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예선도 변함없이 중국의 초강세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한국기원에서 진행된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5명의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은 대거 12명이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고 일본과 중국이 각 1명씩 본선에 진출했다.
언제부터인가 통합예선이 벌어지면 소수 정예의 중국세에 밀린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이번 참가인원을 보면 소수 정예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 이번 대회 참가인원은 총 392명으로 역대 최다이다. 그 중 한국 선수가 217명, 중국은 95명, 일본은 41명, 대만은 23명, 월드조(한,중,일,대만을 제외한 국가)에는 16명이 참가했다. 한국 선수보다는 적지만 95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 더구나 그 95명은 중국바둑협회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선수들이다. 원래 예선 참가는 자비 출전이 원칙이지만 중국바둑협회는 한국에서 진행하는 통합예선에 출전하는 자국의 선수들의 기본 비용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조 외에 시니어조 2명, 여자조 2명, 월드조1명을 별도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우승자가 나온 경우는 아직 없지만 바둑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일리 있는 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이러한 이유도 있지만, 5:12라는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바둑팬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14장의 티켓을 놓고 다툰 일반조에서 한국은 3명이 통과했는데 그 3명 모두 1980년대생의 30대이다. 반면 중국의 11명은 모두 1990년 이후 출생으로 흔히 말하는 ‘90후’이다. 즉 현재 한국 바둑계의 심각한 문제인 ‘젊은 피’의 부진이 심각성이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예선을 통과한 한국 선수는 일반조에서 허영호 9단(33세), 이영구 9단(32세), 강동윤 9단(30세)와 시니어조의 서봉수 9단(66세), 여자조의 최정 9단(23세) 등 5명이다. 허영호 9단은 일반조를 통과한 기사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서봉수 9단은 본선 무대에 오를 32명 중에서 최고령이다.
▲ 2010년 15회 때 준우승했던 허영호 9단(왼쪽)은 일반조 본선 진출자 가운데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만 33세).
▲ 이영구 9단(왼쪽)은 2011년 8강이 역대 최고 성적. 본선 진출도 8년만이다.
▲ 강동윤 9단(왼쪽)은 신아오배 준우승 경력의 펑리야오 6단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했다.
▲ 서봉수 9단(왼쪽)은 시니어조에서 유창혁 9단에게 이기고 본선에 합류.
▲ 최정 9단(오른쪽)은 조승아 2단에게 힘겨운 반집 역전승. 14연승이 끊긴 후 다시 6연승 중이다.
1980년대까지 세계 바둑의 메이저 무대였다고 볼 수 있는 일본에서는 그 당시의 주역이었던 60대, 70대 기사들이 지금도 본선 무대에서 활약하고는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바둑계를 장악했었는데 결국 지금도 그 당시 활동하던 기사들의 활약에 기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본선에서는 다르다. 지금 우리나라 바둑계를 이끌고 있는 10~20대의 최상위 랭커들은 이미 본선 시드를 받았기에 예선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본선에 직행한 한국의 상위 랭커들은 경쟁력이 있다. 즉 진정한 소수 정예는 우리나라의 최상위 기사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 삼성화재배는 월드조가 있어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16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이 조별 예선은 별도의 대회나 다름 없다.
▲ 월드조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의 탕귀 르카르베 초단. 지난 6월의 유럽 입단대를 통과한 유럽 일곱번재 프로이다. 월드조는 별도의 시상도 있다.
본선은 8월 30일부터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시작한다. 특히 올해는 그 동안의 대회 방식에 크게 변화를 줬다. 보통 몇 개월에 걸쳐서 진행했던 기존의 대회 방식과는 달리 32강 토너먼트로 결승전까지 논스톱으로 진행한다. 다른 스포츠의 전례를 보면, 이렇게 진행할 때 한번 기세가 붙은 다크호스 선수 한 명이 우승할 확률이 올라간다. 즉 기세가 붙은 선수에게 중간 휴식을 주면 더 성숙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세가 꺾이는 데 휴식 기간 없이 계속해서 시합을 하면 본인의 실력 이상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올해도 우승 후보 1순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국의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 3명일 것이다. 최근 4년 연속 중국기사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중 커제 9단이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누가 커제 9단을 막을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지난 LG배 통합예선 때 한국은 3명만이 통과했지만, 본선 시드가 합류한 이후 8강까지의 결과 한국은 중국과 거의 대등한 3:5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8월에 진행할 본선에서도 그 이상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삼성화재와 KBS가 공동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며, 총 상금 규모는 7억 8천만원,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 본선 명단
한국 : 신진서, 박정환, 김지석, 신민준, 변상일 (이상 시드),허영호, 이영구, 강동윤, 서봉수, 최정 (이상 예선 통과)
중국 : 커제, 셰열하오, 탕웨이싱, 양딩신, 천야오예 (이상 시드), 구쯔하오, 당이페이, 랴오위안허, 리친청, 자오천위, 황원쑹, 타오신란, 한이저우, 장타오, 차오샤오양, 궈신이, 가오싱 (이상 예선 통과)
일본 : 이야먀 유타, 쉬자위안 (이상 시드), 조선진 (예선 통과)
프랑스 : 탕귀 (예선 통과)
미정 : 와일드카드 1명
■ 본선 일정
8월 29일 : 개막식 및 대진표 추첨
8월 30일 : 본선 32강전
8월 31일 : 본선 16강전
9월 1일 : 본선 8강전
9월 2일 : 준결승전
9월 4,5,6일 : 결승 3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