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월간바둑

핫피플 | KB바둑리그 한해원 감독 

등록일 2021.12.022,817

▲유후(You Who) 한해원 감독
▲유후(You Who) 한해원 감독

2019년 여자바둑리그에 참가해 바둑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EDGC’라는 회사가 있다. 그 EDG C가 올해는 규모를 키워 ‘유후(YouWho)’라는 팀명으로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 출전했다. 바둑리그에 첫 발을 들인 유후의 초대 감독은 누가 맡게 될지 많은 이들이 궁금했다.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감독을 확인한 바둑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해원 三단. 
그녀는 KB바둑리그는 물론 다른 리그에서도 감독직을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그야말로 초짜에, KB리그는 한 번도 여성 감독이 선임된 역사가 없다.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KB바둑리그 감독직에 첫 핑크빛 바람이 불어온 것. 신생팀의 시작을 함께하게 된 ‘감독 한해원’은 어떤 색깔로 팀을 이끌어 나갈까? 또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엄마 한해원’은 어떤 사람일까? 신생팀 유후의 초대감독, ‘팔방미인’한해원 三단을 직접 만나봤다.

-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요즘은 보통의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아이들 밥도 차려주고 학원도 보내고 엄마의 삶을 살고 있어요. 또 일주일에 한번은 바둑TV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끝난 지지옥션배를 진행했고, 이제 막 시작한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진행도 맡게 됐어요.

- KB바둑리그 사상 첫 여자감독으로 선임됐습니다. 감회가 새로운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첫 여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알게 됐어요. 너무 영광스럽고 잘 해내야지하는 부담감도 들긴 하지만 입계의완(入界宜緩·경계를 넘어갈 때는 천천히 행동하라)이라는 격언도 있잖아요? 감독이라는 세계에 첫 발을 들였으니 적응하는 느낌으로 팀을 이끌어 보려고 합니다.

- KB바둑리그는 물론, 여자리그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유후’와 인연을 맺고 감독 제안을 받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여자리그에서 많은 감독 제안이 있었지만 그땐 아이들이 어려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일을 조금 더 해볼까’ 생각하던 찰나에 ‘EDGC’ 신상철 대표님께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제의해주셨어요. 사실 식사 한번 하자고 하셔서 나간 자리에서 감독직을 제안해주셔서 놀라기도 했지만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 1차 선수선발식에서 안성준ㆍ안국현ㆍ이창호를 차례로 지명하셨는데 선발 결과에 만족하시는지요? 
3명의 선수 모두 실력도 막강하지만 인품이 훌륭하기로 유명해요. 제가 드래프트 세 번째 순번을 뽑는다면 이렇게 조합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했던 대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어요.
이창호 선수는 워낙에 노련하고 팀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또 편안한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언제든 한칼(?)을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계시고요. 안국현 선수는 얼마 전 결혼도 했고 제대 후 첫 바둑리그이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주장 안성준 선수는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하하. 

- 전체기사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1차 선발식과 달리 2차 선발식은 선발전을 통과한 기사들을 대상으로 지명해야해서 더욱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요?
1차 선발식은 사전에 미리 어느 정도 수읽기를 할 수 있었지만 2차 선발식은 어떤 선수가 선발전을 통과하게 될지 알 수 없어서 막막한 부분도 있었어요. 선수선발전이 끝나고 2차 선발식까지는 3일의 시간 밖에 없었지만 선발전을 유심히 보면서 미리 준비를 했습니다. 
2차 선발전을 앞두고 1차에 선발된 선수들에게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선수들 컨디션은 승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저보다는 같이 승부하며 호흡했던 선수들이 미묘한 차이는 더 잘 알 것 같아서요.
- 신생팀을 이끄는 신입감독으로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 가실지 궁금합니다.
승부로 보면 다른 팀들이 강해보이겠지만 저는 팀워크를 중요시해요. 팀워크가 좋으면 얼마든지 폭발적으로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베테랑이어서 제가 많이 물어보고 선수들을 보필하는 느낌으로, 여자 특유의 강점을 살려 좀 더 세심하게 선수들을 살필 예정입니다. 

- 이번 시즌 목표와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생팀인만큼 천천히 가되 편안한 마음으로, 부득탐승의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꼭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겠습니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실제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눠보니 프로바둑기사, 방송인에 이어 감독의 영역까지 접수한(?) ‘인간 한해원’이 궁금해졌다. 한해원 감독은 바둑TV에 함께 출연했던 개그맨 김학도 씨와 2008년 화촉을 밝히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결혼 후에는 공중파, 케이블 등 각종 예능·교양프로그램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된 한해원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원조 미녀기사로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에도 진출하셨어요. 방송에 데뷔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보다 예쁜 여자기사는 너무 많은데(웃음) 제가 입단할 당시만 해도 여자기사가 많이 없어서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처음 방송을 시작한 건 예전 스카이바둑(현 K바둑)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제의가 왔고 3개월 정도 방송하면서 ‘내가 방송을 재밌어하고 체질에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 바둑TV에서도 제의가 오면서 정식으로 방송 세계에 발을 들였죠.

▲바둑방송도 꾸준히 하고있는 한해원 감독. 사진은 진행을 맡은 제5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개막전.

- 요즘은 바둑방송 외에도 일반 방송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문방송인이 다 되셨는데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많지 않은 출연료에 의상까지 직접 준비해야했지만 힘든 것보다 방송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자신감도 붙었고요. 정통적인 바둑프로그램도 물론 재밌지만 이벤트 방송을 위주로 출연하게 됐고 행사 사회같은 자리에도 많이 불러주셔서 감사히 임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고 어떻게 보면 일반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도 바둑계에서 저를 키위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형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바둑계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 방송에 있어서 본인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바둑방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건 해설자와의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어찌됐던 저도 프로바둑기사인데 바둑 내용만 보면서 이야기하면 쉽겠지만 해설자가 하고 싶은 걸 다 맞춰드릴 수 있는 진행자가 좋은 진행자 아닐까 합니다. 색깔이 없는 게 저의 색깔인 것 같아요. 해설자에 맞춰 순발력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일반 방송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여러 경험을 통해 해설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 방송도 전문이지만 재테크도 전문가 못지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법이 있으신지요?
재테크를 잘 한다기 보다 좋아해요. 대학시절 주식 동아리에서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바둑에서 수읽기를 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행하고 나의 예측이 잘 맞았나 보는 과정이 바둑에서 참고도를 살펴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파고드는 그런 성향이 저에게 잘 맞아요. 너무 재밌어요.

- 재테크를 하시면서 어려운 때도 있지 않으셨을까요? 재테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물론 재테크라는 것이 돈의 흐름에 따라 어려운 시기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 과정일 뿐이죠. 성공한 사례도 있고요. 입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가 할머니들께서 쓰러지시면서 가계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시는 보험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으니 병원비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100세 시대이기도 하니 어느 정도 노후는 준비해 둬야지요(웃음). 또 자식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자라 안정적으로 결혼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있고요.   

▲2008년 개그맨 김학도 씨(가운데)와 결혼해 14년차에 접어든 한해원 감독.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 결혼한 지 벌써 14년이 되셨네요. 일하는 엄마로 가정을 함께 챙기시기에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남편과는 결혼 10년차가 넘어가니 서로 어떤 부분은 포기하고 고쳐나가면서 진정한 가족이 된 기분이예요. 마치 오누이 같이요. 하하. 
요즘은 아이들이 매일 등교하지 못해 세끼를 챙겨주는데 힘들더라고요. 원래 깔끔한 걸 원했지만 둘 다 잘할 수 없으니 기준을 낮추기로 했어요.

- TV에 나오는 엄마, 아빠를 아이들은 좋아하나요? 부모님을 닮아 끼가 대단할 것 같은데요.
친구들이 한 번씩 “너는 엄마 아빠가 TV에 나와서 좋겠다”라고 말한다고 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엄마 아빠를 알아봐 주는 게 좋은가봐요. 첫째 아들은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가족들이 방송에 나올 때 말을 거의 안 해요. 반면에 둘째 딸은 노래도, 춤도 굉장히 좋아하고 막내 아들은 트로트를 정말 잘 불러요. 아빠가 대회에 나가느라 레슨을 조금 받았는데 옆에서 보더니 지금은 아빠보다 실력이 훨씬 좋아요. 

- 바둑 기사, 방송인, 한 가정의 엄마에서 이젠 감독까지… 끊임없이 도전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새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십니까? 
10년에 한 가지씩은 프로에 가깝게 도전해보려는게 목표였던 적이 있어요. 이제는 하고 있는게 너무 많아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을 유지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고 나면 그때 다시 무엇이든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 마지막으로 바둑팬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 ‘대마불사라더니 한해원이 김학도에게 잡혀갔다’ 등의 댓글을 달아주셨던게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하하. 그렇게 팬 여러분들께서 사랑을 쏟아주신 덕분에 남편에게 사랑받고 좋은 가정 꾸리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방송활동에 육아를 하면서 잠시 바둑계를 떠났다 다시 복귀했을 때도 좋은 시선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저희 유후팀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인터뷰/장은애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