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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승률로 뒤집은 '2패 후 3연승'

등록일 2020.01.03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
홈앤쇼핑, 6승6패 5할 승률 복귀...정관장 황진단은 최초 탈락 멍에


같은 팀이 두 번 만나 두 번 다 '2패 후 3연승'의 결과를 도출해낼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20년 새해를 여는 KB리그 첫 경기에서 이같은 보기 드문 일이 펼쳐졌다.

승자는 두 번 다 홈앤쇼핑. 패자는 정관장 황진단. 2일 저녁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에서 홈앤쇼핑이 정관장 황진단에 두 판을 내준 후 세 판을 내리 따내는 또 한번의 역전극을 펼쳤다.

▲ 온도 차이는 있지만 피차 절박한 두 팀. 지난 경기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아든 정관장 황진단과 남은 길이 첩첩산중인 홈앤쇼핑이 2020년 새해를 여는 첫 경기에서 격돌했다.


4승8패의 정관장 황진단은 한 경기라도 지면 바로 탈락이 확정되므로 자동 배수진을 친 상태. 5승6패의 홈앤쇼핑 또한 여기서 패하는 날엔 전도가 암담해지므로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 경기였다. 후반전 4국이 보통 때보다 30분 가량 늦은 밤 9시에 개시되는 등 모든 판이 치열했고, 승부가 끝난 시각도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올 시즌 다섯 번째로 2패 후 3연승 드라마가 나왔다. 그 중 두 번을 홈앤쇼핑이 작성했다. 같은 팀을 상대로 전후반기 모두 대역전승을 거두는 드문 기록이 만들어졌다. 최종국의 주자가 이영구 9단과 진시영 7단으로 같았다는 점도 공교로웠다.

▲ 올 시즌 홈앤쇼핑의 장고전문 주자로 자리매김한 한태희 6단(오른쪽)이 완승의 내용으로 윤찬희 8단을 꺾고 반격의 불씨를 살렸다.


오더상 1~3국에서 홈앤쇼핑이 두 판을 가져오느냐의 승부로 보였다. 핵심전력을 후위에 배치하는 오더를 자주 내는 홈앤쇼핑의 최규병 감독이 이번 경기에도 1.2지명을 후반부에 배치했으나, 정관장 황진단의 최명훈 감독 역시 최강 4지명과 2지명으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었다. 후반을 1-1로 본다면 전반부에서 두 판을 가져와야 하는 홈앤쇼핑의 짐이 그만큼 무거웠다.

기대에 못 미쳤다. 한 판밖에 가져오질 못했다. 속기 3국에서 상대 주장 이동훈 9단에게 선취점을 내준 다음 기대를 걸었던 2시간 장고대국에서도 심재익 3단이 노장 안조영 9단에게 패하면서 0-2로 몰렸다. 다행히 한태희 6단이 윤찬희 8단을 꺾으며 역전의 불씨를 살렸지만 열세에 처한 홈앤쇼핑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했다.

▲ 전반부가 끝났을 때 홈앤쇼핑의 표정은 이랬다. 진 선수는 절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이긴 선수도 안으로 기쁨을 감춰야 했다. 그만큼 이 경기가 중요했다.


팀의 1.2지명이 출격한 후반부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게 흘러갔다. 김명훈 7단이 박진솔 9단과 엎치락 뒤치락 접전을 펼치는 와중에 1지명 이영구 9단이 대착각을 범하며 일찌감치 판을 망쳤다. 우상귀에서 폭망한 다음 바꿔치기로 승부를 연장했지만 워낙 피해가 컸던 탓에 AI의 승률은 5%로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이것이 기적처럼 뒤집어졌다. 5국에서 2지명 김명훈 7단이 박신솔 9단을 꺾고 2-2의 징검다리를 놓은 데 이어 최종 4국에서 이영구 9단이 우상귀 패를 빌미로 한 혼신의 뒤집기를 시도한 끝에 307수, 1집반의 간발의 차이로 진시영 7단을 꺾었다. 같은 팀, 같은 주자를 상대로 또 한번의 대역전을 완성했다.

▲ 경기 전 3연승을 달리고 있던 김명훈 7단의 상승세가 박진솔 9단을 맞아 4연승으로 이어졌다(시즌 8승4패). 다시 3연패를 당하며 3승10패가 된 박진솔은 시즌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되었을 터.


짜릿한 역전의 기쁨과 함께 크게 한숨을 돌린 홈앤쇼핑은 6승6패, 5할 승률로 복귀하며 중위권(6위) 발판을 다졌다. 2지명 김명훈 7단의 기세가 좋은 가운데 1지명 이영구 9단이 연패를 끊는 등 긍정적인 조짐도 보였다. 패한 정관장 황진단은 이번 시즌 참가 9개팀 가운데 첫 탈락의 멍에를 썼다.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도 7승9패로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3일 셀트리온(6승6패. 5위)과 화성시코리요(6승5패. 4위)이 14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신진서-송지훈, 최재영-조한승, 최정-박정환, 한상훈-홍기표, 이호승-원성진.

전반기엔 셀트리온이 3-2로 승리한 바 있으며, 신진서(승)-송지훈, 이호승(승)-원성진은 리턴매치다. 최대 관심판인 최정-박정환의 대결은 2012년 9월 삼성화재배 본선(박정환 승) 이후 7년 4개월 만의 재회.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해설진 세 명이 모두 윤찬희 8단의 손을 들어준 2국을 한태희 6단이 가져온 것이 결과적으로 팀 승부를 바꿔 놓았다.


▲ 대조적인 기풍의 두 기사였고, 상대전적에서도 한승주 6단(왼쪽)이 2승1패로 앞서고 있어 홈앤쇼핑이 잘 붙인 오더라는 말이 나왔던 3국. 하지만 6연승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동훈 9단 앞에서는 그런 것들이 다 무의미했다. 중계석에서 "무섭도록 정확히 둔다" "빈틈 없이 완벽하다"는 감탄이 이어진 가운데 225수 흑 불계승으로 마무리.


▲ 프로 경력 26년차의 안조영 9단(오른쪽)이 4년차를 맞는 심재익 3단의 대마를 잡으며 관록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줬다. 안조영은 올 시즌 다섯 번 등판에서 2승3패. 2년 만에 리그를 다시 밟은 심재익은 4연패 후 4연승, 다시 2연패의 흐름.


▲ 안조영 9단에게 대국을 양보했음에도 유니폼을 입고 나와 끝까지 검토실을 지킨 이창호 9단(왼쪽 두 번째). 성의(誠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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