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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광약품, 전승팀 격돌에서 보령 머드 꺾고 단독선두 굳혀

등록일 2020.06.14

6월 14일(일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서울 부광약품(권효진 감독)과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의 4라운드 4경기가 속개됐다. 4라운드 모두 흥미진진한 경기였지만 그 중에서도 팬들이 가장 기다려온 승부가 바로 이 경기다. 두 팀 모두 3승 무패로 격돌해 한 팀은 4연승 단독선두로 올라서고 또 한 팀은 1패를 안고 2위로 물러서야 하는, 전반기 초반 최고의 매치다.

장건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1~3대국의 배치를 보면 일단, 오더전략은 서울 부광약품의 성공으로 보인다. 3지명 장혜령을 보령 머드 1지명 최정에 붙이고 1, 2지명이 보령 머드 2, 3지명과 겨루게 된 매칭은 조금이라도 서울 부광약품이 편해 보인다.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 3승)과 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 1승 2패)의 제1국(장고대국)은 리그 최상위랭커인 데다 3연승을 달리며 승부리듬까지 절정을 보이고 있는 김채영 쪽으로 기울어진다. 끈질긴 ‘집념의 화신’ 강다정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김채영 기준 4승 무패의 상대전적을 볼 때 강다정의 고전 예상.

최정(보령 머드 1지명, 3승)과 장혜령(서울 부광약품 3지명, 1패)의 제2국은, 설명이 필요 없는 여자바둑의 최강자 최정의 승리보다 지난 시즌 사이버오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예 장혜령이 여자바둑 49연승의 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최정을 상대로 얼마나 잘 싸우느냐가 관심사일 것 같다. 상대전적은 최정 기준 2승 무패.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김미리(서울 부광약품 2지명, 3승)와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 2승 1패)이 맞붙은 제3국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리그에 셋밖에 없는 전승(3승) 기록자로서 초반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 김미리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 중인 신예 김경은의 격돌은 이미 다수의 관측자들로부터 ‘승부의 결정판’으로 주목됐다. 김미리 기준 2승 무패의 상대전적도 그렇지만 아직은 약간의 기복을 보이는 김경은보다 김미리 쪽에 무게가 실린다.

바둑TV 중계팀(진행-배윤진, 해설-최명훈)이 주목한 바둑은 최정과 장혜령의 제2국. 초반 우상귀 쪽 정석진행을 무난하게 일단락한 장혜령(백)이 하변 흑 세력의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전국의 흐름도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백이, 하변 쪽 취약한 두 점을 방치한 채 우하귀 흑의 어깨를 짚어간 수가 고전의 단초가 됐다. 최정은 하변부터 중앙까지 이어진 백 대마를 넓게 포위해 추궁하면서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50여 수가 넘어갈 때 흑의 AI 승률이 75%를 넘어섰다. 장혜령도 그냥 쫓기지 않고 중앙, 우변, 우하귀 쪽에 기습을 노리며 대마의 타개를 꾀했으나 최정의 철벽 봉쇄를 뚫지 못하고 돌을 거두었다. 승리한 최정은 국내 여자바둑 50연승, 여자바둑리그 21연승의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보령 머드 선승.

제2국이 끝날 때까지 진행된 제1국의 상황은 우변에서 두터움을 구축한 김채영(흑)의 압승무드. 돌이 얽힌 중앙에서 요석을 잡힌 백이 지리멸렬된 형태다. 80수가 지날 무렵 AI가 보여준 흑의 승률 80%를 넘어섰다. 종반으로 갈수록 냉철해지는 김채영의 스타일로 볼 때 강다정의 역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제2국 최정승리, 제1국 김채영 승리 유력. 두 팀 승부의 윤곽이 1승 1패로 굳어지고 있을 때 8시가 넘었고 김미리(서울 부광약품)과 김경은(보령 머드)의 제3국이 시작됐다. 관측자들의 예상대로 사실상, 이 대국이 승부판.

초반 구도는 네 귀를 차지한 흑(김미리)이 좌변에 단단한 세력을 구축했고 백(김경은)은 하변 세력에 무게중심을 두고 좌상, 상변에 또 하나의 큰 세력을 구축했는데 좌상 쪽과 우상귀 쪽 접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백이 귀를 차지하고 귀를 내준 흑이 상변에 터를 잡으며 중앙으로 진출해 기분 좋은 흐름. 좌상전투에서 백이 강경하게 버티면서 패가 발생했고 이 패의 대가로 중앙 백 4점을 잡은 흑이 우위를 점했다. 좋은 형세의 바둑을 끝까지 침착하게 잘 마무리한 김미리의 반면운영이 돋보인 만큼 형세를 비관한 김경은의 무리도 두드러졌다. 김경은은 하변을 흑 쪽에 내준 뒤 무리한 자충의 형태를 감수하며 우하 쪽 흑 대마를 공략하다가 역공을 당해 패색이 짙어졌고 혼신을 다해 추격전을 폈으나 이미 크게 벌어진 집의 차이를 만회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 부광약품 김채영, 김미리 나란히 4연승 거두며 팀의 단독선두 견인. 패한 보령 머드는 인천 EDGC와 3승 1패 동률을 기록했으나 개인승수에서 1승 뒤져 3위로 내려앉았고 인천 EDGC가 2위로 올라섰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장건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 정아 언니, 긴장하세요. 말은 했지만 살살 좀 해주세요. 장혜령(서울 부광약품 3지명)은 지난해 최정과 한솥밥 먹던 동생이었다.


▲ 내 사전에 패배는 없어. 연전연승, 나도 내가 언제 멈출지 몰라. 과연 최정(보령 머드 1지명)은 누가 막아세울까?


▲ 올해는 나도 전승을 노려볼 테다. 리그에서 셋뿐인 3승 기록자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


▲ 보령 머드 2지명 강다정의 고뇌. 아아, 안 풀린다(나는 왜 강자만 만나는 거야?) 7연패의 천적 이유진 넘어섰더니 4연패를 안겨준 김채영이 나왔다.


▲ 김미리(서울 부광약품 2지명)과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의 제3국은 이 사진 한 장뿐이다. 관측자들은 일찌감치 이번 경기의 승부판으로 지목했는데..


▲ 최정이 보령 머드의 선승을 알렸다. 국내여자바둑 50연승, 여자바둑리그 21연승의 축포.


▲ 뭐, 최정 언니를 이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정없이 쫓길 줄도 몰랐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골몰하는 장혜령.


▲ 승리인터뷰하는 최정. 경은아, 경은아. 내가 너를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는데..


▲ 서울 부광약품의 에이스 김채영도 4연승으로 승리신고. 이로써 팀의 승부는 1승 1패.


▲ 강다정은 끈질기게 따라붙어 종반에 승부를 거는 역전형인데 김채영은 종반으로 갈수록 냉철한 스타일. 열심히 싸웠지만 상대가 워낙 강한 데다 상성도 좋지 않았다.


▲ 중앙 백 4점을 잡아서 편해졌고 나쁘지 않은 형세라고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았어요. 김미리도 4연승.


▲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원투펀치를 보는 감독과 동료들은 얼마나 흐뭇할까.


▲ 4라운드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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