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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H에너지, 영암 월출산 누르고 1위와 승차 없는 2위 유지

등록일 2019.11.13

11월 13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특별대국실(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19 시니어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 한상열 감독의 <영암 월출산>과 김성래 감독의 <부산 KH에너지>의 제1~3국이 전개됐다.

반환점을 돌아 후기리그로 접어든 현재 팀 순위 상황은 신생팀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김포 원봉 루헨스>와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부산 KH에너지>의 양강 구도가 뚜렷한데 이번 경기에서 맞붙은 두 팀은 나름 1승이 간절하다. <부산 KH에너지>로서는 에이스 조치훈이 출전했을 때 승수를 쌓아두어야 뒤가 편하고 7라운드 통합경기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에 패해 6위까지 내려앉은 <영암 월출산>으로서는 중위권 재진입을 위한 1승이 절실하다.

조치훈의 출전이 결정된 <부산 KH에너지>는 어느 팀에게나 버거운 상대다. ‘우리 팀은 1지명이 셋’이라는 김성래 감독의 호언장담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1지명 조치훈은 출전할 때마다 이기고(4연승), 2지명 장수영이 4승 3패로 든든한 허리역할을 해주고 있는 데다 3지명 강훈은 6승 1패 다승 단독 2위에 올라있다. 속된 표현으로 ‘구멍(빈틈, 허점)’이 없는 팀이다. 오죽하면 경기 전 대기실에서 적진(?) 좌석으로 건너간 김동면이 조치훈을 향해 ‘아니, 조 사범은 왜 우리하고 할 때만 나오는 거야?’라는 볼멘소리를 하겠는가.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유건재 심판위원의 규정설명과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일제히 시작된 이 경기의 대진오더를 살피면 일단, 상대전적에서 <부산 KH에너지>가 앞선다. 제1국의 장수영은 오규철에게 6승 2패, 제2, 3국의 조치훈과 강훈은 각각 김동면, 차민수를 상대로 1승씩 기록하고 있다.

바둑TV 해설진(진행-하호정, 해설-김영환)이 관심을 가진 하이라이트는 <영암 월출산>의 1지명 차민수(백, 4승 3패)와 리그 개인성적 6승 1패를 달리며 1지명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부산 KH에너지>의 3지명 강훈(흑)의 제3국. 상대전적에서 1승을 거둔 기록이 있고 리그의 성적도 앞선 강훈의 우세를 예상할 수도 있으나 차민수에게는 프로들의 토양이 전무한 미국에 거주하면서 2년 연속 세계대회 8강에 오른 ‘승부사의 기질’이 있어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래 전 차민수의 라이프스토리를 극화한 타이틀 ‘올인’은 차민수에게 절묘하게 어울리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대국 초반은, 흑이 좌하귀와 우하귀에 실리를 확보하는 사이 우하 쪽에 두터운 벽을 쌓은 백이, 협공해온 흑을 갈라 공격하면서 중앙으로 뻗어나가는 경합의 양상. 일단, 집은 흑이 많지만 백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한 공격을 앞세워 부족한 실리의 대가를 노리는 상황이었는데 중반 이후 흑 대마에 맹공을 퍼붓던 백이 두터움을 활용해 상변, 좌상 쪽을 확보하면서 실리의 격차를 따라잡았다. 종반은 백이 약간 두터운 형세. 끝내기 접전에서 해프닝이 발생했다. 강훈의 착각으로 멀쩡했던 흑 대마가 잡히면서 단숨에 승부도 끝나버린 것. 가벼운 복기검토를 마치고 대국실을 나온 강훈은, ‘(착각이 아니라도)어차피 좋지 않았다. 초반에 그림이 나빠져서…’라며 쓴웃음.

뒤이어 제1국도 승부 결과가 나왔다. 일찌감치 우하일대와 우상 쪽 큼지막한 확정가를 일군 흑(장수영)이 중반 이후 거머쥔 우위를 잃지 않고 그대로 골인했다. 종반 끝내기에서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형세가 역전될 정도는 아니었고 초읽기에 쫓긴 백(오규철)이 마지막 초읽기를 넘기면서 백의 시간패로 정리됐다.

팀의 승부는 1승 1패의 상황에서 김동면-조치훈의 제2국으로 넘겨졌는데 백(조치훈)이 전형적인 ‘선 실리, 후 타개’의 전술로 튼실한 실리를 확보한 뒤 흑의 세력을 무너뜨리면서 승부를 결정했다. 흑(김동면)은 상변부터 중앙까지, ‘우주류’를 방불케하는 대세력을 쌓아 백의 실리에 맞섰으나 ‘폭파 전문가’로 불리는 조치훈의 능란한 침투와 타개를 막아내지 못하고 분패했다. 승리한 <부산 KH에너지>는 6승 2패, 1위 <김포 원봉 루헨스>와 승차 없는 2위를 유지했고 패한 <영암 월출산>은 3승 5패, 7위로 한 계단 더 내려섰다.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규모는 지난 대회보다 1억 3000만원이 증액된 5억 4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65만원, 패자 35만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책정됐다. NH농협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시니어바둑리그의 모든 경기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바둑TV가 영상으로 생중계한다.

▲ 조치훈이 출전하는 날은 대기실에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화제가 많아야 기자들의 사진, 기사도 좋아진다.


▲ 돌 가리기가 이 정도는 되어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식을 치르듯 진지하게. <부산 KH에너지>의 선공이다.


▲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유건재 심판위원이 대국개시 준비.


▲ '장비(장수영, 흑)'와 '무등산 검객(오규철, 백)'의 대결. 상대전적에선 장수영이 6-2로 앞섰다.


▲ 전기리그에서 조치훈과 격돌했던 김동면. 아니, 왜 또 나야? 한 판 건지기가 진짜 고행이네..


▲ 리그 성적, 상대전적에서 조금씩 밀리지만 차민수(백, 영암 월출산)에게는 '올인'의 기질이 있다. 다승 1위를 노리는 강훈(흑, 부산 KH에너지)이지만 쉽지 않은 승부.


▲ <영암 월출산>으로서는 중위권 재진입을 위해 반드시 이겨줘야 하는 경기인데 상대가 너무 강하다.


▲ 상대전적이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무게는 <부산 KH에너지> 쪽으로 기운다.


▲ 다승왕의 '의지'보다는 '올인'의 기질이 앞섰다. 초반부터 맹공을 퍼붓는 적극전으로 강훈을 밀어붙인 차민수의 승리. 1지명의 체면이라는 게 있잖아?


▲ 초반 그림이 나빴어. 해설진은 흑 쪽에도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당사자는 초반의 구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착각은? 어차피 좋지 않았다. 신경 안 쓴다.


▲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뺨을 때리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온갖 괴로움을 다 드러내지만 승리만은 꼭 가져간다. 마주앉은 상대로서는 얄미운 조치훈.


▲ 장수영은 <부산 KH에너지>의 중후한 허리다. 오늘도 묵묵히 팀을 떠받치는 듬직한 맏형의 역할을 해냈다.


▲ <영암 월출산>이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두려면 '무등산 검객'의 칼날이 예리해져야 한다. 또 다시 아쉬운 패배를 기록한 오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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