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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가정보, 창단 5년 만에 통합 챔피언 등극! 

등록일 2020.04.24807


커버스토리1/2019-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한국물가정보, 창단 5년 만에 통합 챔피언 등극!
- 신민준, 신진서 연승행진 저지하며 우승 결정


15승 투수 한 명이 있는 팀과 10승 투수 두 명을 보유한 팀의 대결로 비견됐다. 바둑리그 역대 최강의 에이스 신진서(정규시즌 16전 전승)를 보유한 셀트리온이냐, 나란히 12승4패를 기록한 막강 화력의 투톱 신민준·강동윤 九단이 소속된 한국물가정보냐. 바둑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겨울잔치의 최종 승자는 한국물가정보였다.

3월 6~8일 3일 동안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진 2019-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이하 KB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셀트리온을 종합전적 2-1로 물리치고 창단 5년 만에 감격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한국물가정보는 1차전에서 3-2 신승을 거뒀으나 2차전을 1-3으로 내주며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한 한국물가정보는 최종 3차전에서 주장 신민준 九단이 2019-20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무패의 끝판왕 신진서 九단을 꺾는 등 3-0 영봉승을 거두며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 오직 한 팀. 2019-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를 제패한 최강자에게만 주어지는 우승트로피가 바둑TV스튜디오 입구에서부터 선수들을 맞이한다.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진 대국장 전경.


#오더의 묘, 그리고 신진서 효과

포스코케미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Kixx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신생팀 셀트리온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진서 九단이라는 막강한 1승 카드가 있긴 했지만, 포스코(변상일·최철한 九단)와 Kixx(김지석·윤준상·백홍석 九단)의 라인업 또한 탄탄했기 때문이다.

예측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대결 방식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됐다. 1~5국까지의 오더가 한 번에 발표되는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선 1~3국의 오더만 발표된다. 세 판의 대국이 모두 끝난 후, 만약 스코어가 3-0일 경우엔 4~5국은 자동으로 취소. 첫 세 판에서 최소한 1승이라도 거둬야 4국, 5국에 아껴뒀던 선수를 등판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 한국물가정보의 맏형 허영호 9단(오른쪽)은 승부의 분수령에서 홍일점 최정 9단에게 완승하며 제몫을 다했다.

 ‘저승사자’, ‘리그제왕’ 등 이미 수식어를 잔뜩 갖고 있던 신진서 九단이 도저히 지지 않을 것 같던 위세로 연승을 질주하며 ‘폭주기관차’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수집하자, 아무도 신진서 九단과 대국하는 걸 원치 않았다. 신진서를 상대하는 팀에선 첫 세 판의 오더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다 머리가 다 하얘질 지경이었다. 

플레이오프 당시 Kixx가 제출한 믿기지 않는 오더가 이를 방증한다. 4-5국이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진서를 피하기 위해 팀의 주장 김지석 九단, 2지명 윤준상 九단을 오더에서 제외한 Kixx는 매판 1-2로 끌려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3지명 백홍석 九단이 1국 장고대국에서 연일 승전보를 전하며 바통을 터치했지만, 막상 팀이 핀치에 몰린 상황에서 등판한 에이스들은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1차전에선 4국에 나선 Kixx의 2지명 윤준상 九단이 셀트리온의 2지명 조한승 九단에게 패했고, 2차전에선 주장 김지석 九단이 출격했음에도 퓨처스리거 이호승 四단에게 역전패하면서 5국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헌납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 한국물가정보는 달랐다. 주장 신민준 九단을 아낌없이 전진배치 했고, 신진서 맞춤형 희생 번트로 5지명 안정기를 두 번 연속 맞붙였다. 셀트리온 입장에선 신진서가 항상 선취점을 들고 왔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반면, 한국물가정보는 먼저 졌음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연거푸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박하민 七단(오른쪽)은 최종 3차전에서 최정 九단을 상대로 정규시즌 패배를 설욕했다. 1국을 이긴 팀이 승리하는 챔피언결정전 징크스는 이 대국에도 적용됐다.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양 팀 주장이 서로를 피해가면서, 승부는 1국 장고대국에서 갈렸다. 1차전에선 한국물가정보의 맏형 허영호 九단이 셀트리온의 홍일점 최정 九단을 상대로 특유의 교과서 같은 깔끔한 바둑으로 완승을 거뒀다. 중계석에서 ‘허영호 스타일의 명국’이라는 찬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2차전에선 셀트리온의 맏형인 조한승 九단이 1국에 출전해 박하민 四단을 상대로 ‘지중수(地中手)’를 터뜨리며 역전승, 곧장 반격했다. 2, 3국을 각 팀의 주장들이 나눠가진 상황에서 이 승리는 2-1 우위를 확보하는 귀중한 승점이 됐고, 결국 1국을 이긴 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흐름이 반복됐다. 

▲ 신진서의 연승을 저지하고 팀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은 한국물가정보의 주장 신민준.


#무서운 입단동기

고전하긴 했지만 예상대로 1차전을 따낸 한국물가정보는 느긋하게 2차전을 맞이했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1국을 내주면서 1-2로 끌려가자 다급해졌다. 4국에서 성사된 허영호vs최정 리턴매치. 하루 만에 몰라볼 정도로 매섭게 변한 최정 九단은 초반부터 단 한 수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1차전 때는 2시간 장고대국이었지만 2차전은 10분짜리 속기라는 점도 달랐다. 결과는 여제의 설욕 성공. 셀트리온이 반격하며 승부는 1-1.

대망의 3차전에선 오더 발표 직후부터 바둑계가 들썩였다. 1~2차전에서 연속으로 3국 속기대국에 출전했던 신진서 九단이 뜻밖에도 1국 2시간 장고대국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 한국물가정보는 신민준 九단을 배치해두고 있었다. 챔피언결정전뿐만 아니라 2019-20 시즌을 통틀어서 처음 성사된 ‘양신 대결’이었다. 

랭킹, 상대전적, 최근 기세 등 모든 면에서 신진서 九단이 앞서는 승부였지만, 하나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었다. 과거 절대자 이세돌이 ‘불패소년’이라는 타이틀로 연승을 질주할 때 항상 제동을 걸었던 장본인이 ‘입단동기’ 조한승이었다는 사실. 역사는 반복됐다. 질 것 같지 않았던 신진서는 입단동기 신민준에 의해 올해 첫 패점을 안았다.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에서 비로소 성사된 드라마틱한 주장 맞대결, 그 승부를 제압한 한국물가정보가 패권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결말이었다.  <이영재 기자>

▲  한국물가정보의 루키 안정기 五단(왼쪽)이 이번 시즌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한상훈 八단을 수렁으로 밀어넣으며 천금 같은 선취점을 올렸다. 승부의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이 바둑을 가져간 한국물가정보는 우승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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