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 합천과 함께 ‘I ♥ KB리그'
3월 27일 오후 2시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주차 오더가 공개됐다.
오픈된 20경기 중 가장 눈길을 끈 매치업은 신진서 九단과 박정환 九단의 대결. 때마침 그날은 13년 만의 KB리그 나들이 합천투어가 예정된 날이었다. 오랜만에 열린 지역투어에 두사람이 맞붙는다니, 빅매치에 기대감이 충만했다.
사실 이 오더가 발표 된 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합천투어에 맞춰 국내 톱2, 흥행 보증수표 신진서와 박정환을 붙인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 단체버스를 타고 합천에 내려가던 길. 마침 어떻게 이렇게 오더가 짜였냐며, 바둑 팬들이 좋아하겠다는 킥스(Kixx)의 김영환 감독과 수려한합천의 고근태 감독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됐다. 역시 각본 없는 드라마가 더 재밌는 법이지.
4월 1일 오전 10시 이선기 합천부군수의 대국개시 선언에 따라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 2022-2023 KB국민은행 합천투어 인터리그 5라운드 3경기가 시작됐다.
지역투어에 오면 괜히 홈팀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 때문인지 수려한합천 선수들의 손끝에 시선이 머물렀다.
박정환 九단이 주장 맞대결에서 신진서 九단에게 패했지만, 박종훈 六단과 김진휘 六단이 각각 킥스의 박진솔 九단과 김승재 九단에게 승리하며 수려한합천 팀이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남은 한판은 언뜻 체급차이가 나 보이는 수려한합천 맏형 박영훈 九단과 킥스 4지명 백현우 四단의 바둑.끝내기를 앞뒀을 때쯤 AI는 박영훈 九단의 88%승리를 점쳤다. 그렇게 합천투어는 수려한합천의 3-1 홈경기 승리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갑자기 박영훈 九단의 믿기지 않는 실수로 상황이 역전됐다(관련기보 120쪽). 38번째 생일날 박영훈 九단은 날벼락을 맞았다. 그렇게 맞이한 2-2 상황. 신진서 九단과 김진휘六단이 팀 승리를 책임지기 위해 에이스결정전에 나섰다.
경기결과 신진서 九단이 김진휘 六단에게 236수 만에 흑8집반 승을 거두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대체불가 에이스’ 신진서 九단의 2승으로 어웨이에서 승리를 거둔 킥스는 승점 2점을 추가하며 난가리그 4위(4월 1일 당시)로 올라섰다.
신진서 九단은 팀 승리를 결정지은 직후 “우선 2승을 해서 좋기는 좋은데 합천에서 합천팀에 2승을 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팀이 승리해 다행”이라며 “합천에서 킥스 팀도 기를 받아 서울에서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진 4월 2일에는 합천군 100리벚꽃길을 따라 ‘제22회 합천 벚꽃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날 부대행사로 함께 열린 박정환 九단과 신진서 九단의 사인회는 특히 인기였다.
합천공설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사인회 부스에는 박정환 九단과 신진서 九단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기념품으로 특별제작한 ‘I ♥ KB LEAGUE’ 수건은 KB리그 팬들의 큰 호응을 얻어 금방 동이 났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번 합천투어는 그 어느때보다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과 선수들이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늘 한국바둑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는 지자체와도 서로의 가치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바둑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