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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女帝)' 최정의 아쉬웠던 리그 복귀전

등록일 2019.09.28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
정관장 황진단, 난적 셀트리온에 3-2 신승


기대했던 최정의 패배. 2-2 타이 스코어에서 한상훈의 막판 역전패. 올 시즌 신생팀이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셀트리온이 아쉬운 신고식을 치렀다.

27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에서 전기 준우승팀 정관장 황진단이 난적 셀트리온을 접전 끝에 3-2로 꺾었다. 전날의 개막전에 이어 또 한 번 모든 판이 불계로 끝날 정도로 치열했다.

▲ 예년보다 3개월 이상 늦게 시작된 바둑리그는 그동안의 갈증을 풀기라도 하듯 매판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녁 6시반에 시작된 생중계 현장. 맨 앞에 오후 4시부터 대국을 시작한 이창호 9단의 얼굴이 보인다. 본방송 이전 해당 장고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경기 전부터 모든 관심이 최정에게로 쏠렸다. 지난 시즌 불참을 선언한 다음 2년 만의 복귀전이었다. 그동안 위상도 달라졌다. 상대 박진솔이 14위, 최정이 22위로 랭킹 차이도 크지 않았다. 자연스레 성대결 양상을 띠었다.

고질적인 초반 포석의 열세를 중반에 뒤집었다. 백의 세력권에서 보기 좋게 자리를 잡은 다음 카운터까지 날렸다. 방송화면에 나오는 4개의 인공지능이 일제히 흑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이후가 불안했다. 결정적으로 반쯤 잡았다고 생각한 좌하귀의 백이 쉽게 살아가는 수를 보지 못했다.
종반의 집부족 상황에서 중앙에서 크게 수를 내고자 했지만 손해가 더 컸다. 결국 206수, 1시간 40분 만에 항서를 썼다. 복기하는 손길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 3국 ○ 박진솔 9단 ● 최정 9단

흑▲가 놓인 시점에서 좌하귀는 모두가 패로 생각했던 자리(백A,흑B,백C,흑3,백D의 수순). 하지만 백1이 박진솔이 노리던 맥점이었고, 이 수로 다음 5까지 백 일단이 깨끗이 살아가서는 백의 우세가 결정됐다. '소름끼치는 맥점이다' '역시 천재답다'라는 감탄이 중계석에서 터져나왔던 장면.


▲ 여풍당당,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리그 복귀전을 앞둔 전날 인터넷상에서 중국의 천야오예 9단과 두 판을 둬 모두 이겼다. 승부가 끝난 직후 누군가가 말했다. "그럼 박진솔이 천야오예보다 더 센거야~~".


팀 승부는 일진일퇴했다. 정관장 황진단은 박진솔의 선제점과 1지명 이동훈의 리드타로 앞서가면서도 안심하지 못했다. 셀트리온 1지명 신진서 9단에게 2-2 동점을 허용한 다음 마지막 4국도 불리해 역전패를 각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때 모두가 놀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골인 직전에 부자몸조심으로 일관하던 한상훈의 손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등장했고, 이것만을 노리던 진시영이 번개같이 실수를 낚아채면서 대번에 형세가 역전됐다. 셀트리온의 승리로 끝날 것이 졸지에 정관장 황진단의 승리로 낙착됐다. 밤 10시 40분 종료.

▲ 지난 시즌 2부리거로 강등됐다가 다시 복귀한 진시영 7단(오른쪽. 정관장 황진단 5지명)의 무서운 집념이 극적인 역전승을 불렀다.


28일엔 한국물가정보와 화성시코리요가 1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허영호-홍기표(장고1), 박하민-원성진(장고2), 신민준-송지훈, 안정기-박정환, 강동윤-최재영(이상 앞이 한국물가정보).

기전 총규모 37억원의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다음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5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1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지급한다.



▲ 올 시즌 장고대국의 확대로 정관장 황진단이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은 이창호 9단(왼쪽)이 있기 때문.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첫 장고대국에선 조한승 9단이 부드러움으로 형세를 압도.


▲ 매년 출발이 좋지 않았던 이동훈 9단(오른쪽)은 퓨처스에서 1부리그로 복귀한 이원도 7단을 상대로 빈틈 없는 완승을 거두며 안도.


▲ 신진서 9단(오른쪽)의 핵펀치는 여전했다. 끈적지게 버티는 윤찬희 8단의 대마를 완벽하게 생포하며 133수 만에 불계승.


▲ 막판에 희비가 갈린 정관장 황진단 최명훈 감독(왼쪽)과 셀트리온 백대현 감독. 나란히 감독 복귀전을 치렀다.


▲ 신진서 등 주전들의 보호연한 만료로 팀을 재정비한 정관장 황진단.


▲ 다른 8개팀이 모두 우승후보로 꼽은 셀트리온.


▲ '전승 목표'란 말이 스스로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올 시즌은 '다승왕 정도'로 겸손하게 목표를 낮췄다.


▲ 올해 3지명으로 내려 앉았지만 장고대국에 큰 기대가 실리고 있다.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승부의 끈을 놓지 않은 진시영 7단. "89년생으로 동갑내기인 김지석, 강동윤과 비교해 굴곡진 삶을 살았다."는 박정상 해설자의 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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