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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정유진, 이번엔 1지명 잡았다

등록일 2021.07.10

데칼코마니 같은 오더가 나왔다. 1국 허서현(서울 부광약품 1지명)-유주현(포항 포스코케미칼 3지명), 2국 박지연(서울 부광약품 2지명)-김미리(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3국 정유진(서울 부광약품 3지명)-권주리(포항 포스코케미칼 1지명).

2국에서 2지명 맞대결이 성사됐고 1,3국은 각 팀 1지명과 3지명의 크로스매치다. 2국의 상대 전적은 4-4이고, 1,3국은 공식 첫 대결이다. 상대 전적까지 완벽하게 팽팽한 오더였다. 하지만 결과는 데칼코마니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다수가 승부판으로 본 2국을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가져갔지만 팀 승리를 얻지는 못했다. 서울 부광약품 3지명 정유진이 1지명을 꺾고 승부를 뒤집었다.

정유진은 올 시즌 4승 4패를 기록하며 3지명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유진이 거둔 4판의 승리는 모두 팀 승리로 이어졌다. 필요할 때마다 이겨주는 막내가 감독의 눈엔 '복덩이'로 보일 수밖에 없다.

9일 열린 8라운드 2경기에서 서울 부광약품이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2-1로 눌렀다. 중상위권의 자리다툼이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서울 부광약품이 승리하며 5승 3패, 3위 자리를 지켰다.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4승 4패가 되면서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 김미리와 박지연의 전반기 리턴매치. 1라운드에 이어 8라운드도 김미리가 승리를 가져갔다.


2국은 박지연과 김미리의 전반기 리턴매치. 각 팀의 맏언니들이 만난 무게감 있는 대결에서 김미리가 다시 한번 승리를 가져갔다. 대국 초반 박지연의 판단 미스를 정확하게 집어낸 김미리는 좌상귀 흑을 잡고 우위를 점했다.

▲ [박지연(흑)-김미리] 백 ▲로 둔 장면.


▲ 실전은 흑이 좌상을 지켜두지 않고 3으로 손을 돌렸고, 이 수로 인해 바둑이 상당히 어지러워졌다.


▲ 흑이 ▲로 막아두었으면 알기 쉬운 진행이었다.


▲ 실전 진행. 흑이 손을 뺐으니 백은 당연히 1로 두어 좌상 흑을 추궁했다.


▲ AI가 추천한 진행. 좌상귀 흑을 버리고 두라는 뜻인데, 사람이 이렇게 냉정하게 둘 수 있을까. 이렇게 둘 것이었다면 애초에 좌상귀를 막고 지켜두었을 것이다.


▲ 실전 진행. 백은 잡으러 가고 흑은 타개하는 양상이 됐다.


▲ 흑1이 패착. 백2로 두자 흑의 타개가 쉽지 않아졌다.


▲ 6까지 진행되어 좌상 흑돌이 죽자 백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 흑이 이렇게 두어 백의 약점을 추궁했으면 서로 어려운 바둑이었다.


김미리는 유리해진 이후로 한 번의 실수 없이 탄탄한 마무리로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6승 2패를 기록 중인 김미리는 역대 최고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1,3국에 각 팀의 주장이 자리하고 있어, 승부판으로 본 2국의 승리를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가져가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 허서현-유주현. 2연패를 당하며 주춤하는듯했던 허서현이 다시 컨디션을 되찾고 안정적인 내용을 선보이며 승리했다.


1국은 허서현과 유주현의 대결. 신예 유주현은 여자바둑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최근 열린 지지옥션배와 하림배 모두 본선에 진출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안정적인 기풍의 허서현과 난전으로 이끄는 승부호흡이 좋은 유주현은 이번이 공식전 첫 만남.

허서현이 상승세의 유주현을 누르고 스코어를 1-1로 맞춰놓았다. 허서현의 안정적인 반면 운영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우세를 잡은 허서현은 유주현이 장점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고 알기 쉽게 판을 정리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 정유진-권주리. 3지명 정유진이 1지명을 잡으며 팀 승리를 가져왔다. 정유진의 올 시즌 성적은 4승 4패. 3지명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3국에서 서울 부광약품 3지명 정유진이 1지명 권주리를 잡는 개가를 올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1-1의 상황에서 터트린 천금 같은 결정타였다. 대국 중반, 서로 중요한 자리를 외면한 채 바둑을 두어 가면서 양팀 검토실의 피를 말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모두가 쳐다보던 그 자리는 결국 정유진이 차지했고 이 수로 인해 승기를 잡았다.

▲ [권주리(흑)-정유진] 백이 ▲로 둔 장면. 이때 A의 곳이 서로 차지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백▲도 A의 곳에 이었어야 했다.)


▲ 두 선수가 A의 곳을 외면한 채 계속 다른 곳을 두자 AI 승리 확률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요동쳤다. 흑이 한 수를 두면 백의 승리 확률이 올라가고, 백이 한 수를 두면 흑의 승리 확률이 올라갔다. 즉, 다른 곳은 쳐다보지 말고 계속 A의 곳에 두라는 뜻이었다.


▲ 결국 중요한 자리는 백의 손에 들어왔다. 흑이 1로 차단했을 때 백2로 잇자 A와 B가 맞보기가 되면서 흑이 곤란해졌다. 아무래도 흑은 형세를 비관하고 있었던 것 같다. 2의 곳에 두어 백을 잡아도 형세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실전처럼 두었을 텐데, 비관할 형세는 아니었다.


▲ 실전 진행. 흑이 좌변을 지킬 때 백이 중앙을 제압하고 승기를 잡았다.


허서현이 선취점을 가져오고 정유진이 결정타를 날리면서 서울 부광약품이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2-1로 꺾었다. 4승 3패의 두 팀이 만난 대결에서 서울 부광약품이 승리하며 상위권을 유지했고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10일 순천만국가정원과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8라운드 3경기로 이어진다. 대진은 김상인-조혜연(0:2), 오유진-김은선(6:1), 박태희-김채영(2:5, 괄호 안은 상대 전적).





▲ '2패, 2승, 2패, 2승 법칙에 따르면 이번에 이길 차례였는데...!'


▲ '이번 시즌 목표는 10승, 현재 60% 달성!'


▲ '소고기 먹고 힘내서 이겼어요!'


▲ '다른 기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나….'


▲ '지금까지 성적은 잊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 '슈퍼루키? 복덩이? 다 좋아요!'


▲ 포항 포스코케미칼 검토실.


▲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


▲ 권효진 감독과 허서현의 승자 인터뷰.
"(지난 두 경기 역전패 때문에) 사실 마음이 많이 속상했고요. 저번 라운드에서는 저 때문에 팀이 진 거 같아서 팀한테도 많이 미안했고... 네 좀 많이 슬펐습니다." (허서현)
"마침 팀 관계자 분들과 회식을 해서 소고기를 실컷 먹었고요. 충분히 위로가 됐을 것 같습니다." (권효진 감독)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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