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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설날에...

등록일 2020.01.26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3경기
정관장 황진단, 사이버오로에 3-2


리그 막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춧가루 폭탄'이 이번에도 터졌다. 게다가 하필이면 설 당일이어서 당한 쪽은 이만저만 쓰린 게 아니었다.

2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3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사이버오로를 3-2로 꺾었다. 포스트시즌이 일찌감치 좌절된 정관장 황진단으로선 편한 마음으로 나선 경기였고 당락의 커트라인에 물려 있는 사이버오로로선 살얼음판 승부에 나선 경기였다.

▲ 최하위 정관장 황진단이 전반기 2-3 패배를 고스란히 돌려주며 갈 길 바쁜 사이버오로의 발목을 잡았다.


한 쪽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하는 경기였고 다른 한쪽은 이기면 좋은 경기. 결국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쪽이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공표된 대진은 척 봐도 사이버오로에게 유리했다. 5지명 송규상 4단을 상대 1지명 이동훈 9단에 붙이는 대신 나머지 네 판 모두에서 지명 우위를 가져왔다. 특히 3국 속기대국은 주장 나현 9단이 박진솔 9단에게 랭킹(나현 12위, 박진솔 20위)은 물론 상대전적에서도 6승1패의 큰 우위를 보이고 있어 사이버오로는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 KB리그 해설진도 이렇게 예측했던 승부가...


한데 이 판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초반 포석을 막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전투에서 나현 9단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 와중에 홍성지 9단과 이동훈 9단이 각각 상대 퓨처스와 5지명을 제압하면서 스코어는 1-1.

중반 한 때는 박진솔 9단에게서 해프닝 같은 착각이 나오면서 역전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도 했으나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버티고 버티다 못한 나현 9단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승부의 저울추가 급격히 정관장 황진단쪽으로 기울었다.

▲ 올 시즌 반집패에 한이 많은 윤찬희 8단(오른쪽)이 또 한번 반집패에 울었다. 좌상귀에서 수를 내려다 모두 잡히면서 다 들어왔던 승리가 달아나버렸다. 용궁을 다녀온 설현준은 4연승과 더불어 8승6패, 윤찬희는 3연패로 주저앉으며 3승11패.


후반 두 판의 승부는 모두 사이버오로쪽이 불리했다. 4국의 문유빈은 약간, 5국의 설현준은 많이라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설현준 5단의 판이 먼저 끝났다. 윤찬희 8단을 상대로 극적인 반집 역전승을 거뒀다. 2-2로 따라붙었다. 남은 것은 한 판. 중계석에서 "용궁을 갔다 왔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양 팀의 시선이 모두 최종국을 향했다.

시종 미세한 승부였고 약간 뒤진 문유빈 3단이 진시영 7단을 열심히 추격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끝내 뒤집지 못했다. 진시영 7단의 후반 마무리가 완벽했다. 결국 밤 10시 반이 조금 못된 시각에 문유빈이 돌을 거두면서 정관장 황진단의 3-2 승리가 결정됐다.

▲ 설 당일의 한복 컨셉은 성춘향과 이몽룡이었을까. 맛깔나는 호흡으로 중계를 이끈 이소용 캐스터와 목진석 해설자.

"설현준 5단의 착수가 쫄깃쫄깃 하죠(?)" (목)
"설현준 5단이 99년생이예요" (이)
"아, 그래서 9초 9에 두는 군요." (목)


사이버오로는 호흡기를 달고 이어온 3연승이 끊겼다(7승8패). 이 경기를 이겼으면 3위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어려운 처지로 바뀌었다. 홈앤쇼핑과의 최종전을 무조건 이겨 놓고 경쟁팀들의 동태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6일 셀트리온(2위.8승6패)와 수려한합천(8위.6승8패)가 17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조한승-박종훈, 신진서-이지현, 이호승(퓨)-박영훈, 최정-박상진, 이원도-박승화. 전반기엔 수려한합천이 3-2로 승리한 바 있으며, 조한승-박종훈(승)은 리턴매치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이창호 9단의 양보로 퓨처스 이현호 5단(왼쪽)이 무려 12년 만에 KB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상대(홍성지 9단)가 강했다.


▲ 중반까지 좋은 흐름을 유지하던 송규상 5단(왼쪽)이었지만 승부처에서의 치명적인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동훈 9단에게는 3전 3패.


▲ 수려한합천의 박상진 4단(7승7패)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유민 3단(오른쪽.8승7패)은 여러모로 이 패배가 아팠다.


▲ 유구무언의 정관장 황진단. 화성시코리요와의 경기를 끝으로 한 많았던 이번 시즌을 마친다.


▲ 홈앤쇼핑과의 마지막 일전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사이버오로. 경기 중 양건 감독은 "한국물가정보와 Kixx를 제외한 모든 팀이 정관장 황진단을 응원하는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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