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부산 KH에너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의왕 인플러스 밀어내고 3년 연속 우승

등록일 2019.12.27

12월 27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특별대국실(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19 시니어바둑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 <부산 KH에너지>와 <의왕 인플러스>의 오전경기(제1, 2국)가 시작됐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1차전에서 승리한 <부산 KH에너지>는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대망의 3년 연속 우승을 이루게 된다.

1차전에서 오전경기에 완패한 <의왕 인플러스>로서는 비상한 오더전략이 필요한 상황. 어차피 조치훈이 출전하는 <부산 KH에너지>는 빈틈이 없는 팀이다. 상대를 정확하게 알고 인정해야 냉철하게 싸울 수 있다. 오전 8시에 제출된 오더는 <의왕 인플러스>의 고심이 깃든 배치로 보인다(앞쪽이 의왕 인플러스). 제1국 김종준(흑, 3지명 정규리그 6승 8패, 포스트시즌 2승)-조치훈(백, 1지명 정규리그 11승, 포스트시즌 1승), 제2국 서봉수(백, 1지명 정규리그 11승 2패, 포스트시즌 2승 3패)-강훈(흑, 3지명 정규리그 10승 4패).

간단하게 분석하면 제1국, 조치훈과 김종준은 아직 상대전적이 없다. 관계자 대부분이 조치훈의 승리를 예상하지만 뚝심과 배짱이 좋은 김종준이 낯선 상대인 만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제2국에서 서봉수가 상대전적 59승 16패로 압도해온 강훈을 잡아주면 일단, 성공이다(물론, 여기서도 뒤집히지 말란 법은 없다. 강훈은 정규리그 내내 정상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왔고 서봉수는 포스트시즌 들어와 2승 3패로 부진한 상황이다). 아무튼 <의왕 인플러스>로서는 <부산 KH에너지> ‘필승의 조커’ 조치훈을 피해 가는 전략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제3국에서 조대현-장수영의 리턴매치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하루 전 조대현이 패했고 제3국에 배치할 때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불안은 있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카드다.

<부산 KH에너지>가 거둔 정규리그 10승 4패 중 3패는 조치훈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였고 조치훈을 출전시키고도 패한 경기는 후반기 9라운드 1경기였다. 이때 <상주 명실상감 한우>는 제1국의 부진한 2지명 장수영에게 상승세를 탄 2지명 백성호를 배치하고 제2국에서는 1지명 조치훈에게 3지명 문명근을 붙여 전력누수를 최소화한 다음 제3국에서 후반기 접어들어 연승의 기세를 탄 1지명 김종수가 3지명 강훈과 맞붙어 승리를 끌어냈다. 확실한 오더전략의 승리였다. <의왕 인플러스>가 벼랑에 몰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내놓은 오더가 9라운드 1경기의 <상주 명실상감 한우> 이상의 카드라고 봤을 때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바둑TV 해설진(진행-김지명, 해설-김만수)의 시선을 끈 하이라이트는 2019 시즌 ‘무패의 원톱’으로 떠오른 조치훈과, 강자와 맞붙을수록 더 힘을 내는 싸움꾼 김종준의 대결. 뒤가 없는 <의왕 인플러스>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만큼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흑을 쥔 김종준은 초반 정석취향부터, 거물 조치훈에게 추호도 밀리지 않는 힘과 수읽기로 중반까지 탄탄하게 버텨내 관계자들로부터 ‘이러다가 진짜 일 내는 거 아니냐?’란 말까지 들었으나 종반 무렵 백을 압박하던 고삐를 잠시 늦추는 바람에 조치훈의 능란한 반면운영에 말려들었고 결국, 실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백기를 들어올렸다. 조치훈, 정규리그 11연승에 챔피언리그 2승을 보태 13연승. 다승왕 김수장이 포스트시즌에서 패배를 기록하는 바람에 조치훈이 2019 시니어바둑리그 유일한 전승 기록자가 됐다.

제2국도 예상대로 서봉수의 승리로 끝났으나 내용은 파란만장했다. 승리의 기회는 강훈 쪽이 훨씬 많았고 종반까지 중앙 백 대마를 위협하면서 여유 있게 골인할 수 있는 구도였다. 그랬다면 챔피언결정전 2차전도 오전경기로 싱겁게 끝이 나고 <부산 KH에너지>의 3년 연속 종합우승이 결정되는데 ‘저력의 명인’ 서봉수의 진가는 패색이 짙어진 종반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변 백 일단을 무리하게 끌고 나와 우변과 하변의 실리를 최대한 키워 실리의 균형을 맞췄고 결국,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상대전적에서 현저하게 밀린 난적과의 대결을 승리의 문턱까지 이끌었던 강훈으로서는 아쉬운 패배. 서봉수의 진땀나는 승리로 오전경기를 1승 1패로 마친 결과는 <의왕 인플러스>의 전략 그대로였으나 거기까지가 최선이었다.

하루 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두겠다’는 다짐대로 침착하게 초반의 우위를 종반까지 잘 지켜내 승리한 장수영과 제3국의 중압감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조대현의 리턴매치는 이미 상대전적(장수영 기준 14승 4패)에서도, 기세에서도 <부산 KH에너지>로 기울어져 있었다. 흑을 쥔 조대현은 초반 양외목이라는 낯선 포진으로 이 한판에 쏟은 절실한 승리의 집념을 표출했으나 반면운영은 그 집념을 잇지 못했다. ‘한국형 우주류’로 불리던 전성기의 강력한 중앙바둑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밀어붙여야 할 때 물러섰고 한번 물러선 뒤에는 치고 나올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애써 쌓은 세력은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고 쉽게 무너졌다. 상대전적의 차이가 크긴 했어도, 기량의 차이에 의한 패배라기보다는 1승 1패에서 펼치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제3국의 중압감의 싸움에서 조대현이 졌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정규리그의 부진을 만회하며 <의왕 인플러스>를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으나 큰 승부를 더 많이 경험한 장수영의 관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많은 팬들의 예상대로 <부산 KH에너지>가 3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승한 <부산 KH에너지>, 축하하고 포스트시즌 3위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선 신생팀 <의왕 인플러스>의 선전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부산 KH에너지> 김성래 감독이 ‘우리는 1지명만 셋’이라고 거리낌 없이 자랑했던 조치훈-장수영-강훈의 화려한 라인업은 올해로 끝이 난다. ‘한 팀이 같은 선수를 3년 이상 보유할 수 없는’ 리그 규정 때문에 장수영, 강훈은 방출해야 하고 조치훈은 아직 차기리그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사실상, 팀 해체(?)와 같은 이 파급효과는 2020 리그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강 <부산 KH에너지>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2019 시니어바둑리그 2위 <김포 운봉 루헨스> 8승 6패, 3, 4위 <의왕 인플러스>, <삼척 해상케이블카> 공동 7승 7패, 5~8위 <부천 판타지아>, <의정부 희망도시>, <상주 명실상감 한우>, <영암 월출산> 공동 6승 8패로 리그 막판까지 치열했던 각 팀의 순위싸움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규모는 지난 대회보다 1억 3000만원이 증액된 5억 4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65만원, 패자 35만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책정됐다. NH농협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시니어바둑리그의 모든 경기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바둑TV가 영상으로 생중계한다.

3개월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2019 시니어바둑리그 포스트시즌 진행 상황.


▲ 전력평가나 상대전적으로 보면 오전 경기는 1승 1패의 구도다. <의왕 인플러스>로서는 최선의 오더.


▲ 챔피언결정전 2차전 박진열 심판위원. 오전경기가 1승 1패가 되면 오후경기에 한번 더 수고해주셔야..


▲ 그럼, 대국을 시작해주십시오. 특별대국실(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티비 스튜디오) 전경.


▲ 김종준(흑)은 상대가 누구든 위축되지 않는다는 배짱이 강점이다. 낯선 상대를 만난 조치훈(백)에게는 뜻밖의 난적이 될 수도..


▲ 상대전적으로는 서봉수(백)가 크게 앞서 있으나 시니어바둑은 하루가 다르다. 대국자 상성이나 그날 대국 컨디션이 더 크게 작용하고 강훈(흑)은 상승세다.


▲ 하이라이트는 조치훈-김종준의 제1국. 이미 알려진 전력평가보다 지금 당장의 대국 내용을 봐야 할 승부다.


▲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면서도 실수가 없는 조치훈의 끝내기는 완벽했다. 김종준도 최선을 다해 버텼으나 종반의 차이를 좁힌 정도. 조치훈, 2019 시니어바둑리그 13연승!


▲ 역시, 안 되나? 초, 중반까지는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여 팽팽하게 잘 싸운 김종준. 종반의 반면운영이 아쉬웠다.


▲ 용궁 갔다온 명인. 예상대로 승리하긴 했으나 내용은 종반까지 패색이 짙은 상태로 끌려가던 바둑이었다. 그래도 최후에 '이긴 자가 강하다'는 진리를 입증.


▲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승리를 눈앞에 두고 무너진 강훈. 팀은 이기고 우승도 했지만 기여를 못해서 아쉽다. 차기에는 확실한 1지명.


▲ 오후경기가 시작됐다. 하루 전 승리한 장수영과 패배한 조대현의 리턴매치. 상대전적, 팀의 상황, 모든 면에서 조대현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 승리의 애용품일까. 수읽기에 맞춰 손가락 사이에서 쉴새없이 구르던 장수영의 악력구?


▲ 아차차, 형세는 유리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장면은 역시 불편하다.


▲ 여러 가지 조건에서 조대현이 극복해야 할 중압감이 너무 큰 승부였다. 그래도 <의왕 인플러스>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어온 선수는 조대현이다.


▲ 이런 선수들이 뛰는데 우승 못하면 욕먹을 거 같아서 저도 열심히 했습니다(부산 KH에너지 김성래 감독).


▲ 2020 시즌 출전은 아직 몰라요. 정든 형, 동생하고 헤어지고.."선수보호 3년규정 나빠요." 의리파 조치훈.


▲ <부산 KH에너지> 3년 연속 우승 위업의 현장을 지켜보는 눈, 눈, 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