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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 1위 보령 머드 꺾고 벼랑 끝 3승

등록일 2020.07.25

7월 25일(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10라운드 3경기가 속개됐다. 2020 여자바둑리그 유일무이한 전승(9연승)을 달리고 있는 ‘세계의 원톱’ 최정을 앞세워 1위를 점령한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와 선수들의 엇박자로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더 이상 뒤가 없는 벼랑까지 내몰린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의 대결.

아무래도 1위 <보령 머드>보다는 다급한 <서귀포 칠십리> 쪽으로 눈길이 간다. 여덟 팀 중 세 팀이 6승을 기록 중인 2020리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승수는 대략 7~8승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인데 그렇다면 <서귀포 칠십리>는 남은 경기를 다 이기고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공개된 대진오더는 당겨진 고무줄을 보듯 팽팽하다. 각각 양 팀의 1지명이 출전한 제1국(보령머드 최정 대 서귀포 칠십리 이도현전 1승), 제3국(서귀포 칠십리 오정아 대 보령머드 박소율전 첫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전제하면 제2국이 승부의 결정판이 될 것인데 제2국에서 격돌할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 5승 4패)과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 4승 4패)의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호각이다. 승부의 저울추는 관록, 총체적 전력, 큰 승부 경험을 비교할 때 박지연 쪽으로 기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지만 급성장 중인 김경은의 잠재력도 무시할 순 없다.

6시 30분, 장건현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생방송 진행은 김여원 캐스터, 해설 홍성지 해설위원. 이 경기의 승부판으로 주목된 박지연과 김경은의 제2국을 집중 해설했는데 박지연(백), 김경은(흑) 두 선수 모두 ‘제2국이 승부’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대국에 임했던 것 같다.

그만큼 긴장이 컸고 부담이 많은 결전이었다. 중반전의 형세는 백 우세. 백이 중앙 흑의 단점을 들여다봤을 때 긴 고민 없이 어느 한쪽을 잇지 않고 밀어간 수가 실착. 백이 의도했던 연타로 하변을 들여다봤을 때 이을 수 없는 약점이 드러났고 흑 한 점이 관통당하면서 하변이 크게 들어가서는 백 우세 확립. 두 번째 변화는 비세를 의식한 김경은이 중앙을 갈라온 백을 공격하면서 발생했다. 흑의 무리였고 백이 상변으로 무난하게 탈출하면 흑이 곤경에 처하게 될 상황에서 백이 과욕을 범해 김경은에게도 기회가 왔다. 백의 무리수를 날카롭게 받아치면서 중앙 백 일단이 모조리 잡혀서는 흑의 대역전승 무드. 전국의 경계도 변화의 여지가 거의 없는 형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또 다시 변화가 생겼다. 흑이 갑자기 우하귀에서 하지 않아도 될 패를 만들어 큰 손해를 자초하면서 극미한 반집의 형세가 됐다. 미세한 반집싸움에서는 두 선수가 많은 실수를 주고받으며 AI승률도 한수가 교환될 때마다 흑백을 오가며 요동을 쳤는데 결국, 흑이 좌하귀에서 패를 만드는 끝내기와 우상귀 밀어가는 큰 끝내기를 모두 놓치면서 박지연이 반집의 행운을 가져갔다. 303수 백 반집승.

8시 30분 제3국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1국(장고대국)도 끝났다. 중반전까지 최정(백)의 위기가 있었는데 제2국을 살피고 돌아왔을 때는 백이 우상일대의 대마도 수습하고 중앙에 끊기는 곳도 교묘한 축머리 선수로 방비한 뒤 하변 흑이 잇고 버틸 수 있는 곳까지 먼저 끊어 잡아 단숨에 우위를 점했다. 이후는 늘 그렇듯 최정의 알기 쉬운 교통정리로 끝났다. 224수 백 불계승. 최정이 단독질주 10연승을 기록했으나 팀의 승부는 1승 1패 원점으로 돌아가 제3국에서 결정하게 됐다.

승부는, 애초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운명의(?) 제2국’에서 반집승을 가져가는 순간 제3국에 1지명 오정아(흑)를 출전시킨 <서귀포 칠십리> 쪽으로 기울었고 그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최근 두 경기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회복한 오정아는 특유의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보령 머드>의 새내기 박소율을 압도했다. 나올 때마다 1지명과 맞서게 돼 ‘1지명 담당’이 돼버린 박소율도 중반 한때 오정아를 앞지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너무 엷은 형태가 문제가 됐다. 상반부 백의 실리를 허용하면서 두터운 철의 장성을 쌓은 오정아는 좌, 우변의 백 대마에 맹공을 퍼부으며 우하일대에 백의 실리를 모두 감당하고도 남을 세력을 구축해 승세를 굳혔다. 비세를 의식한 박소율이 우하귀 깊숙이 뛰어들어 게릴라전을 감행했으나 흑 세력은 탈출불가의 철옹성이었고 침입한 백 일단이 모두 잡히면서 승부도 끝났다.

승리한 <서귀포 칠십리>는 3승을 기록하며 잿더미 속에서 반딧불 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불씨를 살렸고 패한 <보령 머드>는 2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6승 팀 셋, 5승 팀 셋, 4승 팀 둘, 3승 팀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근소한 차이의 접전을 펼치고 있어 최종라운드에 이르러야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윤곽이 모두 드러날 것 같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장건현 심판위원의 경기규정 설명과 대국개시 선언.


▲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티비 스튜디오에 마련된 경기장. 6시 30분에 제1, 2국이 시작되고 8시 30분에 제3국이 이어진다.


▲ 제1국(장고대국)에서 랭킹1위 최정과 맞선 <서귀포 칠십리>의 이도현(흑).


▲ 2020 여자바둑리그 유일무이한 전승(9연승) 질주 중인 <보령 머드> 최정. 제1국에 출전, 10연승을 향해 출발!


▲ 이 경기의 승부판으로 관전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제2국. <보령 머드>에서는 급성장 중인 김경은이 나섰다.


▲ <서귀포 칠십리>에서 가장 안정적인 박지연이 승부판 제2국에 출전했다. 김경은과의 상대전적은 1승 1패.


▲ <서귀포 칠십리>의 전략은 제1, 2국을 1승 1패로 끝내고 제3국에서 1지명 오정아가 승리를 결정하겠다는 것.


▲ 또 1지명이야? 네 번 출전해 네 번 모두 상대 팀 1지명과 맞서게 된 <보령 머드>의 4지명 박소율. 한 번이지만 1지명을 꺾은 전력이 있다.


▲ 제2국은 일찌감치 이 경기의 승부를 결정할 대국으로 주목될 만큼 선수들의 긴장과 부담이 큰 대결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관록과 큰 승부 경험이 많은 박지연이 반집의 행운을 가져갔다.


▲ 10연승! 누가 최정의 연승을 저지할까.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2020 여자바둑리그 14연승의 신화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 최정이란 상대가 버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쉽다. 중반까지, 흐름은 분명히 이도현이 주도했다. 오늘도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역전패. 숙제가 오래 간다.


▲ 제3국은, 정상을 회복한 오정아의 완승. 중반 한때 박소율이 좋았던 시기가 있었으나 우변 백의 형태가 무너지면서 급전직하했다. <서귀포 칠십리>가 전략대로 승리했다.


▲ 여전히 벼랑 끝에 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서귀포 칠십리> 계속 응원해주세요. 오정아, 박지연 승리인터뷰.


▲ 10라운드 3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승리한 <서귀포 칠십리>는 여전히 8위지만 앞선 팀들과 승차를 좁혀 아직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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