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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아찔했던 결승점

등록일 2020.11.28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
바둑메카의정부, 정관장천녹에 3-2


최고령리거(이창호. 45세)와 최연소리거(문민종. 17세)의 동시 출전, 패기 넘치는 영건들의 총출동, 거기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까지. 전날 개막전에 이어 이틀째 접어든 KB리그 경기는 형형색색의 메뉴로 잘 차려진 성찬을 보는 듯했다. 과거 6년간 정관장의 감독을 맡았던 김영삼 감독이 이제는 친정팀을 상대로 칼을 들이밀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고 공교로웠다.

신규입성한 바둑메카의정부가 패기 넘치는 출발을 보였다. 바둑메카의정부는 27일 저녁 바둑TV에서 펼쳐진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에서 정관장천녹을 3-2로 꺾었다. 3-0 일직선으로 승부를 끝낸 다음 후반 가선 두 판을 내주는 스토리였다.

▲ 겁없는 패기로 무장한 신생팀과 신구의 조화를 내세운 전통 강호의 대결에서 싱그러움이 관록을 눌렀다.


'영건' 박상진.설현준 승리 합작...'기대주' 문민종은 이동훈 벽에 막혀

돌아온 김영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바둑메카의정부는 선수선발식때 설현준.문민종.박상진 등 장래의 기재들을 싺쓸이하다시피 해 주목을 받은 팀. 어린 선수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므로 김 감독 스스로도 "첫 걸음을 어떻게 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기대 이상의 활약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박상진(2001년생 4지명)이 정관장천녹의 배테랑 백홍석 9단을 뉘며 승리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설현준(99년생 2지명)도 지난해 KB리그 신인왕 문유빈을 상대로 한판승, 동그라미 두 개가 연달아 그려졌다. 김 감독의 믿음에 어린 선수들이 패기로 부응한 결과였다.

▲86년생과 2001년생으로 15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 상대전적에서 백홍석 9단에게 3패만을 당해왔던 박상진 4단(오른쪽)이 마침내 반격의 첫승을 거뒀다. 각자 2시간의 장고대국이 일찌감치 한쪽으로 승부가 기울며 불과 3시간, 173수 만에 종료됐다.


오히려 쉬울 줄 알았던 김지석의 결승점이 김 감독의 애간장을 녹였다. 많이 유리했던 바둑이 중반 들어 이창호 9단의 외통 승부수에 걸리면서 대마가 절명할 위기에 빠졌다. 그래프가 반대쪽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멘탈이 무너졌을 상황. 하지만 김지석은 달랐다.'사활귀신'소릴 듣는 사람답게 절묘한 수로 위기를 벗어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에는 이창호 9단이 아쉬운 마음에 계가까지 마치면서 5집반차의 결과.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반영하듯 반상에는 공배를 제하고도 348수가 놓였고, 오후 5시에 시작한 승부가 밤 9시 25분이 되서야 결말을 드러냈다.

▲승부와는 무관했지만 이번 시즌 최연소리거(17)이자 올해 가장 핫한 선수로 꼽히는 문민종 3단(오른쪽)의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은 5국. 랭킹 93위가 5위를 꺾기엔 조금 역부족이었을까. 중계석에서 "어마어마한 힘에 공격력이나 수읽기 모두 뛰어나지만 정교함에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동훈 선수는 다 알고 두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오갔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문민종의 데뷔전은 정관장진녹 1지명 이동훈의 벽에 막혀 실패로 돌아갔다. 정관장천녹은 패했지만 이 승리에 2지명 김명훈이 마지막에 1승을 더 보태며 2승을 만회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28일엔 수려한합천(고근태 감독)과 킥스(김영환 감독)가 1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정환-박승화(6:1), 박진솔-박영훈(3:4), 강유택-백현우(0:0)), 송지훈-안성준(1:2), 윤준상-김정현(2:1, 괄호 안은 상대전적).

▲ 경기 시작 직후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양 팀 감독. 구 정관장 감독과 신 정관장 감독의 대면이기도 하다.

"친정팀과 대결하는 느낌인데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팀을 약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김영삼 감독. 왼쪽)

"우리팀은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잘 화합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최명훈 감독. 오른쪽)




▲ 또 하나의 관심판이었던 양 팀 신예 강자들의 첫 대결. 나이(99년생)는 한 살 어리지만 지명과 랭킹에서 크게 앞선 설현준(오른쪽)이 완승의 내용으로 문유빈을 꺾었다.


▲ 둘째가라면 서러운 파이터들답게 시종 화끈한 펀치를 주고받은 두 기사. 올 시즌 2지명으로 승격한 김명훈(오른쪽)이 군복무를 마치고 리그에 복귀한 이원영에 승리하며 상대전적 2승2패의 균형을 깼다.


▲ 2기 영재입단대회 출신으로 11월 랭킹이 15위까지 치솟은 설현준 6단. '깜짝 2지명'이란 소리가 서운하지 않을까.


▲ 지난 8월 글로스배 우승 이후 인터넷상에서 신진서 9단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민종 3단. 김영삼 감독이 전격 3지명으로 발탁할 정도로 뜨거운 기대가 쏠리고 있다.


▲ 지난 시즌 최하위에서 올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정관장천녹. 최명훈 감독(사진 오른쪽)은 "이창호 9단의 장고판 기용은 설령 '오픈 카드'라 치더라도 기대하는 면이 있다."며 계속 밀고갈 뜻임을 밝혔다.


▲이번 시즌 8개팀 중에서 평균 연령(23.2세)은 가장 낮고 평균랭킹(36.8)은 가장 높은 바둑메카의정부. 과거 정관장 감독 시절 박진솔을 발탁해 대박을 터뜨린 김영삼 감독이 이번에 다시 '저평가주' 위주로 뽑았다는 사실이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킥스팀에서 3년 있다가 이적했지만) 특별히 맏형으로서 가지는 부담 같은 건 없다. 우리팀 선수들은 다 아직 어리고 잠재력이 풍부해서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강팀으로 부상하리라 본다" (김지석 9단. 오른쪽)

"올해는 4지명으로 내려와서 부담이 좀 덜한 것 같다. 목표는 9승 정도로 잡고 있다." (박상진 4단.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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