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올림픽’ 응씨배, 일곱 번째 무대 22일 개막
4년마다 개최되는 ‘바둑 올림픽’ 응씨배가 5월 22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시 하얏트호텔에서 개막한다.
본선 1회전부터 3회전(8강)까지 열리는 제7회 응씨(應氏)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 한국은 전기 챔피언 최철한 9단과 준우승자 이창호 9단 등 6명이 출전한다. 본선 1~3회전은 응씨교육기금회 회의실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최철한‧이창호 9단이 전기대회 시드를 받은 가운데 랭킹 1, 2위인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이 랭킹시드로 자동 출전권을 획득했고, 원성진 9단과 김지석 8단이 지난 3월 열린 선발전을 통과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 중 최철한‧이창호‧이세돌 9단은 대회 시드를 받아 25일 열리는 본선 2회전부터 출격하며 나머지 3명은 23일부터 열릴 본선 1회전부터 참가한다.
한국과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은 구리(古力) 9단과 박문요(朴文垚) 9단, 장웨이지에(江维杰) 9단이 시드를 받아 본선 2회전부터 출전하며, 자국랭킹 공동1위 씨에허(謝赫) 9단‧탄샤오(檀嘯) 7단을 비롯해 콩지에(孔杰)‧천야오예(陳耀華)‧치우쥔(邱峻) 9단, 류싱(劉星) 7단, 판팅위(范廷鈺) 3단 등 10명이 인해전술을 펼치며 대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준우승만 두 차례했던 일본은 조치훈 9단과 하네 나오키(羽根直樹)‧다카오 신지(高尾紳路)‧유키 사토시(結城聡) 9단이, 주최국 대만은 일본에서 활약하는 장쉬(張栩) 9단과 왕위엔쥔(王元均) 4단이 대표로 나서며, 미주 대표로는 양후이런(楊慧人) 초단, 유럽 대표로 타라누 카타린(Taranu Catalin) 5단이 출전해 한국과 중국의 독주 견제에 맞서게 된다. 이 중 조치훈 9단과 장쉬 9단은 시드를 받아 2회전부터 출전하는 행운을 잡았다.
1988년 시작한 응씨배는 한국과 인연이 많은 기전이다.
당시 바둑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은 조훈현 9단이 혈혈단신 참가해 정상에 올랐으며, 이후 세계바둑계를 호령하는 바둑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금까지 여섯 번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다섯 차례나 우승해 중국과 일본을 압도했다.
중국의 녜웨이핑(聶衛平) 9단을 3-2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조훈현 9단에 이어, 2회 대회에서는 서봉수 9단이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9단에게 3-2로 승리했다. 3회 대회에서는 유창혁 9단이 일본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에게 3-1, 4회 대회에서는 이창호 9단이 중국 창하오(常昊) 9단에게 3-1로 승리하며 우승상금 40만달러(USD)를 거머쥐었다. 당시 한국의 4인방으로 불렸던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 9단이 한 차례씩 돌아가며 우승해 응씨배는 한국기사들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2005년 5회 대회에서야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우승하며 대회 첫 우승을 가져갔지만, 2009년 6회 대회 때는 최철한 9단이 우승하며 5회 대회 준우승의 한을 푼 바 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현존하는 메이저 세계대회를 모두 한차례 이상씩 제패했던 이세돌 9단이 우승할 수 있을 지 여부다. 27개월 연속 국내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이세돌 9단은 명실공히 세계랭킹 1위로 꼽히고 있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한명이다. 이세돌 9단이 응씨배에서 우승하면 세계기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2004년 5회 대회부터 출전한 이세돌 9단은 응씨배에서 3승 3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전기대회에서는 4강까지 올랐지만 이창호 9단에게 0-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었다.
각자 제한시간 3시간 30분씩이 주어지는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다른 대회와 달리 초읽기가 없는 대신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35분당 2점의 벌점을 받는다. 총 3회까지 시간연장이 가능하며 3회를 초과하면 시간패 처리된다.
응씨배의 우승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 액수인 40만달러(한화 약 4억 7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만달러다.
2009년 대만에서 막을 내린 제6회 응씨배 결승5번기에서는 최철한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종합전적 3-1로 승리하며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응씨배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는 최철한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