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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대마를 잡았지만...

등록일 2021.12.05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정관장천녹, 유후(YOU WHO)에 3-2 승


뚜껑이 열리자 마자 대승의 광풍이 몰아쳤던 올 시즌의 KB리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태풍 후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2라운드 4경기부터는 3-2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것.

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3라운드 3경기에서도 그런 흐름은 계속됐다. 네 경기 연속 3-2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정관장천녹이 신생팀 유후를 꺾고 세 경기 만에 마수걸이승의 기쁨을 누렸다. 개막전에서 울려퍼진 "유~후~"는 두 경기 연속 침묵.

▲ 다섯 판 중 네 판에서 대마를 놓고 격전이 벌어졌다. 가운데 노란색 상의의 심판은 이영신 프로.


사전 예상에서 유후의 근소한 우위가 점져친 승부였고 출발도 좋았다. 3지명 이창호 9단이 개전 2시간 40분 만에
2지명 김명훈 8단의 대마를 잡는 쾌승으로 선제점을 안겼다.

다른 네 판의 사정도 나쁘지 않았다. 4지명 윤찬희 9단이 정관정천녹이 주장 이동훈 9단과 맞서 잘 버텨주고 있었고, '원투펀치' 안성준 9단과 안국현 9단은 우세한 흐름. 여기에 5지명 이태현 8단이 홍성지 9단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잘 하면 대승, 못 해도 팀 승리는 가져올 것 같았던 상황.

▲ 매번 출발이 늦은 이동훈 9단(오른쪽)이 윤찬희 9단의 옥쇄를 받아내며 시즌 첫 동그라미를 그렸다. 상대 전적 7승1패.


하지만 유후가 좋았던 시간은 정확히 밤 10시까지였다. 이후는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관장천녹쪽에서 잇단 승전고가 울리기 시작했다.

주장 이동훈 9단의 승리에 이어 홍성지 9단이 대마를 잡힐 뻔한 위기를 기막힌 묘수로 탈출했다. 역전을 당한 후의 재역전. 순식간에 정관장천녹이 2-1로 역전하면서 양 팀의 분위기도 롤러코스트를 탔다. 나아가 유후의 충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 지난 두 경기를 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최재영 6단(왼쪽)이 유후의 1지명 안성준 9단을 꺾는 끝내기 홈런으로 팀 승리를 가져왔다. 랭킹 46위가 7위를 잡는 이변이었다. 안성준은 3연패의 부진한 출발.


밤 10시 40분 경 거의 동시에 끝난 대국에서 안국현 9단은 이겼지만 믿는 주장 안성준 9단이 기어코 승부를 되돌리지 못하고 항서를 썼다. 정관장천녹의 드라마 같은 3-2 승리.

한해원 감독이 차마 아쉬운 걸음을 떼지 못 하는 사이 중계석에선 "오늘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과가 많이 나온 것도 드문 일"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짜릿한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마이크를 잡은 두 사람.

"이겨서 기분 좋고, 다음 라운드에서 연승을 이어간다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명훈 감독.왼쪽)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만큼 후배들을 잘 챙기면서, 재영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홍성지 9단)


9개팀이 전.후반기 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5일 수려한합천(고근태 감독)과 킥스(김영환 감독)이 3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정환-신민준(6:4), 김진휘-김승재(0:3), 나현-김세동(3:2), 박영훈-박민규(3:0), 박종훈-한상훈(0:0, 괄호 안은 상대전적).

▲ 모든 대국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 이태현 8단(오른쪽)이 대마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홍성지 9단에게서 반격의 묘수가 등장하면서 단번에 승부가 뒤집혔다.


▲ 네 개의 거대한 대마가 용틀임을 하듯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안국현 9단(왼쪽)의 대처가 보다 냉정했다. 안국현 9단은 시즌 2승1패, 송규상 5단은 1승2패.


▲ 3연패에 내몰리기 직전에 건져 올린 승리. 기쁠 수밖에 없다.


▲ 유후 검토실엔 한해원 감독과 절친한 윤지희 프로(사진 오른쪽. 최철한 9단의 부인)가 찾아와 훈훈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 전설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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