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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이버오로, 여수 거북선 꺾고 7승으로 선두 교체

등록일 2019.07.25

7월 25일 10시,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속개된 10라운드 4경기는 이현욱 감독의 <여수 거북선>과 문도원 감독의 <서울 사이버오로>의 대결. 두 팀은 전반기에 3라운드 1경기에서 만나 <서울 사이버오로>가 2-1로 신승했다. 경기 전 관전자들의 예상은 에이스 최정이 세계대회 출전으로 연속 결장하고 있는 <서울 사이버오로>가 조금이라도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는데 2주전 강다정과 3주전 차주혜가 각각 <여수 거북선>의 1주전 김다영과 2주전 김상인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승리했었다.

후반기에 다시 만난 두 팀의 오더(앞쪽이 여수 거북선)는 장고대국 김은선(흑, 3승 4패)-최정(백, 5승 0패), 속기1국 김다영(백, 2승 5패)-차주혜(흑, 2승 5패), 속기2국 이영주(흑, 4승 4패)-강다정(백, 6승 3패)으로 <서울 사이버오로> 쪽이 1주전 최정의 가세만큼 편해 보인다. 물론, 경기 전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적은 많지 않다. 결과는 예상대로 되더라도 개인전의 승패는 뒤바뀐 경우가 많았다.

김진훈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으로 일제히 진행된 1~3 대국 중 바둑티비 해설진(진행-장혜연, 해설-백홍석)이 선택한 하이라이트는 <여수 거북선>의 1주전 김다영(백)과 <서울 사이버오로>의 3주전 차주혜(흑)가 맞붙은 속기1국. 객관적인 데이터나 전력평가로는 김다영의 우위가 분명한데 김다영이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지난해보다 부진하다는 것, 마주 앉은 차주혜가 기복은 심해도 상대가 강할수록 투지가 넘치는 기질로 이변을 일으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 첫 대결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국은, 서로 실리와 세력을 나누는 구도로 균형을 잡았는데 우상 쪽 흑 세력에 백이 뛰어들면서 전투가 시작됐다. 우변에서 중앙, 우하귀까지 확대된 접전의 결과는 백이 좋지 않았다. 흑이 실리에서 앞선 데다 전국적으로 두터운 형태를 만들어 흐름을 주도했는데 흑이 필승지세를 구축할 수 있는 장면에서 차주혜의 결정적 실수가 나왔다. 중앙과 하변 백 대마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에서 살아있는 좌하귀의 사활을 걱정하는(?) 보강으로 손을 돌린 데다 좌하 쪽에서도 제자리걸음 같은 완착을 둔 것.

결국, 우세를 의식한 차주혜의 느슨한 손속에 편승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김다영이 취약한 중앙을 선제하고 좌변까지 지키면서 형세를 뒤집었다. 승리를 눈앞까지 끌어 왔던 차주혜로서는 허망한 종반. 차주혜는, 승부의 기로에서 수읽기가 거칠어지고 형세를 오판하는 약점만 보완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바둑티비 해설진과는 달리 관전자들이 주목한 두 팀의 ‘승부판’은 강다정과 이영주의 속기2국이었다. 두 선수는 압도적인 힘이나 치밀한 세기로 상대를 압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침착하고 끈기 있는 행마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풍이라는 점에서 유사해 더 흥미로웠다. 승부는, 조금 더 안정적인 반면운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강다정이 이겼는데 한발, 한발 올라가 어느새 7승 3패, 다승1위에 올랐다. 강다정의 성적과 팀의 성적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강다정의 기여도를 웅변해주는 결과다.

속기1, 2국의 승패가 1승 1패가 되면 승부는 김은선(흑)-최정(백)의 장고대국으로 이어지는데 그 결과는 조금 싱거웠다. ‘세계의 원톱’ 최정은 한 차원 다른 반면운영으로 빠르게 전국을 정리해 승부를 결정했다. 대국 초반은 서로 실리와 세력을 나누는 구도로 잔잔하게 흘러갔는데 최정이 하변 흑의 세력에 뛰어들어 터를 잡고 우변 흑 세력을 낮게 누른 뒤 좌변으로 뛰어든 흑과 어울린 좌상일대의 접전에서 흑 일단을 크게 포획하며 승기를 잡았다. 김은선도 우변과 우하세력을 최대한 키우고 좌하귀를 침입한 다음 하변 백 일단을 공략하는 전술로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승리를 확신한 최정의 종반 봉쇄는 빈틈이 없었다. 하변 백을 잡더라도 좌변 흑 일단이 크게 들어가는 바꿔치기의 구도가 돼서는 역전불가. 결국, 김은선이 싹싹하게 돌을 거두고 복기검토에 들어갔다.

이 승리로 팀의 리그 1위를 결정한 최정은 리그 유일의 무패기록으로 6승, 개인 다승1위에 바짝 따라붙었다. 1-6위의 팀이, 전례 없이 치열한 각축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순위를 바꾸고 있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최종라운드에 이르러야 우승팀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10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편안하고 우아한 돌 가리기. 카메라가 너무 좋아합니다. <여수 거북선>의 선공이네요.


▲ 자, 친한 척해주세요. 알기 쉬운 해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바둑티비 해설진(진행-장혜연, 해설-백홍석).


▲ 앞으로 심판위원은 잘생김, 예쁨 순으로 선발하겠, 쿨럭;;;;


▲ 전반기 두팀의 상대전적은 이렇다는군요.


▲ 벽시계도 잘 생긴 심판위원을 좋아하는 듯. 수줍수줍..^^;


▲ 첫 수에 꽤 오랜 시간을 들인 김은선(흑, 여수 거북선). 이 한판의 파급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 두 선수의 성적은 나란히 2승 5패지만 타이틀까지 획득한 김다영(백)이 총체적 전력에서 앞서 있다. 첫 대결.


▲ 바둑티비는 속기1국을 주목했지만 오더를 볼 때 실제 승부판은 이영주(흑)-강다정(백)의 대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이변이 펼쳐졌다. 상대가 강할수록 투지를 불태우는 차주혜(흑)가 종반 초입까지 김다영(백)을 압도했다.


▲ 이전 경기에서도 몇 차례 보인 패턴, 결정적인 장면에서 집중력이 흩어지고 형세오판을 범하는 차주혜의 실수가 나왔다. 단숨에 역전.

▲ 차주혜로서는 복기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통한의 역전패. 낙관이 패인이다. 약점이 뚜렷한 만큼 개선의 기대도 크다.


▲ 관전자들이 실제 승부판으로 꼽았던 속기2국. 조금 더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강다정이 이겨, 사실상 팀의 승리도 결정했다.


▲ 슬금슬금 승수를 쌓아 어느새 다승1위까지 올라왔다.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강다정은 리그에서 가장 크게 발전한 선수다.


▲ 최정, 무결점의 6승고지 등정. 다승1위를 향한 최대장애는 최정 자신이다. 세계대회 일정을 피해 얼마나 더 출전할 수 있느냐.


▲ <서울 사이버오로>의 최애 겸둥이는 뜻밖에도 맏언니 강다정? 1등은 지켜보기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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