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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 박정환 꺾고 희망 살렸다

등록일 2020.01.25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
홈앤쇼핑, 화성시코리요 꺾고 PS 불씨 살려


현재 순위는 8위, 잔여 경기는 두 경기. '겨울잔치'로 가는 마지노선인 와일드카드 결정전(4-5위전)에 나가기 위해서는 '사즉생'이란 말 말고는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절박한 홈앤쇼핑이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을 살려냈다. 홈앤쇼핑은 24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를 3-2로 눌렀다. 지면 탈락이 확정되는 경기였다.

▲ 막판 기사회생을 바라는 신생팀 홈앤쇼핑과 서둘러 포스트시즌행을 확정짓고자 하는 화성시코리요가 명절도 잊은 채 일대 격전을 펼쳤다.


먼저 끝난 두 판의 전적은 1-1. 스코어 상으로는 팽팽히 맞섰지만 '무게감'이 달랐다. 관심이 집중된 1지명 대결에서 이영구 9단이 박정환 9단을 꺾은 홈앤쇼핑에 환한 등불이 켜졌다. 올 시즌 두 경기를 제외하곤 이영구가 이기면 팀도 이기고 이영구가 지면 팀도 지는 전철을 밟아온 홈앤쇼핑이었다.

이영구는 박정환의 6년 위 동문 대선배. 2017년 12월 KBS 바둑왕전에서 박정환이 승리한 이후 2년 1개월 만의 재회였다. 상대전적은 박정환이 최근 5연승에 13승4패. 1시간 장고대국에서 3시간 37분, 217수를 뒀다.

▲ 속기로 장장 2시간 37분, 335수의 혈전을 벌인 98년생 동갑내기 두 기사. 막판 한 수 늘어진 승부패를 하는 도중 심재익 4단(왼쪽)에게서 치명적인 수순 미스가 나오면서 반집의 주인이 송지훈 5단으로 바뀌었다.


시종 미세한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이영구의 투혼과 집중력이 약간 피곤해 보이는 박정환을 능가했다. 계가 직전 최소 반집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박정환이 미련없이 돌을 거뒀다. 시즌 2패(13승)를 당한 박정환은 다승왕의 꿈에서 멀어지며 지난 연말부터 이어져온 12연승도 끊겼다.

30분 뒤 심재익 4단이 뼈아픈 반집패를 당했지만 홈앤쇼핑은 덤덤히 넘어갔다. 아쉽긴 해도 이영구의 승리와 그것은 무게감에서 견줄 바가 못 되었다. 게다가 오후 4시부터 5시간 넘게 진행 중인 2시간 장고대국이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 또 한 판의 동문 선후배간 대결에서 한태희 7단(왼쪽)이 시종 미세한 승부 끝에 류수항 6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올 시즌 2시간 장고대국에 열 번 출전해 7승3패를 거둔 한태희는 8승7패, 류수항은 2승6패의 시즌 전적.


승패의 분수령인 이 판을 한태희가 제압했다. AI 승률그래프가 잠시도 쉬지 않고 요동쳤던 5시간 20분의 승부를 불계로 마무리했다. 홈앤쇼핑은 이 기세를 이어 후반전에서 한승주 7단이 최재영 5단에게 역전승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다. 마지막 5국에선 원성진 9단이 김명훈 7단을 상대로 한 판를 만회하며 최종 스코어는 3-2.

경기 결과로 어느 팀이 4위와 5위의 두 자리를 차지할 지는 더욱 안갯속이 됐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1~3위팀을 제외하면 4위~7위까지 네 팀이 7승 대열에 몰려 있고 8위 수려한합천(6승8패)도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가능성이 있다. 과연 이들 중에 최후에 웃는 팀은 누가 될까.

▲ 최재영 5단만 만나면 신이 나는 한승주 7단(오른쪽). 지난 경기에서 신민준 9단을 꺾은 여세를 몰아 승리한 것이 상대전적 6승으로 이어졌다(시즌 7승8패). 올 시즌 10승을 목표로 했다가 후반 들어 4연패(시즌 8승7패)로 가라앉은 최재영은 복기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5일 정관장 황진단(9위.4승10패)과 사이버오로(4위. 7승7패)가 17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동훈-송규상, 이현호(퓨)-홍성지, 박진솔-나현, 진시영-문유빈, 윤찬희-설현준. 전반기엔 사이버오로가 3-2로 승리한 바 있으며 박진솔-나현(승), 윤찬희-설현준(승)은 리턴매치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힘을 위주로 하는 양 팀 2지명 맞대결에서 원성진 9단(오른쪽)이 중반 결정적인 펀치 한방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6승9패의 원성진은 최근 3연승. 8승7패의 김명훈은 최근 3연패로 두 기사의 명암이 대조를 이뤘다.


▲ 마지막 경기서 사이버오로와 대결하는 홈앤쇼핑. 경쟁팀들보다 개인 승수가 적어 여전히 편치 않은 입장이지만 실낱 보다는 좀 더 두꺼운 희망이 생겼다.


▲ 고비마다 이상할 정도로 일이 안 풀리는 화성시코리요.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하위 정관장 황진단을 상대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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