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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이 보여준 에이스의 품격

등록일 2024.01.05

1월 4일 새해 첫 바둑리그 대국이 원익과 바둑메카 의정부의 대결로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원익의 에이스 박정환이 1국에서는 의정부의 주장 김명훈을,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박건호를 제압하며 팀의 3 대 2 승리를 만들었다.

▲ 좋은 멘탈의 비결을 묻자 지금은 멘탈이 좋지 못해서 비결을 답할 수는 없고 멘탈이 좋아지면 답하겠다고 밝힌 박정환


▲ 에이스 결정전에 마주 앉은 박정환(왼쪽)과 박건호


에이스 결정전 바둑메카 의정부 박건호 : 원익 박정환(승)

박정환의 에이스 결정전 등판 확률은 100%에 가까웠다. 의정부의 주장 김명훈은 오늘 1국에서 박정환에게 패했고, 상대 전적이 7 대 0으로 밀리고 있었기에 2지명인 박건호가 출전했다.

두 선수의 초반은 팽팽하게 흘러갔다. 공부량이 많은 두 사람의 수준 높은 포석이 펼쳐졌으며 바둑의 저울추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은 상변이었다. 박정환의 착각이 등장하면서 판은 폭풍우 속으로 진입한다.

박정환은 뜻밖의 실수를 한 이후 내친 걸음이라는 듯이 대마 공세를 이어나갔다. 박건호는 냉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좋은 타개를 해내고 있었고, 조금만 더 빠져나가면 우세를 장악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르었다.

대마를 사는 데 집중했다면 미세하나마 박건호가 좋았다. 다만 미세했기에 조금 더 버티는 선택을 하는 것도 일 리가 있어 보였다.
그 전제 조건은 끼움수가 없었어야 했다. 박건호가 버틴 시점에서 대마의 삶이 순식간에 위험해지는 급소가 있었고 박정환은 그 끼움수를 정확하게 착점 했다.

급전직하(急轉直下)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오늘의 박정환은 승리로 가는 길이 정확히 보이는 듯했고 의정부의 1,2지명을 연파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1국 초반의 박정환


1국 바둑메카 의정부 김명훈 : 원익 박정환(승)

김명훈에게 있어 박정환은 반드시 이겨보고 싶은 상대다.
랭킹 2위와 5위로 큰 차이가 나는 게 아님에도 이 대국 전까지 6번 만나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천적이 바로 박정환이다.
심적으로 어려운 상대인 박정환을 상대로 초반의 김명훈은 훌륭했다.

‘광전사’ 김명훈의 장점은 강력한 수읽기를 기반으로 하는 전투력이다. 본인 가진 힘을 쓰기 좋은 포석을 짜기 시작하면서 김명훈의 성장이 이뤄졌다.
오늘도 넓은 모양을 펼쳐놓고 적극적으로 박정환과의 전투를 유도했다.

그런 김명훈을 바라보며 박정환의 생각은 간결했다. ‘싸워줄 필요가 없다.’ 철저히 상대의 펀치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차분하게 두던 박정환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 순간은 김명훈이 역끝내기를 둔 순간이었다.

상대 모양의 약점을 발견한 박정환은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우변부터 끌고 나와서 하변으로 향하더니, 상대가 버티자 좌변의 급소를 날리면서 결판을 짓는 과정이 30수에 걸쳐서 바둑판에 펼쳐졌고 긴 수순의 끝은 박정환의 승리였다.
최정상급 기사의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준 멋진 수읽기였으며, 왜 박정환이 김명훈의 천적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 오늘 두판을 두었고 내일 중국에서 대국을 해야 할 박건호


2국 바둑메카 의정부 박건호(승) : 원익 이지현

6살 차이의 동문 선후배가 만났다. 두 사람 모두 1라운드를 패했기에 이번 대국 승리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다.

초반부터 팽팽하게 흘러가던 바둑이 처음으로 요동친 부분은 상변이었다. 박건호가 중앙을 노리는 듯하면서 좌상을 급습해서 상대의 돌을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 대가로 내준 중앙마저 부수면서 박건호의 우세가 확립됐다.

꽤나 큰 격차로 벌어지려는 찰나에 이지현은 버티기 시작했다. 불리함을 알고 이쪽 저쪽을 비틀어가자 박건호의 행마가 흔들렸다.
반대로 기세를 타게 된 이지현의 압박을 실로 날카로웠고, 바둑은 반집 승부로 흘러갔다.

박건호가 가진 장점은 어려운 시점에서 집중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오늘 대국에서도 바둑이 혼란스럽고 갈 길이 어려워지자 그의 총명함이 반짝반짝 빛났다. 대마를 둘러싼 패를 버텨가는 멋진 선택을 한 것이다. 팻감이 많은 부분을 정확히 인지한 박건호의 판단이 이 바둑의 승착이 되었다.

▲ 김진휘의 복기 장면


3국 바둑메카 의정부 허영호 : 원익 김진휘(승)

지난 경기를 승리를 거두고 자신감을 가진 채로 임한 김진휘와 올 시즌 첫 대국인데가 피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바둑리그 대국 경험이 없는 허영호의 상황은 명백히 달랐다.
그 차이는 바둑판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초중반의 전투는 크게 기울지 않은 채 정리가 됐다. 서로 어려운 국면에서 김진휘 쪽으로 흘러가는 지점은 중앙이었다. 허영호가 용감하게 끊어가면서 싸움을 했지만, 김진휘는 견고하게 두면서 급소를 찔러들어갔다.
그 시점의 허영호는 무조건 버텨야 했다. 형세가 꼬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갈팡질팡해서는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영호의 손길은 물러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영호의 물러남을 본 김진휘는 빠르게 정리했고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 팀에서 유일하게 2승을 기록한 이원영


4국 바둑메카 의정부 이원영(승) : 원익 박영훈

바둑메카 의정부의 주장 김명훈이 강적들을 연달아 만나며 2연패로 부진하는 지점에서 의정부의 버팀목이 되는 선수는 프랜차이즈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의정부 태생의 이원영이다.

차분하게 흘러가던 바둑에 균열이 발생한 곳은 우변이었다. 박영훈의 영토로 보이던 곳에 이원영이 강하게 파고 들어갔다. 박영훈은 안정적으로 물러났는데 그것이 큰 문제였다.
때때로 바둑을 보다 보면 한 발을 물러나면, 한 발이 아닌 두 발 혹은 세 발자국이 밀려있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이원영은 더 나아가서 상대 진영에 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패에 대가를 얻은 지점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있었다.

단호하게 버텨야 할 지점에서 박영훈은 머뭇거렸고, ‘의정부의 아들’ 이원영은 단 한 번의 찬스를 완벽하게 득점으로 완성시켰다.

▲에이스 결정전 종국 후 허탈한 미소를 짓는 박건호와 위로하러 들어온 김명훈


▲ 국가대표 감독 임기를 마치고 목진석 해설자가 돌아왔다(왼쪽은 류승희 캐스터)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 5일 펼쳐지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는 한국물가정보(감독 박정상)과 마한의 심장 영암(감독 한해원)의 경기로 진행된다.
대진은 최재영-최철한(3:1), 강동윤-설현준(4:5), 한승주-안성준(0:4), 박민규-박종훈(7:4)으로 구성됐다.
*괄호 안은 상대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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