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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전에 짜릿한 결정타 날린 정연우

등록일 2021.07.12

전반기를 7전 전승으로 퍼펙트하게 마무리한 선수는 조승아와 최정 두 명뿐이었다. 그런 두 선수가 속해있는 서귀포 칠십리와 보령 머드가 후반기의 시작인 8라운드에서 맞붙게 됐다. 두 절친 감독이 사인을 주고받은 것인지, 모두가 바라왔던 조승아와 최정의 빅매치가 성사되었다.

빅매치의 승자는 최정이었지만, 팀 승리는 서귀포 칠십리가 가져갔다. 생일을 맞은 이민진이 반집으로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고 이번 시즌 처음 출전한 정연우가 좋은 내용을 선보이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서귀포 칠십리는 모두가 우승 후보라고 인정하는 보령 머드를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2-1로 꺾으며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11일 열린 8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서귀포 칠십리가 보령 머드를 2-1로 누르고 4승 4패를 기록했다. 서귀포 칠십리는 4승 4패인 3팀 중 개인 승수가 가장 많아 4위까지 뛰어올랐다. 보령 머드는 5승 3패가 되어 2위가 됐고 보령 머드의 패배로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단독 선두에 올랐다.



▲ 조승아-최정.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조승아와 수식어가 필요 없는 원톱 최정이 만난 전승자 대결에서 최정이 승리하며 개인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모두가 기다린 조승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와 최정(보령 머드 1지명)의 빅매치가 2국에서 성사되었다. 7전 전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는 두 선수가 만났기 때문에 승자는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상대 전적은 최정 기준 5-0이지만 최근 조승아는 성적과 기량 모두 최고점을 찍은 상태. 알맞은 타이밍에 서로 만나게 됐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두 선수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 수 한 수 두어질 때마다 스릴이 넘쳤던 한 판이었지만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 경기치고는 다소 허무하게 끝난 느낌이었다.

초반은 조승아의 완벽한 리드였다. 최정을 상대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두어나가며 100수만에 AI 승리 확률 그래프를 9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상귀에서 평소 조승아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치명적인 수읽기 착각이 등장했고, 결국 이 착각이 승부와 직결됐다.

▲ [최정(흑)-조승아] 백이 수를 내려는 장면.


▲ 백▲로 이은 수가 착각에 의한 대실착이었다.


▲ 백▲가 정수. 이렇게 두었다면 흑이 백을 잡기 어려운 형태였다.


▲ 흑이 잡으러 온다면 이런 식의 진행이 되는데 A의 약점 때문에 B로 잡으러 오기가 힘들다.


▲ 백▲로 뒀을 때 흑1로 둬서 타협 한다면 2로 잡아 백이 많이 우세한 형세.


▲ 실전 진행. 이렇게 되어선 백이 사는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 실전 진행. 백은 이 모양을 패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그냥 잡는 수가 있었다.


▲ 패를 내는 방법은 A와 B 두 가지.


▲ 이렇게 두면 흑선패가 된다.


▲ 이렇게 두어도 패가 나는데 이건 백선패가 된다. 백은 두 변화 중 하나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 백을 잡는 방법도 A와 B 두 가지가 있었다.


▲ 흑1로 치중가면 백을 잡을 수 있다.


▲ 백2로 호구치는 변화도 백이 잡힌다.


▲ 백2로 이어도 역시 안된다.


▲ 이 변화도 3으로 뛰면 흑이 연결되어 백이 잡힌다.


▲ 흑1로 붙여도 백을 잡을 수 있다. 백2에는 흑3이 좋은 수.


▲ 백이 1,3으로 두면 흑을 잡을 수는 있지만...


▲ 흑이 잇고 난 뒤...


▲ 다시 치중을 하면 백이 죽게 된다.


▲ 실전 진행. 그런데 흑은 백을 잡으러 가지 않고 ▲로 뻗었다. 최정은 우상귀 백 사활을 못 보고 있던 걸까? 국후 확인해본 결과, 백을 잡는 수는 보고 있었지만 B로 잡는 수만 보고 있어서 잡고도 많이 활용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 실전 진행. 우상귀 사활을 보고 있던 최정은 하변 흑 모양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비해놓은 후 우상귀 백을 잡았다. 위험을 감수한 노련함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통해 깔끔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한 노련한 작전이 통하면서 최정이 승리를 가져갔다. 완벽한 초반을 보여줬던 조승아로서는 아쉬운 패배였다. 최정은 8전 전승을 거두며 개인 다승 단독 선두에 오르게 됐다. 주장전에서 최정이 승리하며 보령 머드가 1-0으로 앞서나갔다.

▲ 강다정-이민진. '역전의 여신' 이민진이 행운의 반집승을 거뒀다.


1국 장고대국은 이민진(서귀포 칠십리)과 강다정(보령 머드)의 2지명 맞대결. 두 선수의 상반된 흐름이 재밌다. 리그 초반 2연승으로 쾌조의 출발을 보인 이민진은 최근 2연패를 당했고, 반대로 리그 초반 2연패를 당하며 부진했던 강다정은 최근 2연승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경기 내용이었다. 초반은 강다정이 압도하며 큰 차이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하변 전투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친 뒤 역전을 허용했고, 다시 상변을 뚫고 재역전했다. 끝내기에 들어선 시점에서는 강다정이 확실하게 여유 있는 형세였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이민진이 끝내기에서 1집씩 야금야금 이득을 봤고 끝내 반집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강다정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패배였고 생일을 맞은 이민진에게는 서프라이즈 선물 같은 승리였다. 서귀포 칠십리의 이민진이 행운의 승리를 거두며 스코어를 1-1로 맞춰놓았다.



▲ 박소율-정연우. 4지명 맞대결에서 첫 출전한 정연우가 승점을 올리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결국 승부는 3국 정연우(서귀포 칠십리)와 박소율(보령 머드)의 4지명 맞대결에서 가려지게 됐다. 정연우는 이번 시즌 첫 출전. 박소율은 세 번째 출전이다.

후반기를 시작하는 8라운드에 처음으로 출전하게 된 정연우는 전투로 판을 이끌어 강점으로 삼는 수읽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출전에 좋은 내용으로 승리한 정연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둑TV 홍성지 해설자는 "수읽기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바둑을 잘 둘 줄은 몰랐다."면서 정연우의 경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연우의 결정타로 서귀포 칠십리가 보령 머드를 2-1로 꺾고 8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7월 15일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부안 새만금잼버리의 9라운드 1경기로 이어진다. 9라운드의 대진은 12일 오후에 공개된다.





▲ '내가 그 사활을 못보다니...'


▲ '궁금하셨죠? 저는 사활을 보고 있었답니다.'


▲ '민진 언니, 제 생일은 5월 31일이에요...'


▲ '생일 선물 고마워요!'


▲ '감독님, 여기서 이렇게 뒀어야 하나요?'


▲ '첫 출전, 첫 승리! 짜릿해. 최고야.'


▲ 보령 머드 검토실.


▲ 보령 머드의 원성진 코치가 검토실에 함께했다.


▲ 서귀포 칠십리 검토실.


▲ 팀 동료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이민진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깜짝 놀라며 행복해하는 이민진의 모습.


▲ '생일에 팀 승리까지!' 행복한 하루를 보낸 서귀포 칠십리.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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