당의 핵심 멤버를 모셔온 신장개업 식당이 양과 질에서 우위에 서야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새 메뉴로 무장한 원조 식당이 작심한 듯 반격했고, 개장 첫날의 대성공에 취해 있던 카피 식당은 예상에 없던 된서리를 맞았다.

▲ 신예끼리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서 신민준(오른쪽)이 최재영을 283수 만에 불계로 꺾고 티브로드의 승리를 굳혔다. 중앙의 공방에서 대바꿔치기로 우세를 잡은 다음 안정적인 마무리로 항서를 받아냈다.


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3경기에서 티브로드가 화성시코리요를 4-1로 완파했다. 티브로드는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5지명 류수항이 상대 2지명 강유택을 꺾는 수훈을 신호탄으로 신민준이 최채영을, 장고대국(1국)에서 주장 강동윤이 송지훈의 항복을 받아내며 일찌감치 3-0으로 승부를 끝냈다.

▲장고대국(1국). 흑번의 강동윤이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의 대가를 구축하며 낙승했다. 송지훈은 복기에서 서둘러 삭감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


저녁 8시 반, 후반 속기전에 임하는 박정환과 김승재는 자신의 팀이 이미 패한 걸 알고 스튜디오에 들어갔다(0-2의 상황에서 장고대국이 진행 중이었지만 송지훈의 판은 가망이 없었다). 그 여파일까. 김승재 역시 얼마 못가 류민형에게 대마가 잡히면서 스코어는 급기야 0-4. 결국 박정환이 팀의 영봉패를 막아주는 구세주 역할을 하면서 힘든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를 4-1로 대파한 팀이라곤 믿기지 않는 추락. 승부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팀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고 들어간 박정환이지만 김정현을 상대로 한 반면 운영에는 빈틈이 없었다(184수 백 불계승).


▲초보 감독으로 첫 경기 대승, 두 번째 경기 대패라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박지훈 화성시코리요 감독. "질 때는 차라리 화근하게 지는 편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티브로드는 첫 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을 3-2로 누른 데 이어 화성시코리요에게까지 압승을 거두면서 시즌 초반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올 시즌 백지상태에서 진영을 꾸린 탓에 우승 후보 명단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정관장 황진단과 더불어 초반 선두에 나서면서 '4연패'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송태곤 해설자 역시 "티브로드는 잘하면 끝없이 잘 할 수 있고, 잘못하면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는 팀이다. 초반 분위기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한데 기대 이상으로 좋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 자신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을 생각해서 인지 이상훈 감독은 큰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분을 묻자 "아무래도 좀 그렇죠..."하며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4일엔 이동훈의 BGF리테일CU와 안성준의 SK엔크린이 2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지현-홍성지,이창석(퓨)-안성준,허영호-이영구,이동훈-박민규,진시영-이태현(이상 앞이 BGF리테일CU). BGF리테일CU 5지명 최정은 세계여자바둑 단체전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됐으며, 대신 퓨처스 선수 이창석이 기회를 얻었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박정환을 패전 마무리로 써야 하다니...' 심각한 표정의 화성시코리요 검토실. 박지훈 감독(사진 오른쪽)은 '붙어 보니 올해 각 팀의 전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다"라고 말했다.


▲주장 강동윤과 4지명 류민형이 2승으로 톡톡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티브로드. 초반 선전의 배경에는 새로운 구성원들의 단합을 티나지 않게 리드하는 이상훈 감독(사진 왼쪽)의 용병술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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