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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집으로 팀 구한 원성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등록일 2021.11.27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
셀트리온, 정관장천녹에 3-2 신승(辛勝)


비기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는 가공의 수치 '반집'. '반집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만 허다한승부에서 반집은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존재한다. 워낙에 극미한 수치라 인간이 좌지우지하기 힘들다는 뜻에서다.

그리하여 반상에 나타날 때마다 악마의 유희처럼 극단의 희비를 몰고 오는 반집. 이 반집으로 팀의 승패가 결정되는 사건(?)이 이번 시즌 들어 처음 발생했다. 웃은 팀은 디펜딩 챔피언 셀트리온. 운 팀은 '10년차 터줏대감' 정관장 천녹. 무대는 26일 저녁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에서 였다.

▲ 3-2 승부가 오히려 드문 이번 시즌에서 모처럼 최종국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웃긴 했지만 신승(辛勝). 말 그대로 매운 승리였다. 사전 예상대로 라면 신진서-원성진 투톱을 내세운 셀트리온이 무난히 승리해야 했지만 막상 승부의 뚜껑을 여니 그렇지가 않았다. 셀트리온이 이기면 바로 정관장천녹이 따라붙는 시소공방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1.3.5의 징검다리식 승리.

셀트리온의 주장 신진서 9단은 관심이 집중된 이동훈 9단과의 대결에서 변함 없는 천적의 위용을 과시했다. 100수 무렵에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이후 괜한 무리를 하는가 싶기도 했지만 결국에 가선 큰 탈 없이 항복을 받아냈다. 상대전적 12승1패.

▲ 딱 한 번 승부를 결할 찬스에서 지는 길로 뒷걸음질 친 이동훈 9단(오른쪽)과 "그랬다면 아주 어려울 뻔했다"고 토로한 신진서 9단.


이번 시즌 정식 팀원으로 합류한 막내 금지우 3단은 개막전에 이은 또 한 번의 승리로 백대현 감독을 기쁘게 했다. 5지명 대결에서 일찌감치 송규상 5단의 대마를 잡으며 승리를 당기는 리드점을 가져왔다. 연승의 비결을 묻는 중계석의 질문엔 "팀전이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긴장하게 된다"는 답변.

2-2 상황에서 끝까지 알 수 없었던 승부를 극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팀의 대들보 원성진 9단이었다. 지명이나 랭킹에서 크게 아래인 최재영 6단의 파이팅에 진땀을 흘리다 후반 들어선 역전을 허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굵은 신경줄로 종반의 험로를 버텨냈고 끝내 반집 재역전을 일궈내면서 팀에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안겼다.

▲ "마지막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반집을 지는 줄로만 알았다"는 원성진 9단(왼쪽)이고 "목표는 일단 반타작으로 하고 그 이상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금지우 3단이다.


전관장천녹은 팀의 2.3지명 김명훈 8단과 홍성지 9단이 승리했지만 골인 직전에 주저앉으며 개막 2연패. 반면 셀트리온은 거의 질 뻔한 위기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2연승, 대회 2연패를 향한 걸음이 한결 가볍게 됐다. 참으로 누구에겐 너무 아픈, 누구에겐 너무 기쁜 반집이었다고나 할까.

9개팀이 전.후반기 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7일 수려한합천과 한국물가정보가 2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오더는 농심배 전력 보안 차원에서 당일 오후 2시에 발표된다.

▲ 모든 대국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 퓨처스리그에서 대결한 후 나란히 1부리그로 옮겨 다시 마주한 두 기사. 금지우 3단(오른쪽)이 재차 승리하며 3승1패의 우위에 섰다.


▲ 여러모로 동급의 무게감을 주는 두 기사의 대결에서 홍성지 9단(오른쪽)이 조한승 9단에게 승리하며 상대전적에서 8승5패.


▲ 강승민 7단을 만나면 없던 힘도 나는 듯한 김명훈 8단(왼쪽)이 중반 들어 대마를 포획하는 단명국으로 4승1패.


▲ 3년 전부터 최명훈 감독(왼쪽 두 번째)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관장천녹에겐 10년째 참가하는 시즌이다.


▲ 창단 원년에 준우승, 지난 시즌엔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KB리그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셀트리온. 사진 오른쪽이 '신구 조화'의 기치를 걸고 3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백대현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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