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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바뀌니 '햇살'...8연패 탈출한 '개막전 스타'

등록일 2020.01.05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3경기
포스코케미칼, 6승7패로 PS희망 살려
전반기 1위 수려한합천, 후반기 들어 4연패


이번 시즌을 여는 개막전에서 거함 김지석 9단을 꺾었다. 단번에 스타가 됐다. 4라운드에선 동갑내기 1지명 이동훈 9단도 이겼다. 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입단 5년차를 맞는 바둑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는 듯 보였다.

5라운드에서 박영훈 9단에게 패한 다음부터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졌다. 언젠가 역할을 해낼 거라는 믿음은 자꾸자꾸 뒤로 늦춰졌다. 11월, 12월 두 달 동안 리그 8연패. 인사성 밝은 해맑았던 얼굴이 수척하게 변해 갔다. 해를 넘긴 다음 마침내 연패를 끊었다.

▲ 연패 탈출이 시급한 수려한합천과 매 경기 배수진일 수밖에 없는 포스코케미칼이 14라운드 3경기에서 격돌했다.


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3경기에서 '개막전 스타' 박건호 4단이 악몽 같았던 8연패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수려한합천의 2000년생 루키 박종훈 4단을 꺾고 리그 8연패를 끊어냈다.

출발부터 180수까지 반상을 지배했다. 넉넉한 우세였다. 하지만 직후 큰 끝내기 실수를 범하면서 눈터지는 계가바둑으로 상황이 돌변했다. 좋은 바둑을 수없이 역전패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5시간을 몰두하면서 흐릿해진 정신줄을 다시 바짝 조였다. 282수를 둔 끝에 1집반 차로 골인했다. 현실이 아닌 곳을 걷는 기분으로 검토실에 돌아와서야 자신의 승리가 결승점이라는 걸 알았다.

▲ "연패에 빠져 있다가 이기게 되면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온다"는 목진석 해설자의 말이 실감나는 장면. 한동안 허공을 응시하던 박건호 4단은 이런 표정, 이런 자세로 말없이 10여분을 앉아 있었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피차 1승이 절실한 두 팀이 격돌한 결과는 포스코케미칼이 전반기에 이어 다시 3-2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의 1.2지명이 크로스로 맞붙은 승부처에서 1지명 변상일 9단과 2지명 최철한 9단이 차례로 승리한 다음 박건호 4단이 결승점 쐐기를 박으면서 3-0 일직선으로 승부를 끝냈다. 수려합합천은 후반 속기전 두 판을 승리했지만 이미 버스가 떠난 뒤였다.

4승7패의 벼랑에서 해를 걸쳐 2승을 추가한 포스코케미칼은 6승7패로 포스트시즌의 꿈을 살려나갔다. 2019년의 마지막 경기에서 김세동 7단이, 새해 첫 경기에서 박건호 4단이 속속 연패를 끊으면서 팀 분위기도 밝아졌다. 반면 전반기를 1위로 마쳤던 수려한합천은 후반기 들어 4연패를 당하면서 6승6패, 4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 이제까지 42번을 겨뤄 21승21패. 앞서거니 뒤서거니 숱한 명승부를 펼쳐온 '황소 동갑내기' 대결에서 최철한 9단이 박영훈 9단을 불계로 꺾고 다시 한발짝을 앞서나갔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5일 Kixx(7승5패.2위)와 사이버오로(4승7패.8위)가 1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정서준-문유빈, 백홍석-설현준, 윤준상-한웅규, 강승민-나현, 김지석-홍성지. 전반기엔 사이버오로가 3-2로 승리한 바 있으며 강승민(승)-나현은 리턴매치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전반기에 이지현 9단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변상일 9단(오른쪽)이 작심한 듯 중반부터 휘몰아치며 설욕의 한판승을 거뒀다. 상대전적 3승3패가 된 두 사람의 시즌 전적은 변상일 9승3패, 이지현 8승4패.


▲ 차분한 기풍의 두 기사의 첫 대결에서 박승화 8단(오른쪽)이 이른 시기에 큰 우세를 확립하며 이창석 5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 89년생과 2001년생으로 12년의 나이차가 나는 두 기사. 우상쪽에서 갑자기 횡재를 한 박상진 4단이었고, 이후 '무한 버팀'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온몸을 불살라간 김세동 7단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7집반의 큰 차이로 박상진 4단의 승.


▲ "기쁘지만 갈 길이 멀다. 개인 승수가 부족해 남은 3경기를 다 이겨야 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힌 포스코케미칼 이상훈 감독(오른쪽 두 번째). 다음 15라운드는 사이버오로와 대결한다.


▲ 전반기의 패기와 조화로움은 어디로 간 것일까.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지경까지 다다른 상태에서 박정환이 버티고 있는 화성시코리요와 다음 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수려한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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