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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고장난 울산 고려아연

등록일 2024.02.08

2월 8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 바둑리그 7라운드 1경기는 울산 고려아연의 3대1 승리였다. 1~3지명이 정면 충돌했던 울산 고려아연과 정관장천녹의 대결에서 울산 고려아연의 원투펀치가 모두 승리하며 전반전을 장악했고, 4지명 한상조가 결승점을 올리며 팀 4연승을 달성했다.

▲ 이창석(오른쪽)이 홍성지에게 승리하며 상대 전적을 7승2패로 벌렸다.



1국 정관장천녹 홍성지 : 울산 고려아연 이창석(승)

연패의 흐름에 빠지게 되면, 평소와 다른 수법이 나오게 된다. 지난 시즌 맹활약을 통해 랭킹 7위까지 올라선 베테랑 홍성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행마가 좋은 이창석과 홍성지는 크게 무리하지 않으며 균형 잡힌 채로 바둑을 운영했다. 몇 번의 공방전이 있긴 했지만 적당한 타협으로 마무리되며 승부의 저울추는 기울지 않았다.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인공지능이 이야기하는 격차는 반집에 불과했고, 지금부터 잘 두는 쪽이 승리를 거두는 상황을 맞이했다.

올해 들어 홍성지는 승리 없이 6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보통 연패에 빠지면 빨리 이기고 싶거나 혹은 지지 않으려는 수를 두곤 한다. 홍성지의 경우는 후자로 끝내기 단계에서 너무 쉽게 물러나고 만다. 그 틈을 놓칠 이창석이 아니었다. 좋은 끝내기를 찾아 연타하며 승기를 잡았고, 이 승리로 고려아연은 상대 1,2지명을 모두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 신민준(오른쪽)이 변상일을 제압하며 시즌 성적 6승(3패)을 기록했다.



2국 정관장천녹 변상일 :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승)

한국랭킹 3위와 4위의 주장전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으로 보면 변상일이 14승 8패로 우위지만, 최근 10국으로 좁혀보면 5 대 5로 팽팽하다. 공격력의 변상일을 상대로 신민준이 서서히 해법을 찾아가는 모양새였다. 오늘 대국도 변함없는 변상일을 상대로 영리한 신민준의 답은 견고함을 선행한 후 전투를 하겠다였다.

초반이 잔잔히 짜여나가고, 두 사람의 첫 전투가 시작된 곳은 하변이었다. 단단하게 두어 가는 신민준을 상대로 변상일이 어렵게 싸움을 만들었지만, 신민준은 크게 전투를 키우기보다는 단단하게 자신의 진영을 갖추며 유리한 상황에서만 전투를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상대의 단단함에 흔들린 변상일은 무리하게 상대의 돌을 차단하며 변화를 만들어봤지만 신민준의 돌들이 튼튼한 까닭에 뚜렷한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웠다. 변상일의 턴이 끝나자 그 다음은 신민준의 공격 타이밍이었다. 신민준은 패를 시작으로 상대를 조금씩 압박했고 이곳 저곳에서 득점을 올리며 격차를 벌렸다.

불리함을 의식한 변상일은 처절하게 버텼지만 신민준은 무리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며 승리로 걸어갔다. 중요했던 주장전 승리로 울산 고려아연은 기선을 제압했다.

▲이번 시즌 울산 고려아연의 숨어있는 보석 한상조는 시즌 전적 4승 2패다.


3국 정관장천녹 박상진 : 울산 고려아연 한상조(승)

팀의 허리를 맡고 있는 선수들끼리 만났다. 실질적인 4지명 역할을 해주고 있는 후보 선수 박상진과 3승 2패라는 호성적으로 팀의 상승세에 기여한 한상조의 대결은 한 순간에 결판이 났다.

판을 주도해서 나아간 쪽은 한상조였다. 차분하고 단단하게 두는 박상진을 상대로 큰 모양을 키우면서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거대한 모양 속에서 박상진은 타개를 시도했고 뒤죽박죽으로 엉킨 상황에서 묘하게 타협점은 만들어졌다.

한상조의 선수 교환에 박상진은 쉽게 받아주었다. 그리고 이 수는 바로 패착이 된다. 두 갈래 돌들 중에 버려야 할 돌을 살리고 살려야 할 돌을 포기한 것이다. 중앙의 공배가 많이 비어있었기에 가치가 달랐던 것이다. 한상조는 상대가 하변을 받은 사이 중앙을 크게 잡으며 승세를 구축했다. 이 승리로 울산 고려아연은 팀 4연승을 달성했다.

▲ 노련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김정현


4국 정관장천녹 김정현(승) : 울산 고려아연 문민종

띠동갑 차이가 나는 3지명끼리 마주 앉았다. 두 선수 모두 반짝거리는 수법을 두는 스타일이며 속도감이 있는 스타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초반부터 국지전이 펼쳐졌다. 판에 있는 대부분의 공간이 전쟁터로 바뀌며 원래의 형태를 잃어갔다. 수많은 전투가 일어나고 여러 바꿔치기가 벌어지던 중 기세를 올린 쪽은 어린 문민종이었다.

상대의 대마를 잡으러 가서 많은 이득을 본 것이다. 패를 둘러싼 전투가 효과적으로 이뤄졌고 김정현이 뒤를 보인 채 도망가서 사는데 집중하는 사이 집으로 큰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비록 집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바둑판 안에 변수가 일어날 곳이 적었기에 무난한 문민종의 승리로 보였다.

모두가 끝났다고 한 순간에도 김정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기로 좋은 자리를 두면서 노림수를 남겨놓았다. 문민종이 눈치채지 못하고 함정으로 걸어들어가자 김정현의 손길은 번개 같이 빠르게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다. 지켜보던 모든 이가 비명을 질렀고 문민종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베테랑 김정현은 집념의 승리를 일궈냈다.

▲7라운드 1경기


▲ 울산 고려아연은 최근 3경기에서 승점 9점을 거둬들이는 폭발력을 바탕으로 원익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2월 9일 진행되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2경기는 KIXX(감독 김영환)외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의 대결이다.
대진은 백현우 - 양카이원 (0:0), 신진서 - 김명훈(9:3), 박진솔 - 이원영(6:3), 김승재 - 박건호(0:3)로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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