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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승승승...'합천의 아이들'이 만든 시즌 첫 퍼펙트

등록일 2019.10.07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
수려한합천, 정관장 황진단 상대로 시즌 첫 영봉승


신생팀의 감춰진 저력이 일거에 폭발했다. 5-0 퍼펙트 승리. 아무도 예상 못한 압승이었다.

주인공은 최연소 고근태 감독이 이끄는 수려한합천. 수려한 합천은 6일 바둑TV에서 열린 2019-201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에서 전기 준우승팀 정관장 황진단을 5-0으로 완파했다.
흔히 '퍼펙트승' '영봉승'으로 표현되는 5-0 승리는 이번 시즌처럼 9개팀이 참가했던 2016년에 세 차레, 2017년에 다섯 차례 밖에 작성되지 않은 드문 기록이다.

▲ 시즌 개막 후 8경기 만에 처음 5-0 승부가 나왔다.


경기 전 분위기는 평범했다. 정관장 황진단 주장 이동훈 9단이 중국리그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됐지만 수려한 합천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진도 그럭저럭이었다. 중계석의 박정상 해설자는 오프닝 멘트에서 "3국(박영훈-윤찬희) 정도만 수려한합천의 우세가 예상되고 나머지 네 판은 모두 박빙의 승부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3-2 정도를 예상한 것. 하지만 막상 승부의 뚜껑이 열리자 이런 전망을 무색케 하는 결과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끝난 2시간의 장고대국(1국)에서 박종훈 4단(오른쪽)이 장고판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퓨처스 안조영 9단을 꺾고 시즌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5지명 루키 박종훈 4단이 129수 만에 안조영 9단의 대마를 잡고 기선을 제압했다. 이번 시즌 최단수수로 기록됐다. 이어 또 한명의 루키 박상진 3단이 3지명 맞대결에서 이창호 9단을 반집차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안조영과 이창호, 자신 있게 내세운 장고판 전문 주자들이 새파란 신예들에 연달아 무릎을 꿇는 것에 정관장 황진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3국의 상황이 희망을 품게 해줬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윤찬희 8단이 상대 1지명 박영훈 9단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 1라운드에서 한태희 6단에게 역전패를 당했던 박상진 3단(왼쪽)이 '원조 신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반집차, 첫승을 신고했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아버지와 아들뻘인 26년.


-한 경기서 시즌 최단 수수(129수), 최장 수수(343수) 기록 동시에 작성
-박종훈.박상진 두 루키, 패배도 승리도 나란히
-수려한 합천, 2승(개인승수 8승)으로 단독 1위


수비형인 두 기사의 스타일을 반영하듯 반상은 이렇다 할 전투없이 곧장 끝내기 승부로 치닫고 있었다. 종당에 이르러서는 눈터지는 반집 승부의 양상. 놀랍게도 신산을 제치고 골인 문턱에 서있는 사람은 윤찬희 8단이었다.

최후의 반패 싸움만 이기면 반집승이 확정되는 상황. 패감도 유리했다. 한데 아뿔싸, 이 패를 하는 와중에 윤 8단에게서 큰 실수가 튀어나왔다. 박영훈 9단의 패감이 갑자기 더 많아졌다. 윤 8단의 큰 체구가 나자빠질 듯 뒤로 젖혀졌다. 반집의 주인이 찰나에 바뀌고 만 것이다. 그것으로 3-0, 승부 끝이었다.

▲ 손에 들어왔던 승리를 날려버리고 반집패를 확인되는 순간 윤찬희 8단은 망연자실, 울고 싶은 얼굴이 됐다.


▲ 박영훈 9단도 잠시 꿈을 꾼 듯한 표정이었다. 속기로 2시간 20분, 공배를 제하고도 343수라는 시즌 최장수수 기록이 작성됐다.


시즌 첫 퍼펙트 승으로 가는 길에는 기적같은 일도 따랐다. 5지명 박승화 8단이 끈질긴 집념으로 박진솔 9단에게 1집반, 대역전승을 거뒀다. 밤 10시 20분, 줄곧 우위를 유지하던 마지막 주자 이지현 9단이 진시영 7단의 항서를 받아내면서 누구도 상상 못한 다섯 개의 동그라미가 화면에 그려졌다.

이로써 2라운드를 모두 마친 KB리그는 내주 몽백합배 관계로 한 주를 쉰 다음 19일(목) 셀트리온-사이버오로의 대결을 시작으로 3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다음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 국후에 "백(박진솔)이 마지막에 얼마나 흘린 걸까(?)" 묻자 "10집은 족히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해준 문도원 진행자. 그러고도 결과는 겨우 1집반. 박승화 8단(오른쪽)의 끈덕짐에 자멸하다시피 승리를 넘겨준 박진솔 9단은 복기 없이 자리를 떴다.


▲ 상대전적 2승2패로 만만치 않은 진시영 7단을 꺾고 퍼펙트의 대미를 장식한 이지현 9단(왼쪽).


▲ 최연소 감독의 패기에 배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어우러지며 깜짝 선두로 부상한 수려한합천.


▲ 연승의 기대가 충격적인 패배로 돌아온 정관장 황진단.


▲ "예상을 못 했는데 2승을 하게 돼 기쁘다. 1라운드는 위의 선배들이, 2라운드는 신예들이 잘해줬다." (고근태 감독)

"(끝내기를 잘 하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웃음)"
"(후배 중에 끝내기에 강한 선수가 있다면) 어제 TV를 봤는데 실제로도 그렇고...신민준 선수가 잘 하더라." (박영훈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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