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남치형
남치형 初단이 29년 10개월 프로기사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해 10월 5일 은퇴했다. 권갑용 바둑도장 출신으로 1990년 제2회 여자입단대회에서 이영신 五단과 함께 입단한 남치형 初단은 제1회 보해컵, 4회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등에서 활약하다 2003년부터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2회 여자입단대회는 1975년 1회 여자입단대회 후 무려 15년 후 재개됐다. 여자기사의 대모(大母)라 불리는 조영숙 三단의 바로 다음 기수가 남치형 初단이다.
30년 만에 프로 타이틀을 내려놓고 안식년 막바지를 즐기고 있는 남치형 교수를 만났다.(코로나19로 카페 이용이 불가능해 남 교수 자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근 10년 동안 자택 인터뷰는 처음이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해 바란다.
1987년이었던가. 내가 입단하기 전에도 월간『바둑』에서 집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바둑 꿈나무를 집에서 취재하는 코너였던 것 같다. 당시 정용진 기자(현 사이버오로 전무)가 입사한지 두 달 차 신입이었다. 공교롭게 은퇴 후 두 번째 자택 취재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
- 오랜 기사직을 내려놓은 소감이 궁금하다.
한 10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했고 구체적으론 5년 전부터 시기를 잡고 있었다. 은퇴 후 보도자료를 보니 올해가 내가 입단한지 딱 30년 되는 해더라. 더 이상 프로기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돼 아쉬움은 없다.
- 프로기사는 연령 제한이 없는데 굳이 은퇴하는 이유가 있나.
바둑학과 수업에서도 늘상 하는 말이지만 프로기사 종신제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다. 스포츠에서 현역에서 물러난 선수가 은퇴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바둑이 스포츠의 길을 걷는다면 ‘프로’란 호칭은 토너먼트를 생업으로 하는 선수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 단지 바둑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 프로라면 바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모두 ‘프로’ 아닌가. 시대 흐름에 맞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 민감한 주제인데 본문에 다뤄도 되는 내용인가.
그렇다. 이런 말을 떳떳하게 하려고 은퇴했다. 여러 사람들이 “은퇴를 왜 해?”라고 묻는데 지금 나에게 프로 면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와 비슷한 상황인 기사들이 꽤 많은데 그들이 은퇴하지 않는 이유는 프로에게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기사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 어떤 부분이 악순환인가.
프로는 순수하게 바둑으로만 승부해온 사람들이다. 행정, 감독, 방송 등은 승부와 전혀 다른 분야인데 프로 위주로 배분하다 보니 역량보단 인지도와 인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되고 한정된 인원에게 일자리가 몰린다. 다른 스포츠들은 은퇴 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후 다시 심사를 받는다. 프로기사라는 자격증만 보고 일자리를 주는 것은 그들에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 대안이 있을까.
제도를 바꿔야 한다. 20년 전부터 골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골프는 프로가 되더라도 별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투어프로가 된다. 프로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갱신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실제 활동하지 않는다면 보유할 이유가 없다. 당장 제도를 고치기 어렵다면 현재 진행 중인 기사회 리그를 통해 시범적으로 컷오프 시스템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싶다.
- 은퇴 후 계획은?
학교 일에 매진할 생각이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바둑학과 학생들은 취업이나 창업을 했을 때 확실히 전문성이 있다. 그런 학생들이 프로 신분이 아니라고 차별받고 한계가 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바둑의 사회와 문화’라는 책을 썼다. 바둑 문화나 진흥법, 미디어 방면으로 더 연구해 발전시킬 방안을 찾겠다.
<인터뷰/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