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차민수, 바둑 살리기에 ‘올인’ 했다
이사람3/프로기사 기사회장 당선된 차민수
승부사 차민수, 바둑 살리기에 ‘올인’ 했다
바둑판 속에서 웃고 우는 승부사가 있는가 하면 반외 승부사도 있다. 오히려 ‘반상’이란 두 글자를 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승부사.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 五단이 프로기사회장에 당선되며 바둑계로 컴백했다.
차민수 五단은 2월 12일 2020 한국 프로기사협회 임원 선거에서 260표 중 145표(55.77)를 획득하며 34대 기사회장으로 선출됐다. 과반수를 넘긴 압도적인 표차였다. 김효정(81년생), 양건(75년생), 손근기(87년생)로 점차 낮아지던 기사회장 연령도 차민수(51년생) 회장의 당선으로 다시 크게 상향됐다.
“내 나이에 연임은 없다. 말 한 건 꼭 지키고 내려가겠다.”고 시작부터 야심찬 퇴임(?)을 선언한 차민수 회장. 기사회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책무가 무겁다. 잘 나갔을 때 맡았으면 걱정할 게 없는데, 현 바둑계는 최악의 상황이라 본다. 오죽 내 나이에 선거하겠다고 나섰겠나. 답답해서 나섰다. 어떻게든 프로기사를 윤택하게 해주고 싶다.”
- 기사회장에게 지급되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기사회장직이 생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연하면 할 말을 못한다. 월급쟁이가 회사에서 제 할 말 할 수 있나? 기사회장은 바둑계 봉사하는 직책이다. 기사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거나 지위가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프로 바둑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있나.
“프로기사가 시합하는데 대국료를 받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다. 심지어 아마추어 바둑리그인 내셔널리그도 대국료가 있다. 프로기사는 리그에 끼지 못하면 대회 결승에나 가야 돈을 받는다. 현재 기사회비를 미납한 액수가 상당하다. 이유가 궁금해 기사 수입랭킹을 봤더니 200만원 못 버는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 월이 아니라 연(年)이다. 비참한 현실이다. 어떤 기사는 대외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난 반대로 생각한다. 배가 고프면 울어야 안다. 가만 있으면 굶어죽는다.”
- 2009년 비씨카드배가 첫 상금제의 문을 열고 지금까지 쭉 이어지는 추세다. 다시 대국료제로 되돌리잔 이야기인가.
“지금은 프로기사 중 소외층이 너무 많다. 프로가 돼도 바둑리그로 곧장 편입되는 구조도 아닌데 선발전도 없다. 이들을 위한 대회도 필요하고 방식은 대국료제가 맞다고 본다. 과거 중국이 어려울 때 내가 우정배를 후원했다. 당시 중국 기전 우승상금이 5000위안쯤 됐는데 우정배는 본선만 올라도 대국료로 9000위안을 줬다. 그 넓은 중국 지방에서 150명이 넘는 기사들이 출전하더라. 지금 중국바둑이 얼마나 컸나. 기사들이 돈을 잘 벌어야 그만큼 시장도 커진다.”
- 프로기사 수가 올해로 370명을 넘어섰다. 예선부터 대국료가 생기면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텐데.
“맞다. 그래서 세분화해야 한다. 현재 시니어, 신예, 여성 등으로 분류된 기전 외에도 30~40대를 위한 대회도 필요하다. 세분화시키면 예산도 줄고 홍보하기도 좋다. 기부금을 받아서라도 꼭 할 거다. 세계대회보단 국내대회가 시급하다. 삼성, 현대, 한화 등 대기업을 움직여 크고 질 좋은 대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 공약 중 ‘바둑토토’ 시행도 있었는데.
“바둑계를 위해 필요하다. 첫해 수익만 10~20억 정도 예상된다. 언제까지 손만 벌릴 순 없지 않나. 토토 수익은 남길 수 없고 모두 집행해야 한다. 바둑 활성화와 보급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또 토토가 시행되면 홍보에도 이점이 많다.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많다. 길게 봐야 한다.”
- 2년이란 임기가 길지 않다. “이건 하고 가겠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려운 기사들을 대변해서 나왔다. 이를테면 기사들의 노조위원장이다. 모든 기사들의 말을 들어보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생각이다. 일단 KB리그, 퓨처스리그 예선전 도입을 추진하겠다. 1, 2지명을 제외하곤 예선을 통한 선발이 공정하다 본다. 독지가와 대기업을 설득해 국내기전을 유치하겠다. 대국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기원과 협의해 볼 생각이다. 토너먼트 기사 외 많은 기사들이 취직할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 나는 인맥이 많다. 할 만큼 하고 2년 후 딱 그만둘 계획이다. 자리에는 욕심 없다. 후배들이 이런 좋은 선배가 있었구나 기억해주면 그걸로 족하다.”
<인터뷰/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