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2차전 결산] 양딩신 7연승, 한국 침묵, 이야마 1승
▲ 2차전 첫 번째 시합인 본선 5국에서는 일본의 이치리키 료 8단에게 승리한 양딩신 9단(오른쪽). 이 바둑이 연승한 바둑 중에서 그나마 엎치락뒤치락했던 일국이었다. (4연승째)
부산에서 진행된 본선2차전에서 한국팀은 승리 없이 2패만을 당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11월 22~26일 부산 농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제21회 농심신라면배 본선 2차전 5~9국이 열렸다. 이번 본선 2차전에서도 1차전에서 3연승을 거뒀던 중국 양딩신 9단의 원맨쇼가 계속 이어졌다. 일본의 이치리키 료 8단, 한국의 이동훈 9단, 일본의 쉬자위안 8단, 한국의 신진서 9단을 연파하고 4연승을 더해 무려 7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2차전 마지막 대국인 본선 9국에서 일본의 주장 이야마 유타 9단에게 패해 연승이 멈췄다.
▲ 본선 6국에 한국의 이동훈 9단이 출전했으나 우변 접전에서 실패한 이후 기회는 없었다. 양딩신 9단(왼쪽) 5연승.
▲ 본선 7국은 양딩신 9단(왼쪽) vs 일본의 쉬자위안 8단. 양딩신 9단이 완승을 거두며 6연승째를 거뒀다.
▲ 본선 8국에는 한국의 신진서 9단이 출전해서 기대를 모았으나 중반 큰 실수를 한 이후로는 기회가 없었다. 양딩신 9단(왼쪽) 7연승 타이기록 수립.
▲ 본선 9국에는 일본의 마지막 주자인 주장 이야마 유타 9단(오른쪽)이 등장해서 양딩신 9단의 연승을 저지하고, 일본에 첫 승리를 안겼다.
이야마 유타 9단은 현재도 일본 일인자이지만 과거 일본 7대 기전을 전부 차지했던 때와 비교하면 위상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지금은 4관왕이다. 특히 이야마 유타 9단은 세계 대회에만 나오면 더욱 성적이 초라했다. 과거에는 반타작이라도 했었는데, 2018년부터는 성적이 뚝 떨어져서 6승 12패, 2019년에는 2승 7패에 그치고 있었다.
본선 9국이 시작했을 때 많은 한국 바둑팬들은 양딩신 9단이 기세등등하게 7연승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9단의 8연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마 유타 9단이 모처럼 괴력을 발휘하여 양9단의 연승을 멈춰 세운 것이다.
▲ 1차전 3연승, 2차전 4연승, 합해서 7연승으로 역대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운 중국의 양딩신 9단.
농심신라면배의 역대 최장 연승은 2016년 제18회 때 중국의 판탕위 9단이 세운 7연승이었다. 이번에 양딩신 9단도 똑같이 7연승으로 타이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것은 한 시즌의 기록이고, 여러 시즌에 걸친 연승 기록은 잘 알려졌다시피 제1~6회까지 이창호 9단이 세운 14연승이다. 당시 이창호 9단은 모두 주장으로 나와 한국팀을 우승시킨 연승 기록으로 중국과 일본의 주장들을 모두 물리치며 세운 불멸의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불멸의 기록이 있다. 바로 농심신라면배의 전신인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1996~1997년)에서 서봉수 9단이 세운 9연승이다. 당시 서봉수 9단은 한국팀 2장으로 출전해서 중국 선수 5명, 일본 선수 4명을 물리치고 한국팀 우승을 혼자 결정지었다.
만약 이야마 유타 9단이 양딩신 9단에 패하고, 양딩신 9단이 그 다음 박정환 9단마저 물리쳤다면 서봉수 9단의 기록과 타이기록이 나올 수도 있었다.
▲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대진표
다음 본선 3차전은 내년 2월 1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속개된다. 순서에 입각해서 본선 10국은 박정환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이 대결한다.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은 5승 2패로 앞서 있다. 그 중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세 번 만나서 박정환 9단이 2승 1패인데, 공교롭게도 그 세 판이 모두 본선 10국이었다. 최근 3년 동안의 성적은 박정환 9단이 4전 4승. 그래서 이야마 유타 9단은 승리 후의 인터뷰에서 “박정환 9단에게 항상 패했기 때문에 이번 한 번 정도는 꼭 이기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박정환 9단 입장에서는 본선 9국에서 양딩신 9단이 이기나, 이야마 유타 9단이 이기나 한국팀 우승을 위해서는 5연승을 거둬야 하는 것은 똑같다. 그러나 양딩신 9단이 이겼다면 9연승의 제물이 되는 것이기에 심적인 부담이 훨씬 컸을 터이다. 그런 부담도 없고 상대 전적도 좋은 이야마 유타 9단부터 상대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2월 20회 농심배 본선 10국에서 이야마 유타 9단과 대결했던 박정환 9단(오른쪽). 박정환 9단은 당시 이 바둑은 승리했으나, 그 다음의 당이페이 9단과의 본선 11국에서 패해 중국에 우승을 넘겨줬다.
어쨌든 박정환 9단은 상하이에서 열리는 본선 3차전에서 5연승을 거둬야 한국팀을 우승시킬 수 있다. 2004~2005년 제6회 대회 때 이창호 9단이 기적의 상하이 대첩을 거둘 때 거뒀던 연승수가 바로 ‘5연승’이다. 과연 박정환 9단이 상하이 대첩을 재현할 수 있을지, 이제 모든 한국 바둑팬들은 박정환 9단만 쳐다보고 있다.
■ 선수단 명단
한국 : 박정환, 신진서, 이동훈, 김지석, 원성진
중국 : 커제, 판팅위, 미위팅, 셰얼하오, 양딩신
일본 : 이야마 유타, 쉬자위안, 이치리키 료, 야마시타 게이고, 무라카와 다이스케
■ 본선 3차전 일정 (중국 상하이)
- 2020년 2월 17일 ~ 21일 : 10국 ~14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