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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줄이야..."

등록일 2023.01.01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리그 1라운드 1경기

변상일, 시간패 충격 딛고 에이스결정전 승리
정관장천녹, 포스코케미칼에 3-2 승


언제든 예고됐던, 하지만 이날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1박2일' 경기가 기어이 해를 넘기며 펼쳐졌다. 바둑리그가 시작된 이후 자정을 넘기는 경기는 이따금씩 있어 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새해가 1시간도 남지 않은 밤 11시 5분. 포스코케미칼과 정관자천녹의 인터리그 첫 경기가 4국까지 2-2 타이를 이뤘다. 팀 승부를 가리기 위한 에이스결정전이 불가피해졌다. 곳곳에서 미리 새해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에이스결정전을 지켜보는 양 팀 검토실. 대낮처럼 불이 켜져 있다.


10분의 숨고르기 시간을 가진 뒤, 포스코케미칼 진영에서 2지명 박민규 8단이 일어나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1지명 원성진 9단은 조금 전 4국을 마친 터라 또 대국하는 건 무리라고 여긴 듯했다.

방송 카메라가 이번엔 머리를 돌려 정관장천녹쪽을 향했다. 모두의 시선이 테이블 구석에 앉아있는 변상일 9단에게 쏠렸다. 천근의 무게를 진 듯 의자를 천천히 짚고 일어섰다. 이 때가 밤 11시 15분께. 곧이어 두 기사의 에이스결정전이 시작되자 저만치서 커다란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익숙한 최명훈 감독의 음성이었다.

"아, 여기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줄이야..."

▲ 앞선 1국의 해프닝 장면. 박시열 심판(가운데)이 다가와 146수째 변상일 9단의 시간패를 확인하고 있다. 포기하고 있다가 더 놀란 상대는 강유택 9단.


하룻밤 사이 울고 웃은 변상일, 새해엔 "우승할 결심"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날 경기는 정관장천녹이 에이스결정전을 가지 않고 3-1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1국에서 변상일 9단이 다 이긴 바둑을 시간패하면서 승부가 2-2로 흘러간 것.

결국 자신의 과오를 에이스결정전에서 만회한 변상일 9단은 "아홉에 눌렀는데 시간이 그만...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손이 좀 떨렸다"는 말과 함께 바둑팬들에 대한 새해 인사도 전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춘란배는 어렵게 결승에 오른 만큼 꼭 우승하도록 하겠습니다."
변상일 9단은 7년 간 몸담았던 포스코케미칼을 떠나 새롭게 정관장천녹의 주장 완장을 찼다.


1월 1일에는 난가리그의 한국물가정보(박정상 감독)과 수담리그의 울산고려아연(박승화 감독)이 인터리그 1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조한승-홍무진(2:3), 강동윤-신민준(4:7), 한승주-윤준상(1:0), 강승민-최정(1:1, 괄호 안은 상대전적).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양대리그로 운영하는 정규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1위팀끼리 챔피언을 가린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

▲ 1국(장고 40분 20초), 2~4국(속기 20분 20초), 5국(초속기 1분 20초).


▲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며 업치락뒤치락했던 2국에선 홍성지 9단(오른쪽)이 박민규 8단에 흑 1집반승.


▲ 바둑리그 무대를 처음 밟는 신참 유망주들의 대결에선 2004년생 권효진 4단(왼쪽)이 한 살 아래 한우진 5단을 꺾고 첫승을 신고했다. 한우진 5단은 바둑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연속 패배.


▲ 이번 주에만 세 번 대국을 한 원성진 9단(왼쪽)은 김정현 8단을 맞아 천적 다운 위용을 과시했다(상대전적 7승1패).


▲ 포스코케미칼에 지난 3년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정관장천녹은 적장 변상일 9단을 데려오고서야 설욕에 성공했다. 왼쪽 두 번째가 세 시즌째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명훈 감독.


▲ 개막하자마자 정규리그와 인터리그에서 2패를 당한 포스코케미칼. 기대했던 한우진 5단의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 정규리그는 매주 주중(수~금)에, 난가리그와 수담리그팀이 한 차례씩 대결하는 인터리그는 주말(토일)에 열린다.


▲ 사상 최초로 '2년'에 걸친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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