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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변상일, 메이저 세계 챔피언 올랐다 

등록일 2023.10.231,085


몇 년 전만 해도 변상일(26) 九단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급발진’이었다.

본인 말로는 ‘당시 수가 너무 잘 보여서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한다. 경솔한 수로 좋은 바둑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이는 변상일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그랬던 변상일이 ‘신중 모드’를 장착하면서 한꺼풀을 벗었고, 드디어 염원하던 메이저 세계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7월 19일 중국 충칭(重慶)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3번기 2국에서 변상일 九단이 홈링의 리쉬안하오 九단에게 21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0으로 춘란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관련 상보 44쪽). 변상일 九단은 17일 결승1국에서도 219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결승3번기 직전까지 뒤졌던 상대전적도 3승 3패로 동률을 만들었다. 

GS칼텍스배도 2년 연속 준우승 끝에 첫 우승
춘란배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탄 변상일 九단은 GS칼텍스배에서도 첫 우승에 성공했다.

7월 31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5번기 3국에서 변상일 九단이 최정(27) 九단에게 20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0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21년과 2022년 연속 ‘신공지능’ 신진서 九단의 벽에 막히며 준우승에 그쳤던 변상일이 세번째 우승 도전 끝에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정 九단과의 껄끄러운 성(性) 대결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변상일 九단은 7월에만 두 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무관에서 단숨에 2관왕에 올랐다.

춘란배 우승상금 15만 달러(약 2억 원)와 GS칼텍스배 우승상금 7000만 원을 보탠 변상일 九단은 금년에만 5억 3000만 원 넘게 벌어들이며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금년 성적은 8월 22일 현재 55승 26패로 다승 공동3위를 기록 중이다.

두 개의 타이틀을 연이어 차지하면서 한 단계 성장한 변상일 九단을 만나 우승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 달 동안 두 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연거푸 거머쥐며 무관에서 단숨에 2관왕으로 도약했습니다.
2관왕까지 할 줄 몰랐는데 짧은 기간에 2관왕이 된 것이 믿기지 않고 정말 좋습니다.

-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습니다. 적진에서 대면대국을 통한 승리였는데, 비대면 대국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두게 되면 상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둘 수 있어 마음이 더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면대국을 두다 보면 대국 중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상대가 있는데, 그러면 신경이 좀 쓰이거든요. 바둑판을 보고 있어도 시선이 느껴집니다. 앞에서 머리카락을 꼬거나 하는 것도 그렇고요.

- 대국 중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본인 습관도 있을것 같은데요?
사실 제가 바둑 두는 영상을 보질 않아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수했을 때는 뭔가 표정에서 나타나는 것 같긴 합니다.

- 그럼 본인 말고 다른 기사들의 대국 영상은 시청하시나요?
바둑은 주로 기보로만 접하고 있습니다. 바둑이 아닌 짧은 동영상(숏폼)은 자주 보긴 합니다(웃음).

- 춘란배 결승 출발 직전 ‘컨디션이 좋지 않고 자신이 없다’라고 했는데, 2-0으로 승리했습니다. 결승직전까지 상대전적도 리쉬안하오 九단에게 1승 3패로뒤졌는데, 결승을 대비해 특별히 준비했던 작전이 있었는죠.
초반 공부를 좀 했습니다. 리쉬안하오가 초반에 어떻게 둘지 연구를 좀 한 것 말고는 특별히 했던게 별로 없습니다. 결승1국에서 불리한 바둑을 끝내기 들어가서 역전했던 것이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춘란배 4강에서 신진서 九단에게 완승을 거둘 때처럼 리쉬안하오가 최고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 리쉬안하오 九단과 대국 중 특이한 점은 없었나요?
다른 기사에 비해 대국 중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 4강에서 탕웨이싱 九단에게 역전승을 거두는  등결승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밟았습니다. 우승하기까지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다고 생각하시는죠.
리웨이칭과의 8강전도 대역전승이었고, 4강전도 마찬가지로 엄청 힘들게 이겼습니다. 내용적으로는 결승보다 8강과 4강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춘란배 우승으로 한층 더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몇 차례 더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는죠.
너무 거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앞으로 다섯 번은 더 우승하고 싶습니다.

- 특별히 더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될 지 잘은 모르겠지만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삼성화재배 우승은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삼성화재배는 본선부터 결승까지 한 번에 몰아서 두는 게 마음에 들거든요. 체력적인 부담이 약간 있긴 하지만 모두 동일한 조건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저는 한번에 다 끝내는 대회방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춘란배 우승 이후, GS칼텍스배에서도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GS칼텍스배 우승도 두 번 준우승 끝에 이룬 우승이라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최정 九단과 남녀 대결 구도여서 부담이 더 됐을것 같은데 3-0 쾌승을 거뒀습니다. 3-0 결과는 예상하셨는죠.
몇 대 몇으로 끝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지금 현재에 집중하자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지난해 삼성화재배 최정 九단과의 4강전에서 힘들어했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큰 대국에서 패하면 어떤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하시는죠.
특별한 건 없고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대국에 지더라도 잠은 잘 자는 편입니다.

- 최근 변상일 九단의 대국을 중계하는 바둑TV 해설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승부처에서 정말 신중해졌다’고 말들 하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으세요?
예전에, 특히 2020년∼2021년에는 제가 엄청 빨리 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컨디션이 좋아서 수가 정말 잘 보였거든요. 시간 공격차원이기도 했고요. 요새 들어 이전보다 조금 신중해지긴 했는데, 이유는 별 건 없고요, 한창 빨리 뒀을 때보다 수도 잘 안보이고 확신을 잘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2022-23 바둑리그에서 17승 9패의 성적을 거뒀는데, 특히 속기전이었던 에이스결정전에서는 6전 전승을 거두셨어요. 속기 대국이 더 편하신가 봐요.
에이스 결정전에서 전승 한 것은 알고 있지만 운이 좀 따른 것 같고요, 특별히 의미를 두진 않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속기가 편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올해 성적은 본인 생각대로 잘 풀린다고 생각하시는죠.
승률이 70%가 되지 않아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우승을 두 차례 해서 전체적으론 괜찮은 것같습니다.

- 2관왕에 오른 후 출전한 몽백합배 32강에서 중국의 천셴(陳賢) 八단에게 역전패했습니다. 직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4강에서도 신민준 九단에게  역전패했고요. 대국이 너무 많았던 것이 역전패로 이어졌다고 보시는죠.
그렇진 않고요. 중국기사들 중엔 알려지지 않은 강한 기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천셴 八단과도 첫대국이었습니다. 연구한 장면이 그대로 나와 초반엔 좋게 진행했는데, 중반에 잘 못 둬서 역전패했던 것 같습니다. 신민준 九단에게 역전패한 것도 체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당일의 컨디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죠.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운동은 매일 30분 정도 하는데요, 특히 계단 오르기를 자주 합니다. 선수촌에 입촌하면 격투기 선수들이 자주 하는 밧줄 오르기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웃음).

- 올해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 하는 목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과 삼성화재배 우승입니다.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몇 차례 더 우승하고 싶기도 하고요.

- 현재 랭킹 3위신데, 유달리 랭킹 1위 신진서 九단과 2위 박정환 九단에게 상대전적이 좋지 않습니다. (※8월 20일 현재 對신진서 九단 7승 32패, 對박정환 九단 7승 15패.)
신진서·박정환 九단에게 유난히 많이 졌는데, 실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진서 九단이 박정환 九단에게 계속 패하다 LG배 우승을 계기로 많이 이기고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 신진서·박정환 九단의 기보를 자주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춘란배 결승 직전 두사람하고 트레이닝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고맙게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궜지만 변상일 九단은 중국 음식에 아직 적응을 잘 못해 고전한다고 한다. 

“중국에 가면 늘 비슷한 메뉴만 먹는 것 같아요. 특히 조식은 매번 정해져 있어요. 볶음밥, 옥수수, 계란, 베이컨, 햄 등 국내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을 먹는 편이예요. 향이 강한 음식은 잘 먹지 못합니다. 충칭에서도 매운 음식을 한 번 먹으러 갔다가 세 번 정도 떠먹다 못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춘란배에서 우승하고 왔는데 집에서 생각보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웃음 짓던 변상일 九단은 “이번에 우승 트로피를 주지 않아 조금 서운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최 측에서 내년에 준다고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경남 진주에서 문명근 九단에게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운 변상일 九단은 가장 친하게 지내는 김명훈 九단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합작해 낼 생각이다. 아시안게임 시상식장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부를 변상일 九단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차영구 편집장·사진/이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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