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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하늘내린, 연승의 기세로 서울 부광약품 꺾고 중위권 굳혀

등록일 2019.06.10

황금연휴를 마친 6월 10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5라운드 1경기, 유병용 감독의 <인제 하늘내린>과 권효진 감독의 <서울 부광약품>의 1~3대국이 열렸다.

유월의 둘째 주 첫 경기도 관심은 뜨겁다.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서울 부광약품>이 이번에는 4연패의 승리가뭄을 벗어날 수 있느냐, 연패 후 연승으로 팀 분위기를 일신하며 중위권 진입을 노리고 <인제 하늘내린>이 연승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 두 팀의 염원도 팬들의 관심만큼 뜨거웠다.

김형환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막이 오른 경기는 장고대국 <서울 부광약품> 1주전 김채영의 선착으로 시작됐다. 상대는 <인제 하늘내린>의 1주전 김미리. 지난 4라운드 4경기에서 목마른 첫 승을 기록하며 팀의 연승을 이끈 김미리의 기세가 전력평가에서 우위에 있는 김채영까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냐는 게 관건인데 바둑TV 해설진(백홍석-배윤진)이 주목한 하이라이트는 속기3국 <서울 부광약품>의 2주전 이도현과 <인제 하늘내린>의 3주전 이단비의 대국.

재미있는 것은 속기2국 송혜령(흑, 인제 하늘내린)과 김신영(백, 서울 부광약품)의 승부가 속기3국이 거의 같은 흐름으로,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공방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속기2, 3국에서 각각 흑을 쥔 송혜령(우변)과 이도현(하변)이 웅장한 세력을 구축하면서 김신영과 이단비를 몰아붙여 승세를 굳히는가 싶었는데 중반 이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잔뜩 웅크려 수세를 취하던 이단비(백, 인제 하늘내린)와 김신영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공격당하던 돌들을 안정시키면서 역습에 나섰는데 그 대응에서 다년간 여자바둑리그의 치열한 전쟁을 치른 관록의 2주전 송혜령과, 잠재력을 갖췄으나 아직은 미숙한 어린 2주전 이도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인제 하늘내린>의 송혜령은 여유 있게 공격하던 김신영의 백돌이 모조리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우변에 구축했던 세력까지 크게 무너져 백홍석 해설위원이 역전의 위기를 언급할 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종반 끝내기에서 이삭을 줍듯 작은 집들을 붙여나가 기어이 반집의 승리를 지켜냈고 이 승리는 팀의 3승, 중위권 도약으로 이어졌다. 반면, <서울 부광약품>의 이도현은 중반까지 압도적인 우세를 장악했으나 상대를 압박하는 힘의 조절에 실패, 종반 중앙싸움에서 끈끈한 승부근성을 가진 이단비의 역습에 휘말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이도현은 상대팀의 1주전과 맞붙어 패배하면서도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겨루는 잠재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권효진 감독도 기대를 버리지 않았는데 팀이 5연패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도현의 ‘홀로서기’를 기다릴 수 있을지 감독의 고뇌가 깊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이도현 자신의 아픔과 고민이 더 크겠지만.

연패 뒤에 3연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인제 하늘내린>은 리그 초반 낙관의 역전패로 속을 끓이던 2주전 송혜령이 확실하게 제 모습을 찾았고 신예 이단비와 정연우가 각 1승씩을 거두었으나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승리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1주전 김미리가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우승전선의 새로운 복병으로 꼽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승부와 무관해진 장고대국은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서울 부광약품>의 에이스 김채영의 승리로 끝났으나 종반까지 엎치락뒤치락 승패를 알 수 없는 난전으로 이어져 한때 김미리가 전국을 주도하는 등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결국, 우하일대 세력을 큰 집으로 굳힌 김채영이 마지막까지 우하귀 패로 버틴 김미리의 저항을 누르고 개인 3승을 기록, 다승부문 선두 추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이런 모습 자주 보여드릴 수 있어요. 아자! 연패 뒤 3연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인제 하늘내린>의 파이팅!


▲ 서울 부광약품 검토좌석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카메라가 보고 있잖아. 이 분위기 뭔가 어색해.


▲ 가, 가라고. 우리집에 왜 왔어? 어라, 이게 무슨 말이지? 아아, 적팀의 코치였구나.


▲ 김형환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선수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다.


▲ 1주전의 격돌. <인제 하늘내린>의 김미리와 선공하는 <서울 부광약품>의 김채영.


▲ 내가 이겨야 팀이 이긴다. 1승이 간절하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인제 하늘내린>의 이단비와 <서울 부광약품의 이도현(흑).


▲ 홍익동 한국기원 1층 전경. 왼쪽으로 들어가면 바둑티비 1스튜디오. 지하로 내려가면 바둑티비 2스튜디오(특별대국실, 해설실, 검토실)이 있다.


▲ 한국기원 1층의 바둑용품 매장. 누구나 이곳에서 한국기원에서 발행하는 월간바둑 및 다양한 바둑도서와 바둑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 사이버오로 해설창에 비친 속기3국, 이도현(흑)이 압도적인 흐름으로 전국을 이끌고 있다. 이대로 끝나면 흑의 압승인데..


▲ 데칼코마니? 사이버오로 해설창에 비친 속기2국, 송혜령(흑)이 압도적인 흐름으로 전국을 이끌고 있다. 이대로 끝나면 흑의 압승인데..


▲ 공격당하던 기신영의 돌이 모두 살아가고 우변 흑 세력도 초토화. 인공지능은 김신영의 승리를 예고했는데 과연?


▲ 속 타는 5연패. <서울 부광약품>은 2주전 이도현의 홀로서기가 절실하다. 우세한 중반 이후 승리를 지키는 반면운영에 대한 집중공부가 필요할 듯..


▲ 비록, 1승이지만 상대팀 2주전을 꺾고 소속팀의 3연승을 토스하는 알토란 같은 승리. <인제 하늘내린> 이단비가 오늘의 수훈갑이다.


▲ 다년간 여자바둑리그에서 치른 전쟁의 경험이 자산이다. 위기에 처한 종반, 최공고의 집중력으로 반집의 승리를 지켜내 팀의 3승을 합작한 송혜령.


▲ 아이고, 단비야 고마워! 1주전대결에서 패했지만 팀은 이겼다. 1주전의 역할은 승리만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주는 강인한 이미지는 동료들에게 승리 그 이상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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