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2/시니어리그 다승왕 김수장 九단
이사람2/2019 시니어리그 다승왕 김수장 九단
전무후무한 싹쓸이 14연승
2019년 기해년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신생팀 김포원봉루헨스의 주장 김수장 九단. 초반부터 파죽지세의 연승행진을 이어나간 김수장 九단은 전후반 14라운드 경기에 모두 출전해 싹쓸이 승리를 거두며 14전 14승으로 정규시즌 화룡점정을 찍었다. 기존 연승 기록이 서봉수 九단의 8연승이었던 걸 감안하면 거의 두 배 가까운 승수의 신기록이자, 최초로 등장한 ‘전 경기 승리’ 대기록이었다.
김수장 九단이 13연승을 달성했던 날, 현장에서 소감을 들었다.
- 13연승을 달성하며 정규시즌 다승왕도 확정지었습니다.
연승도 연승인데 다승왕 상금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생각을 안했는데 8~9연승쯤 하고 나니까 다승왕 욕심도 나고(웃음). 연승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서능욱 사범 덕분도 있어요. 서 사범이 승수를 쌓으면서 바짝 추격해오는 바람에 사실 막판까지도 공동 다승왕인지 단독 수상인지 여부가 확실치 않았으니까요. 자꾸 쫓아와 준 서 사범에게도 고맙네요.
- 13라운드 경기가 사실상 정규시즌 결승전으로 평가된 KH에너지와의 일전이었습니다. 9연승을 달리고 있던 조치훈 九단과의 대결이 불발돼서 아쉬워한 팬들도 많았는데.
저도 뒀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둬서 제가 이겼으면 더 좋았을 거고요(웃음). 조치훈 九단과는 92년 동양증권배 8강전에서 한 번 둬서 진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 설욕할 기회가 있을지 사실 기대도 약간 했었는데… 안 만난 게 어떻게 보면 행운일 수도 있죠.
- 시니어리그에서 특히 강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6 시니어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선 서봉수 九단에게 2연승을 거두기도 하셨고요.
팀 게임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개인전이라면 이렇게까지 성적 내긴 힘들었을 거예요. 단체전이니까 팀원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두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시즌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포원봉루헨스는 성적도 좋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원봉 회장님 자랑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선수들에게 좋은 공기 마시라고 공기청정기를 하나씩 다 선물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어요.
- 2016년에 출범한 시니어리그가 이제 완전히 정착하게 됐습니다. 시니어 기사들에게 시니어리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굉장히 고맙고 큰 의의가 있죠. 요샌 젊은 기사들도 바둑리그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국 기회가 별로 없는 편이라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시니어 기사들도 정말 바둑 둘 기회가 많이 없거든요. 시니어리그가 생기고 이렇게 계속 유지가 되니까 이젠 시니어 기사들 사이에서도 몇몇 그룹이 생겼어요. 모여서 리그전을 벌이기도 하고 한국기원 기사실에 모여서 바둑을 두는 기사들도 있고요. 저도 선릉역에 있는 기원에 나가서 아마추어들과 섞여서 바둑을 두고 있어요. 접바둑도 있지만 프로기사들도 있거든요. 압구정 기원에도 프로와 아마가 함께 하는 리그가 있고요. 덕분에 시니어 기사들의 승부 감도 많이 살아났죠.
- 바둑룰 전문가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2019년 11월에 열린 조훈현vs녜웨이핑 특별대국 때 심판을 맡아서 전만법(응씨룰)으로 계가를 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었고요. 중국어에도 능통하셔서 복기할 때도 큰 도움을 주셨고요.
능통한 건 아니고 그냥 약간 할 줄 아는 정도고요. 초대 응씨배 때부터 전만법에 관심을 가졌었던 기억이 나네요. 덤을 짝수로 8점(전만법에선 ‘집’ 대신 ‘점’으로 표기한다)을 주도록 돼 있는데 그 당시 8점은 엄청 컸거든요. 덤은 짝수인데 승부는 매번 홀수로 나더라고요. 신기해서 자꾸 연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리를 발견했죠. 바둑룰에 관심을 갖다보니 박승철 사범, 안조영 사범과 함께 한국룰도 몇 년 전에 함께 개정한 부분들이 있어요. 쉽고 명료한 한국룰이 중국룰이나 전만법에 비해 보급측면에서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 본격적으로 바둑이 전파되면 한국룰이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고 봐요.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0년 경자년은 바둑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인터뷰/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