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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의정부 희망도시 꺾고 포스트시즌 진출 불씨 살려

등록일 2019.12.03

12월 3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특별대국실(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19 시니어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 한상열 감독의 <영암 월출산>과 이형로 감독의 <의정부 희망도시>의 제1~3 대국이 펼쳐졌다. 두 팀은 전반기 5라운드(통합경기)에서 만나 <의정부 희망도시>가 선수 전원 승리의 기염을 토하며 <영암 월출산>을 3-0으로 압도했다.

2019 시니어바둑리그는 종착역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강력한 양강체제를 구축한 <부산 KH에너지>와 <김포 원봉 루헨스>를 제외한 3~8위 팀은 남은 2, 3경기를 다 끝내봐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걸출한 에이스 서능욱과 소리 없이 강한 2지명 김동엽이 조화를 이룬 <의정부 희망도시>가 6승 5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의 남은 두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으나 3~8위 팀들이 승차 없이 또는 1승 차이로 따라붙고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턱걸이로 5위를 지키고 있는 <영암 월출산>은 팀의 승리가 더욱 절실하다. 팀 성적은 5승 6패로 5위지만 개인승수는 13승으로 8위 팀과 같아 팀의 승차로 따돌리지 못하면 언제든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난기류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일단, 대진오더는 나쁘지 않다. 대진운이 좋지 않은 3지명 김동면이 상대전적 1승 6패로 밀리고 있는 <의정부 희망도시>의 조커 서능욱과 맞붙게 된 것은 개인의 불행이지만 팀의 전술에는 확실한 기여가 된다. 최선을 다해 이겨주기라도 하면 전반기에 당한 0-3의 수모를 고스란히 갚아줄 수 있다. 남은 두 판의 상대전적을 보면, 제1국의 차민수가 마주앉은 김동엽을 4승 1패로 앞서 있고 제2국에서도 오규철이 4승 3패로 황원준을 앞서고 있어 해볼 만한 경기다. 관계자들은 제1, 2국 모두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력이든 상성이든 그동안 쌓인 상대전적의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다. 이변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결과도 비슷하게 드러났다. 바둑티비 해설진(진행-김지명, 해설-김만수)의 관심을 끈 하이라이트는 김동면(흑, 영암 월출산 3지명, 3승 7패)서능욱(백, 의정부 희망도시 1지명, 9승 2패)의 대결이었는데 이 대국이 종반의 중앙전투로 길게 늘어질 때 제2국이 먼저 끝났다. 전, 후반기 내내 부진에 시달리던 ‘무등산 검객’ 오규철(백, 영암 월출산 2지명, 3승 7패)이 ‘황소’의 뚝심으로 맞선 황원준(흑, 의정부 희망도시 3지명, 1승 7패)을 꺾었다. 이 대국을 박빙의 승부로 본 일부 관계자들은‘제2국에서 팀의 승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제3국에서 우상 쪽 백 일단을 키워서 버리는 사석작전으로 중앙 흑 전체를 공격하는 대범한 전술을 펼친 서능욱이 의도대로 중앙 흑을 잡으며 승리. 팀의 승부가 1승 1패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결정판으로 초점이 모아진 제1국의 상황이 애초 관계자들의 예상과 달리 <영암 월출산>의 차민수가 비세에 몰려있었다. 대국 초반은 차민수가 기분 좋게 이끄는 듯했으나 중반 이후 부족한 실리를 두터움으로 따라잡던 백(김동엽)이 중앙 흑 일단을 잡으면서 흑이 덤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형세가 뒤집어졌다. ‘침묵의 승부사’라는 별명 그대로 종반으로 갈수록 침착해지는 김동엽의 기질을 생각할 때 <영암 월출산>의 위기가 분명한 장면인데 거기서부터 ‘승부사’ 차민수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프로 포커플레이어 생활을 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차민수는 불리한 바둑을 참고 견디다가 단 한 번의 기회를 낚아챘다. ‘좌상귀의 패를 확실하게 굴복시킬 수 있으면 흑이 두텁다’는 판단은 정확했다. 그렇게 찌르고 들어온 날카로운 승부수에 ‘침묵의 승부사’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팻감착각’이라는 해프닝을 펼쳐졌다. 백이 착각 없이 팻감을 사용하고 좌상귀 패를 양보하면 피 말리는 반집 승부지만 흑이 두텁다는 게 검토진의 중론이었다. 드라마 같은 ‘뒤집기 쇼’로 어렵게 6승(6패) 고지에 오른 <영암 월출산>은 5위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으나 이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불씨를 살려냈고 아쉽게 패한 <의정부 희망도시>는 쌓아둔 개인승수가 많아 4, 5위 팀과 승차 없는 3위 자리를 유지했다.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규모는 지난 대회보다 1억 3000만원이 증액된 5억 4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65만원, 패자 35만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책정됐다. NH농협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시니어바둑리그의 모든 경기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바둑TV가 영상으로 생중계한다.

▲ 2019 시니어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로 접어든 현재 각팀 순위 3~8위까지 안심할 수 있는 팀이 없는 각축전.


▲ 전반기 대결에서 <의정부 희망도시>에게 0-3의 수모를 당한 <영암 월출산>이 해볼 만한 오더가 나왔다. 설욕도 중요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하는 경기다.


▲ 승부 이전과 이후에는 모두 좋은 동료들이다. 대국 전 담소는 화기애매(?)하게..


▲ 80 고령에 청년의 심장을 가진 최창원 심판위원. 요즘도 산에 다니질 않으면 못 견딘다고.


▲ 상대전적은 차민수가 4승 1패로 넉넉하게 앞서 있으나 만만한 승부가 아니다. 이 대국을 승부의 결정판으로 본 팬들도 많다.


▲ 상대전적은 오규철이 4승 3패, 간발의 차이로 앞서 있으나 '무등산 검객'(오규철)이 '황소'(황원준)를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 유별나게 1지명들과 자주 부딪친다. 또 다시 상대 팀 1지명(서능욱)과 맞선 김동면. 개인의 불운이 분명하지만 팀의 전술에 확실하게 기여한(?) 오더였다.


▲ 대국이 초, 중반으로 흐를 때 사이버오로 인공지능은 이렇게 예상했다. 상대전적, 관계자들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그림.


▲ 간발의 차이였던 상대전적과는 다르게 가장 먼저 끝난 제2국. '무등산 검객'이 모처럼 칼을 제대로 휘둘렀다.


▲ 변화가 생겼다. 제3국은 서능욱의 승리가 확실한데 제1국에서 김동엽이 형세를 뒤집어 앞서 나가고 있다. <영암 월출산>의 위기다.


▲ 가장 인간적인 승부를 보여주는 서능욱. 이 대국에선 웬일인지 초반부터 인공지능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냐. 판판이 상대팀 1지명을 만나 고전해온 김동면. 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팀이 이겨주면 그나마 좋고..


▲ 다 기울어진 형세가 도로 일어섰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승부는 이렇게 다르다. 컴퓨터의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인간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올인'의 승부사는 절대 '올인'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참고 견디며 기회를 움켜쥐었다. 좌상귀 패의 승부수는 도박이 아니라 냉철한 인내의 결과였다.


▲ 아쉽다. '침묵의 승부사'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팻감을 착각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김동엽. 소속팀 <의정부 희망도시>가 3위자리를 지켰다는 게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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