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바둑리그 전반기 결산] 리그 4년째, 새로운 판이 펼쳐졌다
왕년의 바둑 스타들이 다시 승부의 현장으로 돌아와서 자웅을 겨루는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 전반기 7라운드가 끝났다. 당연히 앞서 가는 팀이 있고, 조금 처진 팀이 있지만 아직 후반기가 남은 만큼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시니어바둑리그는 2016년에 시작했고, 올해는 4년째이다. 각 팀에서 기존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연한이 3년이기 때문에 첫해부터 참가했던 팀(부천 판타지아, 상주 명실상감한우, 영암 월출산)은 선수들이 대폭 바뀌었다. 반면 2017년부터 참가했던 팀(삼척 해상케이블카, KH에너지)은 팀의 판단에 따라 선수가 바뀐 팀(삼척 해상케이블카), 거의 그대로인 팀(KH에너지)이 있다. 그리고 올해의 신생팀(의정부 희망도시, 김포 원봉 루헨스, 의왕 인플러스)은 당연히 모두 선수 구성을 처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성적이 좋았던 두 팀(KH에너지, 상주 명실상감한우)의 희비가 엇갈렸다.
▲ 7라운드에서 바둑팬들이 그토록 기대했던 조치훈(왼쪽) vs 서봉수 대결이 이루어졌다. 결과는 조치훈 9단의 승리. 1992년 공식 대국 첫 만남에서 승리한 뒤 5패만을 당하다가 27년 만에 두번째 승리이다. 비공식 시합에서는 1976년 조치훈 9단이 2승을 거뒀다.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한 KH에너지는 3년째 1~3지명 선수가 그대로이다. 당연한 것이 연속 우승을 했는데 선수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 1지명은 지역 연고로 조치훈 9단을 특별히 영입했고, 2지명과 3지명은 도전 5강 출신의 장수영 9단과 강훈 9단이다. 2016년에 강훈 9단은 6승 6패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2017년 선수 선발 때 어떻게 3지명에서 뽑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덕분에 확실한 1승 카드인 조치훈 9단이 있는 상황에서 KH에너지가 더 강팀이 될 수 있었다. 올해 강훈 9단의 성적은 더욱 좋아져서 6승 1패로 팀내 다승 1위, 전체 선수 중에서는 다승 2위이다. KH에너지가 1위와 같은 승수로 2위인 이유이기도 하다.
▲ KH에너지의 3지명으로 6승 1패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강훈 9단.
반명 상주 명실상감한우는 2016년 우승, 2017,2018년 준우승한 명문팀이었는데 보호 연한이 지나면서 믿음직한 주장 서봉수 9단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2장 백성호 9단은 다시 선발할 수 있었지만, 3장으로서 괜찮은 성적을 냈던 김기헌 7단은 김포 원봉 루헨스 팀에서 2장으로 발탁해서 선발했다. 현재 상주 명실상감한우에서는 백성호 9단만이 5승 2패로 고군분투하고 있고 새로 영입된 다른 선수들의 성적이 부진해서 현재 8위로 처져 있다. 다만 마지막 7라운드에서 단독 1위팀인 김포 원봉 루헨스를 잡은 만큼 후반전의 도약을 기대해 봄직 하다.
▲ 전반기 7라운드를 마친 시점의 팀 성적
김포 원봉 루헨스는 신생팀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장 김수장 9단이 있다. 7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3지명 박영찬 5단이 5승 2패로 주장급 성적을 내고 있어서 팀은 선두로 쾌속 질주이다. 사실상 포스트 시즌 진출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고, 과연 정규 1위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김포 원봉 루헨스의 1지명 김수장 9단은 7전 전승이다.
개인 성적을 보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김수장 9단의 7전 전승과 강훈 9단의 6승 1패가 돋보인다. 김포 원봉 루헨스와 KH에너지가 팀 성적 최상위에 있는 이유이다. 4승까지가 공동 7위인데 현재 무패를 기록 중인 선수는 김수장 9단과 조치훈 9단(4승) 두 명 뿐이다.
▲ 전반기 개인 다승 순위
2019 시즌 들어서 확실히 눈에 띄는 것은 왕년의 도전 5강이다. 80년대 ‘도전 5강’으로 불렸던 장수영 9단, 백성호 9단, 김수장 9단, 강훈 9단, 서능욱 9단은 시니어리그에서도 꾸준히 성적이 좋은 편이지만 5명 전원이 개인 성적 상위권에 포진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그 동안 10대, 20대 선수들에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승부를 떠나 있다가 2016년 시니어리그가 생기면서 다시 승부를 시작했는데, 4년째가 되면서 승부의 감을 어느 정도 되찾은 덕이 아닌가 싶다.
전반기 반환점을 돈 시니어바둑리그는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11일부터 후반기가 시작된다. 현재 1위가 5승, 8위가 2승이다. 기세만 붙으면 3승 차이는 금방 뒤집어지기도 한다. 특히 기세가 성적과 직결되는 시합이 바로 시니어리그이다. 이제 포스트시즌이 멀지 않은 만큼 모든 팀들이 신발끈을 동여매고 후반기에 대비할 터, 점점 흥미를 모을 것이다.
매주 월~목 아침 10시에 바둑TV를 통해 시청자들은 시니어바둑리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