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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변상일 잡고 포스코 울렸다

등록일 2019.12.09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4경기
'용궁 탈출' 드라마 쓴 Kixx, 5승3패 단독 3위


4승4패의 두 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려는 두 팀의 맞대결에서 Kixx가 포스코케미칼을 꺾었다.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4경기를 3-2로 제압했다.

2패 후 3연승이 펼쳐졌다. 먼저 끝난 1시간의 장고대국과 속기판을 내주고나서 2시간의 장고대국과 후반부 속기 대국 두 판을 내리 가져왔다. 정서준 3단과 주장 김지석 9단이 패한 위기 상황을 강승민 6단, 윤준상 9단, 백홍석 9단의 연승으로 뒤집었다.

▲ 누가 먼저 혼돈의 4승 대열을 벗어나느냐가 걸린 중차대한 일전에서 Kixx가 대역전승을 거뒀다. 사진 오른쪽에 이날의 대파란을 일으킨 변상일-강승민이 대국하는 것이 보인다.


2패 후 3연승은 지난 시즌에는 단 한 차례밖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올 시즌에는 벌써 네 번째다. 이 중 Kixx는 전반기 4라운드에서 수려한합천을 상대로 가장 먼저 2패후 3연승의 드라마를 작성한 데 이어 후반기에서도 시작하자마자 또 한번 대역전의 드라마를 쓰면서 '뒷심'면에서 최고의 팀임을 입증해 보였다.

5승째와 3위 자리가 걸린 중차대한 경기를 맞아 포스코케미칼 이상훈 감독은 팀의 1~5지명을 1~5국에 순번대로 배치하는 전략을 짰다. 반면 핵심전력을 후위에 배치하는 오더를 자주 내는 Kixx의 김영환 감독은 팀의 1~3지명을 3~5국에 분산 배치하는 구도. 필연적으로 상하전력의 교차점에 해당하는 3국(김지석-이창석)이 승부판으로 떠올랐다.

▲ 초반 출발에서부터 흐름이 꼬인 김지석 9단을 탁월한 완급조절로 궁지로 몰고간 이창석 5단(왼쪽). 해설진 3인방이 모두 김지석의 승리를 예상한 이 판을 이창석이 가져가면서 포스코케미칼은 승리를 눈앞에 둔 듯 보였다.


공이 울리자 마자 포스코케미칼이 굉음을 울리며 앞서나갔다. 최철한 9단이 전반기에 이어 재차 정서준 3단을 꺾은 데 이어 이창석 5단이 Kixx의 주장 김지석 9단을 꺾는 개가를 올렸다. 내용 면에서도 각각 173수, 152수의 단명국이었다. 나아가 진행 중인 2시간의 장고대국에서도 팀의 1지명 변상일 9단이 큰 우세를 보이고 있어 포스코케미칼은 3-0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데 이 판이 뒤집혔다. 유리하든 불리하든 극단으로 승부를 몰고가는 변상일의 기질이 참사를 불렀다. 끝까지 승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강승민 6단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 예리한 칼끝으로 명치를 찔러가자 코끼리처럼 거대한 백대마가 밑바닥부터 비명을 토해내며 살길을 찾아 꿈틀대기 시작했다. 처절한 몸놀림이었지만 얼마 안 가 숨이 끊겼다.

▲ 사느냐, 죽느냐의 초대형 사활을 놓고 화면이 어두워질 만큼 두 대국자의 머리가 깊숙히 바둑판으로 들어왔다.


-양 팀 주장 모두 패하는 이변 속 극단의 희비 교차
-'역전의 명수' Kixx, 올 시즌에만 두 번째 2패 후 3연승


변상일의 역전패는 포스코케미칼에 날벼락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후반을 준비하던 송태곤 9단과 박건호 4단의 얼굴은 순간 뭔가에라도 맞은 듯 흙빛으로 변했다. 반면 Kixx의 주자들은 용궁에서 용왕님을 만난 격이 되어 얼굴이 등잔불처럼 환해졌다.

강승민이 살린 불씨를 2지명 윤준상 9단과 3지명 백홍석 9단이 역전 드라마로 완성했다. 송태곤 9단과 박건호 4단을 차례로 제압했다. Kixx는 혼돈의 4승 대열을 가장 먼저 벗어나며 5승3패,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개인 승수도 24승으로 넉넉한 터여서 포스트시즌에 청신호가 켜졌다.

▲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할 만큼 기풍이 상극인 두 기사. 상대전적 2패로 열세에 있던 백홍석 9단(왼쪽)이 자신의 스타일로 박건호 4단을 몰아간 끝에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패배를 맛본 포스코케미칼은 4승5패, 5위에서 8위로 세 계단이나 순위가 내려앉았다. 대혼전을 벌이고 있는 4승 대열의 끝단으로 밀려나면서 극심한 진흙탕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지명 박건호의 부진(2승7패)이 깊다. 개막전에서 김지석을 꺾었을 때의 기세등등함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5지명 자리를 놓고 번갈아 등판하고 있는 송태곤(5패)과 퓨처스 김세동(4패)이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도 포스코케미칼로선 풀어야 할 숙제.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11라운드를 속행한다. 대진은 정관장 황진단-수려한합천(12일), 포스코케미칼-한국물가정보(13일), Kixx-셀트리온(14일), 화성시코리요-사이버오로(15일). 홈앤쇼핑은 휴번이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양 팀의 주장이 나란히 패하면서 결과가 같게 나온 것은 피장파장이라고 해야 할까.


▲ 속기에서 장고로 자리를 옮긴 전반기의 재대결에서 최철한 9단(오른쪽)이 정서준 3단을 재차 물리쳤다. 최철한은 최근 3연승과 함께 7승2패, 정서준은 처음 경험하는 이번 리그에서 4승5패.


▲ 경기 전 "우리가 이렇게 많이 뒀었나" 놀란 송태곤 9단. 2012년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두 기사의 12번째 대결에서 윤준상 9단(오른쪽)이 승리하며 9승3패로 격차를 벌렸다.


▲ 주장이 패하고도 역전승을 거둔 것이 힘을 받는 계기로 작용할까. 다음 라운드에서 셀트리온과 대결하는 Kixx.


▲ 이겼다 졌다를 반복하는 와중에서도 3지명 이창석이 3연승(4승4패)으로 살아난 것이 위안인 포스코케미칼. 다음 11라운드에선 한국물가정보와 대결한다.


▲ "용궁을 갔다 온 느낌이다. 막상 오더를 짜보면 절대 강팀도 없고 모든 팀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김영환 감독)

"상대가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았는데 어렵게 역전승항 것 같다. 대마의 사활은 다시 검토해 봐야 겠지만 제가 두는 수 보다는 상대가 두는 수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강승민 6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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