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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강렬했던 신진서의 33연승

등록일 2023.01.15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1라운드 5경기

신진서, 첫 에이스결정전..."미동도 없었다"
킥스, 바둑메카의정부에 3-2 승


신진서를 위한 바둑리그이고 신진서를 위한 에이스결정전이었다. 이번 시즌 들어 처음 에이스결정전에 등판한 신진서 9단이 하루 2승을 쓸어담으며 소속팀 킥스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킥스는 1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1라운드 5경기에서 바둑메카의정부를 3-2로 눌렀다. 4국에서 끝낼 수 있었던 경기가 에이스결정전으로 이어졌지만 신진서를 보유한 킥스에게는 단지 시간 연장에 불과했다.

▲ 밤 11시 19분에 시작해 0시 10분에 끝난 양 팀 주장 간의 에이스결정전. 신진서 9단(오른쪽)이 김지석 9단을 상대로 165수 만에 불계승했다. 마주 앉으면서 "뭐 여기까지 오냐..."라고 했다는 두 기사이다.


3국까지 킥스가 2-1로 리드한 상황에서 벌어진 4국. 킥스의 김승재 8단과 바둑메카의정부의 설현준 8단이 맞선 대결은 서로 큰 실수를 주고 받으며 시종 엎치락뒤치락했다.

전체적으론 설현준 쪽에 기회가 많았지만 종당에 가서는 김승재 8단의 승리가 확실했던 상태. 한데 이 바둑이 골인을 몇 발짝 앞두고 갑자기 뒤집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때가 밤 11시 9분께.

▲ 종국 직전 경솔한 실수로 승리를 넘겨준 김승재 8단(왼쪽). 원래 2집반을 이겨야 정상인 바둑이 설현준 8단의 1집반승으로 끝났다.


하는 수없이 10분 후인 밤 11시 19분부터 '연장 승부'에 들어갔지만, 지켜보는 킥스나 바둑메카의정부나 심드렁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군더더기 같은 승부. 더욱이 그에 따른 결말도 노정돼 있는 상황에서 두 팀 다 귀중한 에이스 카드를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신진서 9단과 김지석 9단이 서로 떨떠름한 상태에서 마주 앉으면서 "뭐 여기까지..."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 "(4국 말미에)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김승재 선수가 바둑팬분들을 위해 선물울 해주신 것 같다"며 웃어 보인 신진서 9단. 앞으로의 연승 전망에 대해선 "에이스결정전에서 주장들과 대결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많이 이겨보겠다"고 말했다.


완벽했던 두 판...백홍석 해설위원 "피셔 방식 모범 답안 보여줬다" 극찬

지난 경기에서 단일기전 31연승의 대기록을 썼던 신진서 9단은 거침없이 33연승을 질주하며 최정 9단이 여자바둑리그에서 작성한 31연승마저 시원하게 넘어섰다. 종합기전이니 제한기전이니 하는 성가신 꼬리표마저 깨끗하게 잘라버린 것이다.

처음 경험한 에이스결정전에 대한 소감은 "사실 속기대국 두 판을 두는 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둬보니까 되게 피곤한 것 같다"는 것. 이어 "그래도 둘 수 있다 생각해서 컨디션 안배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좀 나았던 것 같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 세 경기를 치른 킥스는 2승1패. 두 경기를 치른 바둑메카의정부는 첫 경기 1-3 패배에 이은 연패.


"신진서 선수의 에이스결정전을 보면서 '이래서 신진서, 신진서 하는 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최유진 캐스터. "짧고 강렬했다"는 한마디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 백홍석 해설위원.

15일에는 일본팀과 셀트리온이 인터리그 1라운드 6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장루이제-최철한, 히라타 도모야-김명훈, 히로세 유이치-윤찬희, 후쿠오카 고타로-심재익. 네 판 모두 첫 대결로 진행된다.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시종 미세하게 흘러간 2지명 맞대결에서 박진솔 9단(왼쪽)이 이원영 9단에게 반집승.


▲ 꾹꾹 참으며 기회를 보던 김지석 9단(왼쪽)은 백현우 4단이 종반 들어 허점을 보이자 단번에 격차를 벌리며 불계승.


▲ 신진서 9단을 상대로 꽤나 판을 잘 짰던 문민종 5단(왼쪽)은 80수 넘어 돌이 얽히기 시작하자 길을 잃었다. 신진서 9단이 가운데 백 대마를 포획하며 129수 만에 불계승.


▲ 경기 후엔 이날의 진정한 승자는 킥스가 아닌 다른 팀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신진서 9단의 에이스결정전 카드 한 장이 소모됐기 때문(총 6회 사용 가능).


▲ 3년 연속 같은 멤버로 우승 도전에 나선 바둑메카의정부는 첫승 기회를 또 미뤘다.


▲ 문민종 5단과의 대국 중 목을 축이는 신진서 9단. 최유진 캐스터는 "최근 둔 판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 이틀 연속이자 이번 시즌 들어 여섯 번째 자정을 넘긴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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