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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광약품, 1위 서귀포 칠십리에 고춧가루 뿌리며 감격의 첫 승

등록일 2019.07.22

7월 22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10라운드 1경기 권효진 감독의 <서울 부광약품>과 이지현 감독의 <서귀포 칠십리>의 1~3대국이 속개됐다.

1위팀과 8위팀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 두 팀은 전반기 3라운드 4경기에서 만나 <서귀포 칠십리>가 2-1로 승리했다. 이번 경기(앞쪽이 서울 부광약품) 역시 장고대국 루이나이웨이(백, 0승 4패)-김경은(흑, 1승 2패), 속기1국 김채영(흑, 5승 4패)-조승아(백, 7승 2패), 속기2국 오정아(흑, 5승 3패)-이도현(백, 2승 7패)의 대진오더는 <서귀포 칠십리>가 편안해 보인다. 1위와 8위라는 압도적 격차가 아니라도 두팀 선수들의 리그 개인성적을 보면 <서울 부광약품>이 워낙 부진한 상태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그러나 기계가 아닌 인간의 승부는 언제나 통계와 데이터 밖에서 드라마를 만드니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둑티비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백홍석)이 꼽은 하이라이트는 <서울 부광약품>의 1주전 김채영과 <서귀포 칠십리>의 2주전 조승아의 속기1국. 1주전과 2주전의 대국이지만 리그 개인성적과 상대전적에서 오히려 조승아가 앞서 있다.

대국 초반은, 순위보다 연패탈출이 절실한 <서울 부광약품>의 마음이 1주전 김채영의 의지로 드러난 것처럼 보이는 진행이었다. 김채영은 좌상귀 접전에서 준비된 정석을 재현하듯 빠른 속도로 수순을 이끌었고 좌상귀의 절충은 ‘흑이 두텁다’는 게 백홍석 해설위원의 감상인데 인공지능 승률그래프도 흑의 미세한 우위를 보여줬다.

전체적인 실리는, 좌상귀에서 우상귀로 이어지는 상변 그리고 우하귀를 도려내고 좌하귀 화점까지 선점한 백이 앞서 있다. 흑은 상변 백의 실리를 허용하면서 쌓은 두터움과 우변 세력의 막강한 잠재력을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중앙을 수습한 조승아가 우변 흑의 화점에 붙여가는 도발을 감행했을 때 인공지능 승률그래프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중립에 멈췄다. 여기가 승부의 기로였다.

우변의 난전은, 백이 흑의 진영에서 빈삼각의 우형으로 꼬부려나가면서 흑을 압박하는 모험을 시도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조승아의 위험한 시도는 성공한 듯했으나 이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진행에서 실수를 거듭해 거꾸로 위기에 몰렸다. 백이 공전하는 사이 흑은 중앙 백의 요석을 잡으면서 중앙과 우변 흑을 연결한 데다 우하귀 백까지 잡아 전세를 뒤집었다.

열세를 의식한 조승아는 좌하귀에 침입한 흑을 일망타진하는 비상수단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었으나 김채영의 강력한 반격에 밀려 실패했다. 김채영은 승기를 잡고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지켜보는 <서울 부광약품> 검토진의 심장을 매질(?)했으나 패의 공방 중에 좌상귀 흑 대마를 내주는 대신 중앙 백 대마를 잡는 바꿔치기로 균형을 잡고 잡혀있던 좌하귀에 패를 만들어 승부를 결정했다.

모처럼 승리의 합이 맞았다. 그동안 초중반까지 앞서다가 종반에 역전패하는 패턴을 반복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2주전 이도현이 <서귀포 칠십리>의 1주전 오정아를 꺾으며 김채영의 승리에 화답한 뒤 곧바로 장고대국의 루이나이웨이도 김경은의 대마를 잡으며 승전보를 전해왔다. 루이나이웨이, 시즌 4연패 끝에 첫 승. 결과만 보면 8위 팀이 3-0으로 1위 팀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승리였으나 사실,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서울 부광약품>은 이래야 하는 강팀이었다.

승리인터뷰에 나선 권효진 감독은 ‘첫 승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겠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졌지만 (상위 팀들에게)고춧가루를 팍팍 뿌리겠다. 그동안 열심히 해줬는데도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던 한웅규 코치와 이도현 선수에게 고맙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승리한 <서울 부광약품>은 순위변동 없이 8위,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4위로 내려앉았고 <서울 부광약품>의 고춧가루에 편승한 <서울 사이버오로>가 처음 리그 1위에 올랐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1주전(김채영)과 2주전(조승아)의 대결이었지만 리그개인성적, 상대전적에서 모두 조승아가 앞서 있어 예측이 어려운 승부였다.


▲ 단순 데이터비교지만 모든 부분에서 조승아가 한발씩 앞서 있다. 김채영이 앞선 것은 딱 하나, 멘탈! 바둑은 멘탈의 승부다.


▲ 정확하게 중립을 지키던 승률그래프가 우변 흑의 진영에서 백의 과감한 도발이 진행되면서 백쪽으로 기울었다.


▲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면에서 느슨하게 지키는 사이 단숨에 흑이 따라붙었고 뒤이은 백의 실수로 순식간에 형세도 뒤집어졌다.


▲ 팀이 어려운 와중에 한발한발 승수를 쌓고 있던 김채영. 6승 4패로 선두에 바짝 따라붙었다.


▲ 최고령 용병이지만 믿을 수 있는 우승청부사였던 루이나이웨이도 4연패 끝에 첫 승.


▲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거, 시즌 첫 번째 승리인터뷰잖아. 활짝, 웃자. 오늘은 무슨 말을 해도 된다.


▲ 커튼 뒤에서 팀의 승리 인터뷰를 지켜보며 배시시, 웃는 2주전 이도현. 오늘은 저도 한몫했어요. 한웅규 코치도 모처럼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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