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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상케이블카, 격전 끝에 서귀포 칠십리 꺾고 5위로

등록일 2020.06.13

6월 13일(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이용찬 감독)과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의 4라운드 3경기가 이어졌다. 지난 경기가 3, 4위 팀의 경쟁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5, 6위 팀의 경쟁.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으므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현호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1~3대국의 오더는 일부러 짜맞춘 듯 팽팽하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지는 제1국은, 최정 이전 시대에 박지은과 함께 ‘쌍벽의 전설’을 이룬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2패)과 최정시대의 강자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 1승 2패)의 에이스격돌. 두 선수 모두 초반 불운에 정체하고 있으나 언제든 치고 올라설 수 있는 기량이 있다. 상대전적은 조혜연 기준 5승 2패.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2승 1패)과 이도현(서귀포 칠십리 3지명, 1패)의 제2국은 삼척 해상케이블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민진의 우세가 예상되나 지난해 신예로서 서울 부광약품의 2지명으로 지명될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은 이도현이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첫 대결.

제3국은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 1승 2패)와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 2승 1패)의 신구 2지명 맞대결. 주목받는 신예이긴 해도 김은지보다는 휴식기를 끝내고 돌아와 빠른 적응을 보여준 박지연의 관록과 저력에 무게가 실리는 한판. 그러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김은지의 잠재력은 주의해야 한다. 역시 첫 대결.

바둑TV 중계팀(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이 주목한 하이라이트는 제2국. 3지명의 싸움이지만 최근 이민진이 부진한 1지명 조혜연 대신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1승이 아쉬운 삼척 해상케이블카로서는 이 승부의 결과가 대단히 중요하다. 제2국은 이민진(백)의 원숙함이 돋보인 승부였다. 예전에는 투지와 끈기로 승부했다면 이 대국에선 시종 침착하고 유연한 행마로 전국을 이끌다가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압박하는 완급조절이 좋았다. 초반 좌상 쪽 접전의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도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따라가는 전략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도현의 무리한 우변 침투에 포위망을 크게 넓히며 중앙 흑 대마를 위협하는 패를 결행, 상변을 크게 잡으면서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반면, 이도현은 지난해 노출된 중후반 이후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약점을 아직 제대로 고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초중반까지 상위랭커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다가도 번번이 후반에 역전패하는 패턴이 재현됐다. 삼척 해상케이블카, 귀중한 선승.

조혜연(흑)이 오랜만에 장고대국에 출전해 이목을 집중시킨 제1국에서는 오정아가 완승을 거두었다. 초반 좌하 쪽 절충에서 오정아가 기분 좋은 형태를 구축했고 이후 반면운영에서도, 우하귀의 날카로운 응수타진과 상변 굳히기 등 행마의 전환과 완급조절에서 일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여러 악재를 만나 마음고생이 심한 조혜연은 뜻하지 않은 연패의 불운까지 겹치는 느낌. 4라운드에 이르는 동안 매번 승부를 무리하게 서두르다 형세를 그르친 대국들은, 팬들이 열광했던 조혜연의 그 바둑이 아니었다. 필승의 의지도, 책임감도 좋지만 바둑은 마음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멘탈 승부’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대국에서도 좌하귀에서 스스로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놓고 패를 서두르다 망가뜨렸다. 이후는 오정아의 완벽한 빗장걸기, 더 이상 조혜연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정아의 완승으로 1승 1패, 팀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정판이 된 제3국은, ‘괴물신인’ 김은지(흑)가 지난해 2지명 부름을 받고 출격했던 신예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준 승부였다. 중반까지 중앙과 우변을 크게 장악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박지연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중앙과 좌하귀, 우변과 상변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난전으로 이어졌는데 지난해 2지명을 출전했던 대개의 신예들이 중후반 이후 역전을 허용한 데 반해 김은지는 마지막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까지 어울리며 끝내 재역전의 승리를 끌어냈다. 박지연으로서는 아쉬운 승부. 우변의 작은 패에 연연하지 말고 상변을 지켰더라면 박지연의 승리 확정이었다. 승리한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5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한 계단 내려와 6위. 두 팀이 서로 자리를 바꿨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도 돌아온 바둑황제의 기운을 받아, 올라가자. 얍!


▲ 서귀포 칠십리 쪽에도 돌아온 황제는 있었다. 우리도 필승의 힘!


▲ 가장 먼저 대국실에 들어와 준비 중인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필승의 의지보다 마음의 안정을..


▲ 대국 규정을 설명하고 대국 개시를 선언하는 김성진 심판위원.


▲ 이도현(서귀포 칠십리 3지명)은 지난해 서울 부광약품의 2지명으로 발탁될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 올해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 큰 승부에 강한 '끈기와 투지의 화신'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의 기풍이 변했다. 한층 유연하고 원숙해졌다.


▲ 모처럼 장고대국에 출전한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서두르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이용찬 감독의 배려가 아닐까.


▲ 아직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았으나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는 균형감각이 좋고 기복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 8시에 시작된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과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의 제3국. 다수의 관측자들이 여기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민진이 삼척 해상케이블카에 첫 승전보를 알렸다. 유연하게 바뀐 기풍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이도현의 숙제는 지난해와 같다. 초, 중반까지는 누구와 겨뤄도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췄다. 문제는 급격하게 무너지는 중후반의 반면운영. 과외라도 받아야 할까.


▲ 두텁고 균형감 좋은 행마로 서서히 상대를 압박하는 오정아의 강점이 잘 드러난 승부였다. 좌하귀에서 위기를 맞았으나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 안타까운 조혜연. 기량에는 문제가 없다. 너무 서두른다. 반전무인, 평정심을 찾는 마인드콘트롤이 절실해 보인다.


▲ 김은지가 대형신인의 존재감을 입증한 한판. 초중반에 구축한 우세를 중후반에 모두 날렸으나 반집을 다투는 종반에 승리의 길을 찾아냈다. 잘 어울리다 종반에 무너지는 신예들의 약점을 빨리 극복했다.


▲ 아쉬운 박지연. 중반까지 고전했으나 맹렬하게 따라붙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형세를 뒤집었다. 끝내기단계에서 신경전 같은 우변 패에 매달리지 말고 먼저 상변을 지켰으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 어느새 4라운드 3경기가 끝났다. 1, 2위 전승팀의 대결만 남겨둔 현재 각 팀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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