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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지명 투혼' '1%의 기적'...바둑메카의정부, 설날에 웃었다

등록일 2021.02.13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
바둑메카의정부, 한국물가정보에 3-2 승


김지석은 든든하게 팀을 지켰고 '의정부의 아들' 이원영은 LG배 우승자를 꺾는 투혼을 발휘했다. 여기에 설현준은 '1%의 기적'으로 1승이 절실한 팀의 목마름을 풀었다.

이 세 명이 차례로 승리한 바둑메카의정부는 설날인 12일 저녁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를 3-2로 눌렀다. 7승5패로 혼돈의 중위권 대열에서 가장 먼저 몸을 빼낸 바둑메카의정부는 두 라운드를 남겨 놓고 포스트시즌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 설날 펼쳐진 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를 3-2로 누른 바둑메카의정부는 3연패 후 2연승, 한국물가정보는 3연승 후 2연패로 희비가 갈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깨비들 속에서 안방을 지키고 있는 김지석 9단은 또 한번 주장다움을 보였다. 대통령배 우승 경력의 20위 박하민 8단과의 리턴매치에서 완승을 거두며 11전 전승의 원성진 9단에 이어 두 번째 개인 10승(2패) 고지에 올라섰다.

수훈은 '사기 5지명' 소릴 듣는 팀의 핵심 이원영 8단이었다. 2시간 장고판에서 5시간 32분의 격전 끝에 LG배 우승자 신민준 9단을 꺾었다. 후반 한 때 역전당할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집념으로 지켜낸 승리였다. "상대가 워낙 역전을 잘하는 선수여서 한사코 버텼고 나중엔 계가가 잘 되서 이길 수 있었다"는 국후 소감.

▲ 최근 미세한 승부가 많았던 김지석 9단(왼쪽)이 중반의 카운터로 모처럼의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전후반기 모두 승리한 상대전적은 5승1패.


2-1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바둑메카의정부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진행 중인 후반 4국과 5국이 모두 불리했기 때문. 특히 전반기의 리턴매치로 펼쳐진 5국은 설현준 6단이 초반부터 무리하다가 폭삭 망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다. 경기 전 상대전적은 설현준 6단이 강동윤 9단에 2승.

4국의 박상진 4단 판으로 시선을 돌려 보았지만 거기도 가망이 없기는 마찬가지. 한데 이런 상황에서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체념하고 눈길도 안 줬던 5국에서 기적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 초반 접전에서 하변 일대를 몽땅 수중에 넣은 강동윤 9단(백). 이 때 설현준 6단의 승률은 1%대에 불과했다. 강동윤 9단의 패인은 상변 돌파를 등한시한 것. 이후 온 천지가 흑집으로 변하면서 믿기 어려운 1집반 역전승이 펼쳐졌다.


▲ "제가 최근에 중계한 바둑 중에선 최고 큰 차이의 역전이 아닌가..." (송태곤 해설자)

"특정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고 바둑인의 한 사람으로 강동윤 9단의 아픔에 동감이 가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이소용 진행자)


송태곤 해설자 "평소 같으면 강동윤 9단 왕십리에서 날밤 지샐 바둑"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패배. 마지막에 허영호 9단이 승리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큰 한국물가정보였다. 셀트리온과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진격은 커녕, 8승4패로 후퇴하며 외려 하위팀의 추격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물가정보를 응원했던 중위권 팀들의 입에서 모두 '억' 소리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 송태곤 해설자. 기적 적으로 3위에 올라선 바둑메카의정부는 7승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2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로까지 형편이 폈다. 다만 문민종 3단과 박상진 4단, 두 명의 루키가 여전히 제자리를 못 찾고 있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

▲ 개인적으로 행운과 복이 많기로 손꼽는 김영삼 감독(왼쪽). 그래서 일까. 이랬던 분위기에서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3일 포스코케미칼(6승5패)와 정관장천녹(4승7패)이 12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최광호-이창호(1:0), 이창석-김세동(0:1), 변상일-이동훈(5:5), 최철한-백홍석(5:5), 박건호-김명훈(3:2, 괄호 안은 상대전적).

2020~2021 KB리그의 팀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6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2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초읽기 1분 1회). 속기: 10분(40초 초읽기 5회)




▲ 한 경기를 쉬고 돌아온 문민종 3단(오른쪽)이지만 내용 면에선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3지명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정기 6단과의 첫 대결에서 완패.


▲ 15살 차이가 나는 두 기사의 첫 대결에서 관록의 허영호 9단(오른쪽)이 박상진 4단에게 물샐틈 없는 승리를 거뒀다.


▲ 자력으론 1위 탈환이 어려워진 한국물가정보 . 남은 라운드에선 포스코케미칼, 셀트리온과 대결한다.


▲ "팀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겨서 기쁘다"는 이원영 8단(왼쪽)이고 "초반에 잘 모르는 모양이 나온 데다 속기로 경황이 없어서 망하고 시작했다"는 설현준 6단이다.


▲ LG배 우승 이후 용성전 예선에서 패하는 등 1승3패를 기록 중인 신민준 9단. 팀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마당에 언제쯤 '우승 후유증'에서 벗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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