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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둑1 | 우승 DNA 장착한 권효진 

등록일 2023.08.02659

▲미래의 별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인 비상을 알린 권효진 6단.
▲미래의 별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인 비상을 알린 권효진 6단.

2016년 영재입단에 성공한 권효진 六단은 영재·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남자 국가대표 2군까지 올랐다. 2019년 첫 출전한 루키바둑리그에서는 4년 연속 다승왕을 기록했고, 졸업 후엔 바로 KB리그 바둑리거로 데뷔했다.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 성장한 노력형기사. 한국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권효진 六단이 결정적인 순간 주춤했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미래의 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더 높은 곳을 향한 비상(飛上)을 예고했다.

- 입단 후 첫 타이틀을 따낸 소감 먼저 들어볼까요?
작년 하찬석국수배 결승에서 무기력하게 져서 저한테 우승 DNA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이후로 좀 주눅 들기도 했고요. 이번에 우승해서 그런 것들이 풀리기도 했고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 결승 상대 김범서 四단과는 2승 2패 중이었는데, 하찬석국수배 결승 때 2패를 당했어요. 이번에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한 사람한테 결승에서 두 번 진다는 건 많이 아픈 일이기 때문에 이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과가 괜찮아 다행입니다.

- 비공식 기전이지만 노사초배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는데 느낌이 달랐나요?
사실 그때도 되게 기분이 좋았는데 아무래도 비공식기전이다보니…. ‘ 다음에 공식기전에서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입단 이후 쭉 국가대표 소속으로 훈련하고 있는데 국대 생활은 잘 맞나요?
2016년 입단 당시 국가대표 내 ‘영재팀’이라고 청소년 대표팀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그룹이 있었어요. 지금은 사라졌는데 영재팀,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현재는 국가대표 소속으로 있습니다. 2017년 1월 2일부터 영재팀에 들어가 지금까지 6년 정도 국대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중간에 한번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집에서 혼자 공부하려니까 나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국대에서 훈련하는 것 자체는 좋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갖는다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작년 삼성화재배 32강에서 스미레 三단에게 패하고 바둑 인생 중 가장 힘든시기를 보냈다고 했는데….
당시 패배로 느낀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어요. 정상급 기사로 가려면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패배를 당함으로써 저의 포텐, 가능성이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습니다. 신진서·박정환 九단과 같은 초일류 기사들은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정상급 기사를 목표로 한 제게는 대참사(?)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 그런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지면서 그런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겪어봐서요. 차분하게 가만히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있는 것 같아요. 무뎌질때까지 시간이 지나길 기다려요.

- 루키바둑리그에서는 ‘루키리그의 신진서’로 불리며 2019년 첫 출전부터 졸업까지 4년 연속 다승왕에 올랐어요. 권효진 六단에게 루키리그는 어떤 대회였을까요?
루키리그에서는 실력이 제일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나가면 자신감도 많이 얻고 그랬던 것 같아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올해는 KB바둑리그 정관장천녹 4지명으로 발탁돼 더 큰 무대를 밟게 됐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어렸을 때부터 바둑리그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바둑 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선발전을 뚫었을 때 4지명 정도로 뽑히지 않을까 했는데 선발 돼 뜻깊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몰려오는 것 같았고… 그랬어요.

- 정규리그 6승 6패(5월 25일 기준)를 기록 중인데 성적은 어떤 것 같나요.
처음 생각했을 때랑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 것 같아요. 중간까지 잘 이겨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는데 뭔가 자만심이 들었는지 이후에 많이 졌어요. 지금은 처음 생각했던 결과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단점은 유리할 때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 후반이 자신 없는 편이라 빨리 끝내려다 역전당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장점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그렇게 역전패를 많이 당하니까 오히려 뒤집을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신기하죠.

-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 처음 입단했을 때 3년 뒤쯤 신인상을 받을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었죠. 작년 다른 인터뷰에서 5년 안에 세계적인 기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현재 바둑 인생의 몇 퍼센트가 완성된 것 같나요.
이제 15% 정도? 아직 갈 길이 멀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지금 신진서 九단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있지만, 저 같은 신예기사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진서 九단을 목표로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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