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응씨배 결승 진출 확정
한국이 '바둑 올림픽' 응씨(應氏)배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5월 27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시에 위치한 응씨교육기금회 회의실에서 벌어진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본선8강전에서 한국의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이 각각 대만의 장쉬(張栩) 9단과 일본의 조치훈 9단을 꺾고 4강에 안착했다. 이창호‧박정환 9단은 3번기로 벌어지게 될 준결승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돼 한국은 이 대회 7연속 결승 진출의 대기록을 이어나갔다.
전기대회 준우승자 자격으로 시드를 받아 본선16강에 직행했던 이창호 9단은 중국의 콩지에(孔杰) 9단에게 흑 1점승한데 이어 8강전에서 장쉬 9단에게 226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대회 두 번째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이창호 9단은 초반 백22에서 30까지 흑 진영에서 알기 쉽게 모양을 갖추며 기분좋은 출발을 알린데 이어 흑69의 완착을 놓치지 않고 백72로 하변을 벌려 우세를 잡았다. 비세를 의식한 장쉬 9단이 흑85‧87로 버텼지만 백88로 흑 한점을 따내며 승기를 잡았고 좌상귀에서 백98~104로 꽃놀이패를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응씨배에 첫 출전한 박정환 9단도 본선24강과 16강에서 미국의 양후이런(楊慧人) 초단과 중국의 박문요(朴文垚) 9단을 물리친 데 이어 8강에서 조치훈 9단에게 184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4강에 합류했다.
▲조치훈 9단을 꺾고 응씨배 첫 출전을 4강으로 장식한 박정환 9단(왼쪽)
조치훈 9단과 공식대국에서 처음 대결한 박정환 9단은 조9단의 노련한 반상 운영에 중반 한때 승패불명의 국면까지 몰렸지만 하변에서 백168 이하 184까지 멋지게 수를 내면서 흑 대마를 잡아 조9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반대편 조에서는 중국의 씨에허(謝赫) 9단과 판팅위(范廷鈺) 3단이 각각 중국의 구리(古力) 9단과 탄샤오(檀嘯) 7단에게 승리하며 응씨배 첫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기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출전한 중국랭킹 2위 씨에허 9단은 루마니아의 타라누 카타린 5단과 중국의 장웨이지에(江维杰) 9단에게 연속 불계승한 데 이어 구리 9단마저 제압하며 4강행을 결정지었다. 씨에허 9단은 지난 대회 16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패해 중도탈락했었다.
16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판팅위 3단은 8강에서 탄샤오 7단까지 제치며 한․중 랭킹 1위를 제물삼아 대회 첫 출전만에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96년 8월생으로 만15세에 불과한 판3단은 1주일 전 발표된 중국랭킹에서 15위로 뛰어올랐으며, 지난 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만17세의 당이페이(党毅飛) 4단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90후(后)세대’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27개월 연속 국내랭킹 1위를 질주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랭킹 1위로 꼽히던 이세돌 9단은 복병 판팅위 3단에게 백 불계패하며 세계기전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했다.
그동안 응씨배에서 한국은 여섯 번 중 다섯 번 우승하며 한 차레 우승에 그친 중국을 압도했었다.
89년 조훈현 9단이 1회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4회 대회에서 서봉수‧유창혁‧이창호 9단이 연속 우승했고 6회 대회에서는 최철한 9단이 한국에 다섯 번째 우승트로피를 선사한 바 있다. 중국은 2005년 5회 대회에서 창하오(常昊) 9단이 한 차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각자 제한시간 3시간 30분씩이 주어지는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다른 대회와 달리 초읽기가 없는 대신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35분당 2점의 벌점을 받는다. 총 3회까지 시간연장이 가능하며 3회를 초과하면 시간패 처리된다. 준결승 3번기와 결승 5번기 일정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응씨배의 우승상금은 40만달러(한화 약 4억 7000만원)이며, 준우승상금은 10만달러다.
▲타이베이 응씨교육기금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응씨배 8강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