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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전승 신화'에 1승 남았다

등록일 2020.01.27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4경기
수려한합천, 셀트리온 꺾고 6연패 탈출


그야말로 '신출귀몰'했다. AI가 '한 칸 늦춰야 한다'고 권고한 장면에서 깊숙이 흑진에 쳐들어가 완벽하게 생환했다.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수읽기" "인공지능보다 더 정확한 전투력" 등등의 찬사가 중계석에서 줄을 이었다.

'전승 신화'를 향해 달리고 있는 신진서 9단이 자유자재의 한 판승으로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2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4경기에서 랭킹 9위의 이지현 9단을 맞아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 이 경기를 지면 탈락인 수려한합천이 셀트리온을 3-2로 꺾고 악몽 같은 6연패를 탈출했다.


중반까지 좋은 흐름을 보였다. 첫 번째 승부처인 우변 타개에 성공해서는 실리의 우위가 두드러졌다. 남은 과제는 중앙 흑 모양을 어떻게 삭감하느냐 하는 것. AI는 "늦춰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진서 9단의 선택은 삭감이 아닌 '침입'이었고, 이지현 9단이 포위망을 치는 순간 모든 AI 그래프가 흑쪽으로 줄달음치듯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때마침 1시간의 제한시간을 다 쓴 신진서 9단의 초읽기가 시작됐다. 주어진 시간은 1분 초읽기 단 하나.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외줄타기 곡예와도 같은 수순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막혔다. 그냥 생환이 아니라 양자충을 이용해 거꾸로 흑 넉점을 잡았다. 그런 다음 씌워진 2차 포위망 안에서도 또 한 번 절묘한 수순으로 삶을 확보하자 이지현 9단은 더이상 바둑을 둘 수가 없었다. 3시간 10분 만에 종료. 신진서 9단이 개막 15전 전승을 이어갔다.

▲ 신진서 9단이 가운데 흑 진영에 푹 뛰어드는 순간 AI 승률 그래프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그저 수가 보였기에 결행했다"는 국후의 신진서 9단이다.


단일 시즌 최다연승을 경신해 나가고 있는 신진서 9단은 그 기록을 15연승으로 늘렸다(작년부터 정규리그 24연승 신기록 행진도 함께 벌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바둑리그 16년 역사상 없었던 '전승 신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려한합천, 6연패 탈출하며 4위로 껑충
-'어부지리' Kixx, 2위 확정...30일 통합라운드로 3~5위팀 가려져


다소 여유가 있는 상위팀과 절박한 하위팀의 대결에서는 8위 수려한합천이 2위 셀트리온을 잡고 악몽 같은 6연패를 탈출했다. 반환점을 1위로 돌았던 수려한합천으로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던 후반기 첫승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3-2. 탈락의 위기에서 주장 박영훈 9단이 선봉에 섰고 팀의 막내 박종훈 4단이 리드타를, '예비여' 박승화 8단이 결승점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신진서 9단과 최정 9단의 2승에 그쳤다.

▲ 승패의 분수령이었던 2시간 장고대국에서 박종훈 4단이 6연패를 끊은 것이 팀이 6연패를 탈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한승 9단에겐 전반기에 이은 연승. 밤 9시 반에 종료되며 5시간 30분의 최장 기록을 썼다. 조한승의 1월 랭킹은 19위, 박종훈은 87위.


순위표는 또 한 번 크게 요동쳤다. 7승8패가 다섯 팀이나 되는 상황에서 개인 승수가 가장 많은 수려한합천은 8위까지 밀려났던 순위가 4위로 껑충 뛰었다. 패한 셀트리온(8승7패)은 2위에서 3위. 가만 앉아 있다 수려한합천의 덕을 본 Kixx(9승7패)는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었다.

9개팀이 참가해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다가오는 목요일(30일)에 통합라운드로 정규시즌의 모든 일정을 마친다. 1위와 2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3위~8위까지 여섯 팀이 세 장의 티켓을 놓고 겨루는 마지막 일전이다.

▲ 최정 9단(17위)은 지난 경기에서 신예 강자 박하민 7단을 꺾은 데 이어 올 시즌의 신인왕 후보 박상진 4단(48위)을 꺾었다. 상대전적 2승과 함께 8승6패의 시즌 성적. 중반 들어 박상진의 잇단 승부수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대단한 전투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지막엔 정확한 수순으로 대마를 잡으며 종국.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해설진이 전원일치로 조한승 9단의 손을 들어준 1국의 뒤바뀐 결과가 팀 승패도 바꿔 놓았다.


▲ 올 시즌 상대 1.2지명과의 대결이 잦았던 이호승 4단(오른쪽). 7번째 등판에서 박영훈 9단을 만나 지나친 대마 공격으로 역전패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즌 3승4패의 전적.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은 박영훈 9단은 3연승과 더불어 10승(4패)고지에 올랐다.


▲ 이원도 7단에게 상대전적 2패로 뒤져 있던 박승화 8단(왼쪽)이 첫승을 결승점으로 장식했다.


▲ 수려한합천의 운명은 마지막 한국물가정보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극과 극으로 바뀐다. 이기면 3위까지 넘볼 수 있고 지면 탈락할 가능성이 많다.


▲ 셀트리온은 5위 이하로 밀릴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포스코케미칼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 "전반기 때만 하더라도 1승의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1승을 하게 되어 기쁘다. (후반기에 달라진 원인은) 제 오더가 좀 안 좋았던 것 같고, 마지막 경기에선 선수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고근태 감독)

"팀의 후반 연패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제 연패를 끊었고, 아직 잘 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박영훈 9단)


▲ 새해 들어 자신(17위)보다 랭킹이 높은 박정환.신진서.나현 9단에게는 졌고, 자신보다 낮은 박하민 7단(23위) 등 5명에게는 모두 이겼다(5승3패). 실력으로 랭킹을 증명하는 동시에 안정감이 더해지고 있다는 증거.


▲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절정 고수로 치닫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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