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여수 거북선, 부안 곰소소금 꺾고 7라운드 4위 도약

등록일 2020.07.05

7월 5일(일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7라운드 4경기가 이어졌다. 리그 5위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과 6위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대결. 전반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다.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여수 거북선은 전반기를 중위권 유지로 마감하고 후반기 스퍼트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전략이 그런 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우승팀 부안 곰소소금은 7라운드까지 6위로 끌려 내려온 결과가 아무래도 불만이겠다.

대진오더는 이번에도 그럴 듯하다. 관전의 재미를 위한 매치메이커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매 경기마다 최선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제1, 2국에서 두 팀 1, 2지명의 크로스매칭이 이루어지고 제3국에서 3지명끼리 격돌하는 멋진 데칼코마니를 그려냈다.

김혜민(여수 거북선 1지명, 4승 2패)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 4승 2패)이 맞붙은 제1국(장고대국)은 각각 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승부다. 허서현이 상대전적에서 김혜민에게 연승을 거둔 통계만큼 승리가 유력해 보이지만 승부호흡이 길고 형세 유, 불리에 잘 흔들리지 않는 김혜민이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관계자들의 판단은 호각.

제2국,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 3승 3패)과 송혜령(여수 거북선 2지명, 3승 3패)의 대결도 흥미롭다. 6라운드까지의 성적은 약속처럼 똑같이 3승 3패. 상대전적은 오유진이 5승 4패로 한걸음 앞서 있으나 큰 의미는 없다. 역시 호각의 승부.

이영주(여수 거북선 3지명, 2승 3패)와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3지명, 0승 4패)의 제3국은 이영주가 1승을 거둔 상대전적보다 전반기 4연패의 부진에 빠진 이유진의 컨디션이 더 크게 부각된다. 이유진이 정상의 승부리듬을 회복했다면 이 대국도 예측불허. 단순하게 상대전적을 따지면 부안 곰소소금의 압승도 가능하겠으나 모든 대국이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박빙의 싸움이라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두 팀 감독들의 피가 마르겠다.

박승현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먼저 시작된 제1, 2국 중 바둑TV 해설팀(진행-류승희, 해설-최명훈)의 선택은 오유진(흑)과 송혜령의 제2국. 지켜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드라마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송혜령에게는 통한의 역전패, 오유진에게는 가시밭길을 견디고 견뎌내 기어이 끌어낸 역전승이었다.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중반, 우상 쪽 백 일단을 압박하던 흑이 공격에 실패하고 거꾸로 쫓기는 처지가 되면서 백의 낙승무드 장면. 상변 흑이 두점머리를 맞는 순간 AI 승률이 백 쪽으로 기운 뒤 종반까지 백의 이길 확률이 70~80%를 오르내린 형세였다. 중앙 흑 대마를 선수로 살리긴 했으나 철통같은 좌변 백 세력에 갇힌 흑 일단이 문제. 먼저 두어도 살 수 없는 흑이 백 세력 안에서 좌충우돌하다가 좌상귀로 건너가 살아버렸다. 백이 얻은 대가는 좌하귀 흑인데 최악의 바꿔치기였다. 차라리 하변을 관통하고 중앙 흑을 잡았으면 여전히 백의 승리. 좌변 흑을 살려준 뒤 백은 벼랑 끝을 향한 수순만 밟아 패배의 계곡으로 추락했다.

제2국이 오유진의 역전승으로 끝날 때 제1국에선 부안 곰소소근의 허서현(백)이 AI 승률 90% 이상의 우세를 확립하고 종반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부안 곰소소금의 승리가 확정적이었는데 거기서 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소름 끼치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좌상변 쪽에서 백 일단을 차단하는 패가 발생했다. 승리를 확신한 허서현이 알기 쉽게 정리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실수를 범했고 순식간에 형세가 뒤집혔다. 흑이 백의 팻감을 불청하고 패를 따내면서 상전벽해, 말 그대로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해버렸고 승리를 눈앞에 두었던 백이 급전직하,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끝나버렸다. 제2국처럼 보고도 믿기 어려운 역전패.

1승 1패의 상황에 승부의 결정판으로 시선을 모은 제3국은 흑을 쥔 이영주(여수 거북선)의 승리로 끝났다. 결과론이지만 바둑이, 양파의 실뿌리보다 더 섬세한 마음을 다스리는 멘탈승부임을 생각하면 같은 3지명이라도 팀의 승리도우미로서 상대팀 1지명을 꺾어주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영주와 6라운드까지 4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진(부안 곰소소금)의 승부는 처음부터 결정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 이후 더 강해졌다는 말을 듣고 있는 김혜민(5승 2패), 이영주(3승 3패)의 합작으로 승리한 여수 거북선은 인천 EDGC를 끌어내리고 4위까지 뛰어올랐고 패한 부안 곰소소금은 서귀포 칠십리와 팀, 개인 승수에서 동수를 기록했으나 승자승의 우위로 6위를 유지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박승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경기다,


▲ 장고대국에 출전한 여수 거북선 김혜민(흑, 1지명 4승 2패).


▲ 장고대국에서 김혜민과 맞선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백, 2지명 4승 2패). 상대전적은 2승으로 앞서 있다.


▲ 제2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 현재 3승 3패로 에이스로서는 약간 미흡한 성적.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만큼 1승을 보태야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 여수 거북선의 2지명이지만 역할은 1지명급이다. 송혜령이 힘을 내야 팀도 살아난다.


▲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는 팀이 꼭 필요할 때 승리에 기여하는 살림꾼.


▲ 부안 곰소소금은 3지명 이유진이 4연패의 사슬을 끊어내야 후반기를 기대할 수 있다.


▲ 제2국은 기가 막힌 드라마였다. 송혜령은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쳤고 오유진은 용궁에 다녀온 토끼처럼 극적으로 승리했는데 팀의 승부는 또 한 번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 장고대국에선 여수 거북선의 김혜민이 드라마를 만들었다. 좌상 쪽에서 패가 나기 전 AI가 진단한 김혜민의 이길 확률은 10%대에 불과했는데 그걸 뒤집었다.


▲ 망연자실한 허서현.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허서현이 패하는 순간 부안 곰소소금의 희망도 좌초했다.


▲ 승수는 많지 않지만 팀이 꼭 필요할 때 이겨주는 여수 거북선 3지명 이영주.


▲ 안타까운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이렇게 무기력한 5연패를 기록할 선수가 아닌데..부진 탈출이 후반기의 제1과제다.


▲ 동안이라고요? 글쎄요. 아무튼 뭐, 이겼으니까 아무래도 좋아요. 결혼 이후 더 강해진 여수 거북선 김혜민, 이영주.


▲ 전반기 7라운드가 모두 종료된 현재 각 팀 순위. 여수 거북선은 4위까지 도약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