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를 끊지 못한 한 칸의 차이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 참가 중인 기사는 총 35명. 8라운드가 끝난 현재 그 중에서 네 명만이 아직 승점이 없다. 한국 선수 두 명과 외국 용병 두 명인데, 용병 선수 두 명(판양 3단, 후지사와 리나 3단)은 9라운드 3경기 2국에서 같이 대국하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연패를 탈출할 수 있다. 반면 한국선수 두 명은 9라운드 오더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결국 전반기를 승리 없이 마쳤다.
아직 어린 두 기사를 위로하는 뜻에서 연패 탈출의 마지막 기회였던 8라운드 기보를 소개한다.
<8라운드 하이라이트1>
8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
○ 권주리 초단 (서울 부광약품 2주전)
● 김경은 초단 (서귀포 칠십리 3주전)

권주리 초단은 그 동안 몇 번이나 이길 찬스가 있었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서 아직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이 바둑은 정말 승리를 목전에 두고 패했다. 그 아쉬운 순간을 살펴 보겠다.

장면도 (백 대마만 살면 승리)
현재 형세는 백의 압도적인 우세. 굳이 계가를 하자면 백이 반면으로도 10집 이상 이겨 있다. 흑이 백 대마를 잡으러가기 위해 하변에서 큰 출혈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백 대마는 살 수 있는 수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다 놓쳤다. 그런데 사실 이 백 대마는 백1로 끊는 수에 의해 아직도 살아 있었다. 이 수를 본 서귀포 칠십리 검토실은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정리했다. 흑2는 돌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백의 응수를 물은 수. 그런데 여기에서 믿을 수 없는 실수가 나온다.

1도 (백 대마 완생)
백1로 젖히고 3에 잇는 것이 정수이다. 흑4는 어쩔 수 없는데 이때 백5로 한칸 뛰어 붙이면 살아 있는 것이다. 만약 흑6으로 받으면 백도 7에 이어서 그만이다. 백11 다음 백A, 흑B, 백C의 수순으로 넘는 수와 백D로 한집 만드는 수가 맞보기로 살아 있다. (중앙에 한 집 확보되어 있음)

2도 (패는 만들 수 있지만...)
흑3으로 먼저 끼우는 수가 그나마 최선이지만 백8까지 백 대마의 사활은 패가 된다. 그런데 백은 살자는 자체 팻감이 많은 반면, 흑은 이렇다 할 팻감이 없다. 따라서 패가 났다는 얘기는 그냥 살았다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지금의 형세는 흑이 끝내기로 약간의 이득을 보는 정도로는 도저히 계가를 맞출 수 없다.

3도 (실전진행)
실전은 백1로 그냥 밀은 수. 그러자 흑이 급소인 2의 곳을 막아서 이 백 대마는 그냥 잡히고 말았다. 딱 한 칸의 차이. 그런데 그 한 칸이 대마의 명운을 다르게 했고, 승부도 뒤바뀌게 만들었다. 당황한 권주리 초단이 백3으로 들여다 본 수도 헛수. 흑4로 기분 좋게 따내자 더욱 뒷맛이 없다. 우변 흑 대마는 10까지 완생이었고, 여기에서 돌을 거두었다.
<219수 끝, 흑 불계승>
<8라운드 하이라이트2>
8라운드 4경기 속기판 2국
○ 허서현 초단 (부안 곰소소금 2주전)
● 김신영 초단 (충남 SG골프 3주전)

허서현 초단은 서귀포 칠십리의 김경은 초단에 이어 여자기사 중 두 번째로 어린 선수. 나이는 그렇지만 입단은 2017년 12월에 했으므로 여자 바둑리그 선수 중에서 가장 프로기사 경력이 짧은 기사이기도 하다. 그런 어린 선수에게 2주전을 맡긴 것이 부담이 컸는지, 아직 승점이 없다.

장면도 (흑의 응수타진)
흑이 적극적으로 넓은 포진을 펼치자 백이 실리로 맞대응한 포석이다. 흑1은 백의 응수를 묻는 수. 일종의 응수타진이다.

1도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
백1로 중앙으로 한 칸 뛰는 수가 무난했다. 3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여기까지의 진행에 대해 충남 SG골프의 이용찬 감독은 우변 흑 진영이 너무 쉽게 지워져서 백이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2도 (실전진행)
허서현 초단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한 칸 왼쪽, 즉 날일자 행마인 백1을 선택했다. 그런데 흑2,4를 선수하고 6,8로 끊어버리자 막상 마땅한 백의 대응수가 없다. 이후 백은 이렇다 할 반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졌으므로, 어떻게 보면 이 한 칸 더 적극적으로 행마한 수가 패착일지도 모른다.

3도 (지금이라도)
끊긴 다음에는 워낙 불리했으므로 한태희 6단은 차라리 흑이 상변으로 한칸 뛰어들어왔을 때 손을 빼서 1,3으로 중앙을 밀어놓고 백5에 지키는 게 더 나았다고 설명했다. 흑6의 날일자가 따끔하기는 하지만 우변 흑 세력이 전부 지워졌음을 감안하면 아직 팽팽한 국면이다.
<153수 끝, 흑 불계승>
바둑에서 한 칸의 차이는 별 게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바둑에서는 그 한 칸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연패를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실력이 약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데에 있다. 개인적으로도 연패를 당하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단체전에서 연패를 당하면 개인적인 괴로움 외에도 팀에 대한 미안함이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해서 이후에는 제대로 바둑을 두기 힘들어진다.
두 기사가 비록 전반기에는 승리 없이 마쳤지만 후반기에는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연승 행진을 펼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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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 두 기사를 위로하는 뜻에서 연패 탈출의 마지막 기회였던 8라운드 기보를 소개한다.
<8라운드 하이라이트1>
8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
○ 권주리 초단 (서울 부광약품 2주전)
● 김경은 초단 (서귀포 칠십리 3주전)
▲ 서울 부광약품의 2주전 권주리 초단은 1997년생으로 2015년에 김다영 3단과 같이 입단했다.
권주리 초단은 그 동안 몇 번이나 이길 찬스가 있었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서 아직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이 바둑은 정말 승리를 목전에 두고 패했다. 그 아쉬운 순간을 살펴 보겠다.

▲ 장면도
장면도 (백 대마만 살면 승리)
현재 형세는 백의 압도적인 우세. 굳이 계가를 하자면 백이 반면으로도 10집 이상 이겨 있다. 흑이 백 대마를 잡으러가기 위해 하변에서 큰 출혈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백 대마는 살 수 있는 수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다 놓쳤다. 그런데 사실 이 백 대마는 백1로 끊는 수에 의해 아직도 살아 있었다. 이 수를 본 서귀포 칠십리 검토실은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정리했다. 흑2는 돌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백의 응수를 물은 수. 그런데 여기에서 믿을 수 없는 실수가 나온다.

▲ 1도
1도 (백 대마 완생)
백1로 젖히고 3에 잇는 것이 정수이다. 흑4는 어쩔 수 없는데 이때 백5로 한칸 뛰어 붙이면 살아 있는 것이다. 만약 흑6으로 받으면 백도 7에 이어서 그만이다. 백11 다음 백A, 흑B, 백C의 수순으로 넘는 수와 백D로 한집 만드는 수가 맞보기로 살아 있다. (중앙에 한 집 확보되어 있음)

▲ 2도
2도 (패는 만들 수 있지만...)
흑3으로 먼저 끼우는 수가 그나마 최선이지만 백8까지 백 대마의 사활은 패가 된다. 그런데 백은 살자는 자체 팻감이 많은 반면, 흑은 이렇다 할 팻감이 없다. 따라서 패가 났다는 얘기는 그냥 살았다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지금의 형세는 흑이 끝내기로 약간의 이득을 보는 정도로는 도저히 계가를 맞출 수 없다.

▲ 3도
3도 (실전진행)
실전은 백1로 그냥 밀은 수. 그러자 흑이 급소인 2의 곳을 막아서 이 백 대마는 그냥 잡히고 말았다. 딱 한 칸의 차이. 그런데 그 한 칸이 대마의 명운을 다르게 했고, 승부도 뒤바뀌게 만들었다. 당황한 권주리 초단이 백3으로 들여다 본 수도 헛수. 흑4로 기분 좋게 따내자 더욱 뒷맛이 없다. 우변 흑 대마는 10까지 완생이었고, 여기에서 돌을 거두었다.
<219수 끝, 흑 불계승>
<8라운드 하이라이트2>
8라운드 4경기 속기판 2국
○ 허서현 초단 (부안 곰소소금 2주전)
● 김신영 초단 (충남 SG골프 3주전)
▲ 허서현 초단은 2002년 5월생으로 아직 만 16세도 채 안된 소녀기사. 2017년 12월 29일에 입단했으므로 이제 겨우 입단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허서현 초단은 서귀포 칠십리의 김경은 초단에 이어 여자기사 중 두 번째로 어린 선수. 나이는 그렇지만 입단은 2017년 12월에 했으므로 여자 바둑리그 선수 중에서 가장 프로기사 경력이 짧은 기사이기도 하다. 그런 어린 선수에게 2주전을 맡긴 것이 부담이 컸는지, 아직 승점이 없다.

▲ 장면도
장면도 (흑의 응수타진)
흑이 적극적으로 넓은 포진을 펼치자 백이 실리로 맞대응한 포석이다. 흑1은 백의 응수를 묻는 수. 일종의 응수타진이다.

▲ 1도
1도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
백1로 중앙으로 한 칸 뛰는 수가 무난했다. 3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여기까지의 진행에 대해 충남 SG골프의 이용찬 감독은 우변 흑 진영이 너무 쉽게 지워져서 백이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 2도
2도 (실전진행)
허서현 초단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한 칸 왼쪽, 즉 날일자 행마인 백1을 선택했다. 그런데 흑2,4를 선수하고 6,8로 끊어버리자 막상 마땅한 백의 대응수가 없다. 이후 백은 이렇다 할 반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졌으므로, 어떻게 보면 이 한 칸 더 적극적으로 행마한 수가 패착일지도 모른다.

▲ 3도
3도 (지금이라도)
끊긴 다음에는 워낙 불리했으므로 한태희 6단은 차라리 흑이 상변으로 한칸 뛰어들어왔을 때 손을 빼서 1,3으로 중앙을 밀어놓고 백5에 지키는 게 더 나았다고 설명했다. 흑6의 날일자가 따끔하기는 하지만 우변 흑 세력이 전부 지워졌음을 감안하면 아직 팽팽한 국면이다.
<153수 끝, 흑 불계승>
바둑에서 한 칸의 차이는 별 게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바둑에서는 그 한 칸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연패를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실력이 약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데에 있다. 개인적으로도 연패를 당하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단체전에서 연패를 당하면 개인적인 괴로움 외에도 팀에 대한 미안함이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해서 이후에는 제대로 바둑을 두기 힘들어진다.
두 기사가 비록 전반기에는 승리 없이 마쳤지만 후반기에는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연승 행진을 펼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