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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광약품, 1위 서울 사이버오로에 고춧가루 뿌려

등록일 2019.07.31

7월 31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권효진 감독의 <서울 부광약품>과 문도원 감독의 <서울 사이버오로>의 1~3대국이 속개됐다. 두 팀은 전반기 4라운드 2경기에서 만나 <서울 사이버오로>가 2-1로 승리했는데 후반기 리턴매치로 맞붙은 이 경기는 조금 다르다.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시작된 경기(앞쪽이 부광약품), 장고대국 김채영(흑, 6승 4패, 1주전)-강다정(백, 7승 3패, 2주전), 속기1국 김신영(백, 1승 4패, 3주전)-최정(흑, 6연승, 1주전), 속기2국 이도현(흑, 3승 7패, 2주전)-장혜령(백, 3승 3패, 3주전)의 대진오더를 보면 <부광약품>이 최적의 조합이다. 잘 알려진 ‘손자병법의 승리공식’, 상대의 1주전에 3주전을 붙이고 이쪽의 1, 2주전이 상대의 2, 3주전을 잡는 2승 1패의 전략. 물론, 데이터와 통계대로 맞아떨어지는 기계의 승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부광약품>이 기분이 좋은 조합인 것만은 틀림없다.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이 주목한 하이라이트는 최정-김신영의 속기1국. 비교적 우열이 뚜렷한 이 대국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장고대국은 1주전 김채영이 2주전 강다정보다 약간이라도 나을 것 같지만 최근 다승 1위를 달리며 안정적으로 상승 중인 강다정의 전력을 생각하면 예측이 생각보다 어렵고 2주전과 3주전의 대국이라고 하지만 이도현-장혜령의 속기2국도 역시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장고대국이나 속기2국은 <부광약품>이 기분 좋은 정도의 모호한 우위이기 때문에 우열이 뚜렷한 만큼 이변의 충격도 큰 속기1국이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발칙한 상상?

아무튼 <사이버오로>의 단독선두 굳히기냐,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된 <부광약품>의 본격적인 고춧가루 뿌리기냐의 관심이 쏟아진 이 경기,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대국이 데이터와 통계의 예측대로 끝났다. 그러나 기계들의 상위버전과 하위버전의 승부처럼 그런 예상대로 끝난 게 아니라 세 판 모두 관전의 재미를 듬뿍 안겨준 승부였다.

하이라이트로 보여준 최정-김신영의 속기1국은 최정의 승리로 끝났지만 중반까지 김신영이 균형 좋은 반면운영으로 앞서갔다. 우변 백의 미미한 완착을 틈타 단숨에 승부의 균형을 맞추고 국면의 흐름을 주도한 최정의 감각도 훌륭했지만 최강자에게 위축되지 않고 종반까지 기회를 노리며 버틴 김신영의 뒷심도 볼 만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끝났지만 관전자들을 만족시킨 멋진 대국이었다. 승리한 최정은 드디어 무결점 7승으로 개인 다승1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결과를 알린 속기2국도 마지막 끝내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한 박빙의 승부였다. 국면은 전반적으로 이도현의 흑이 편안한 흐름이었지만 백을 쥔 장혜령도 끈기 있게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역전의 기회를 노렸다. 좌하귀에서 좀 더 정교한 끝내기의 수순을 밟고 우하귀에서 자충의 실착만 범하지 않았다면 반집의 역전승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도현이 승리해 팀의 승부는 1승 1패 원점에서 장고대국의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후반기부터 잠재력을 드러내며 살아나기 시작한 이도현도, 패했지만 선전한 장혜령도 올해보다 차기의 기대감이 더 크다.

장고대국은, 강다정의 끈질긴 투혼과 김채영의 강인한 멘탈이 볼 만한 승부였다. 김채영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에서 잡힌 줄 알았던 우변 백 대마를 살려간 강다정의 수읽기도 해설진의 감탄을 자아냈고 백 대마가 살아가면서 충격을 받았을 김채영이, 완연한 백의 흐름이 된 형세를 뒤집는 과정에서 보여준 강인한 근성이 돋보였다. 강다정은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만으로도 제 몫을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끈질기게 추격해 천신만고 끝에 전세를 뒤집어놓고 그 직후에 허무하게 재역전당한 순간은 돌이켜 음미해야 할 것 같다(전반기 7라운드 4경기 대 김수진전과 겹친다). 승리한 김채영은 리그 개인 최다승 7승고지에 올랐고 <부광약품>은 권효진 감독의 호언장담(?)대로 리그 막판에 가장 두려운 고춧가루 팀이 됐다. 뒤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최종라운드까지 가야 우승팀의 윤곽이 확실해질 것 같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돌 가리기. 다음부터는 카메라를 등지지 말고 얼굴 좀 보여주세요. <서울 부광약품>의 흑이라네요.


▲ 모니터에 비친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 실물은 이보다 5백만 배 낫습니다. ^^;


▲ 각 팀의 순위는 이렇고,


▲ 개인 다승순위는 이렇고요,


▲ 전반기 두 팀의 승부는 이렇다네요.


▲ 벽시계를 보며 대국개시 선언을 준비하는 김민희 심판위원. 10시 정각 시작입니다.


▲ 하이라이트는 최정-김신영의 속기1국. 주목한 이유는?


▲ 성적, 상대전적, 총체적 전력 모든 부분에서 최정이 월등히 앞서 있지만 기계 아닌 인간의 승부니까, 혹시 또 알아?


▲ 중반까지 김신영이 당당하게 국면을 이끌었다. 어라, 이변이 발생하는 거 아닌가..??


▲ 우변의 미미한 완착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균형을 맞춘 최정의 일류감각. 알기 쉬운 행마로 형세를 뒤집었다. 명불허전!


▲ 부담없이 명쾌하게 잘 싸웠다. 최강자와 겨루는 일은 자체로 발전의 동력이니까.


▲ 무결점 7연승. 드디어 다승1위. 누가 이 선수를 막을까? 갈수록 더 높아지는 것 같다.


▲ 이도현-장혜령의 속기2국도 예상대로 이도현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승률그래프보다는 훨씬 미세한 승부.


▲ 졌지만 장혜령도 잘 싸웠다. 끝내기에서 정교한 수순을 밟았다면 반집의 역전승도 가능했다.


▲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2주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이도현. 올해보다 차기의 기대가 크다.


▲ 김채영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에서 우변 백 대마가 살아가면서 순식간에 역전. 완연한 백의 역전무드인데..


▲ 강다정으로서는 아쉬운 한판. 역전 이후를 조심해야 할 듯. 전반기 7라운드 대 김수진전이 겹친다.


▲ 든든한 1주전으로 돌아온 김채영. 7승고지를 밟았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의 길을 찾아가는 근성은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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