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월간바둑

커버스토리/임채정 한국기원 총재 

등록일 2019.06.281,409


커버스토리/임채정 한국기원 신임총재

“바둑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

 

“바둑계가 활성화되고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바둑인들과 힘을 합쳐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재단법인 한국기원 20대 총재 취임식이 5월 29일 서울 마장로에 위치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전문기사 김인 이사를 비롯해 한국기원 임원과 직원, 기자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총재 취임을 축하했다. 총재 취임식에 앞서 한국기원은 27일 등기이사 33명 중 23명이 참석(위임 10명 포함)한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임채정(林采正·78) 전(前) 국회의장을 한국기원 20대 총재로 정식 추대했다.

임채정 신임총재는 취임사에서 “한국기원 총재에 취임하면서 바둑을 중흥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한국바둑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바둑진흥법이 제정돼 바둑 발전을 위한 기초 토대는 마련된 것 같다”며 “면면히 이어온 좋은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적인 제안에는 항상 귀를 열어 두겠다. 여러 바둑인들의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굳건한 기반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취임식에 앞서 한국기원 임시이사회를 주재한 임채정 총재는 한국기원 임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사회에서는 김인한(참저축은행 회장) 윤승용(남서울대 총장) 한상열(전문기사 六단) 이사 3명을 부총재로 선임하고 차기 이사진 구성과 의사결정기구의 운영 방식 등은 신임 총재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임 총재는 1941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14∼17대 국회의원과 2006년 제17대 국회의장을 지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임 총재는 아마5단 기력의 바둑애호가로 현역의원 시절 국회기우회원으로 활동하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자주 수담을 즐기는 등 바둑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취임 후 보름여가 지난 6월 14일 한국기원 총재실에서 임채정 한국기원 신임총재를 만났다. 

▲ 5월 29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한국기원 제20대 총재 취임식이 열렸다. 임채정 신임총재는 취임사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바둑인들의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굳건한 기반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 총재 취임 후 보름여가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주엔 전남 신안에서 열린 국제 시니어바둑대회 행사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였습니다. 개막식 행사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한국)기원에 열심히 나왔습니다. 바둑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 어려운 시기에 총재를 맡으셨습니다. 총재 사퇴 후 7개월 공백으로 바둑계가 어수선한데요.
“밖에 있을 때 문제가 조금 있다는 정도로 알았지 큰 상처가 있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있는데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나이 들어서 도전이라는 표현은 이상하지만 바둑계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넘어설 수만 있다면 괜찮은 일이겠다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 바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한때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개최하던 바둑대회는 이제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바둑에 대한 이미지 제고가 필요할 듯한데요.
“바둑 보급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게 언론사였습니다. 언론사에서 국수전 명인전 패왕전 왕위전 등을 창설하면서 한국바둑계의 근간이 만들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동력이었죠. 현재는 인기에 편승하고 경제논리다 뭐다 해서 언론에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데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바둑은 농경시대부터 있어 왔던 유장하면서도 세련된 동양의 문화유산입니다. 동양문화가 발명해 발전시킨 유산 중 가장 뛰어난 게 바둑입니다. 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바라보고 접근했으면 합니다.”


- 총재님이 오시고 난항들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요.
“고마운 말씀인데요(웃음). 주변에서 도와주시고 해서 일단 다급한 불은 끈 것 같습니다.”

- 다급한 불이라면 2019 바둑리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팀 세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고 개최 시기를 놓고 의견 차가 있어 고민 중입니다. 당장 7월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왕 늦었으니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겨울에 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겨울은 스포츠의 비수기인데, 이참에 겨울 마인드 스포츠로 바둑이 자리하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 같아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 매번 시즌마다 바둑리그 팀 구성에 애를 먹는 것 같은데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프로야구를 보면 관중이라는 재원이 있는데 반해 바둑엔 이렇다할 재원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임채정 총재는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6월 7일 1004섬 신안 국제 시니어바둑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 알파고 등장 후 인공지능(AI) 바둑이 인간을 넘어서면서 인간 바둑에 대한 흥미가 반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요.
“바둑에 대해서 그동안 우리가 품고 있는 신비감 내지는 경외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가 인간보다 낫다고 해서 실망을 갖는다는 건데, 정서는 이해되지만 이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자동차가 100미터를 인간보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100미터 달리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 아닙니까? 기계가 두는 바둑하고 인간이 두는 바둑은 엄연히 다릅니다. 기계가 두는 바둑은 계산과 승부만 있을 뿐 인간이 두는 바둑하곤 다르니까요. 인간이 두는 바둑엔 희로애락이 있고 인생이 있고 환희와 탄식, 후회 등 인간 감정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기계 바둑하곤 다른 차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인간의 수와 기계의 수를 비교해서 실망을 가질 수 있다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것 때문에 인간의 바둑을 멀리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 바둑진흥법이 제정된 지도 2년이 흘렀는데요. 요 근래 풍파를 겪으며 뒷전으로 밀려난 면이 있습니다. 바둑진흥법 활성화에 대한 구상이 있으신지요.
“틀림없이 나올 질문인 것 같아서 공부를 조금 하고 나왔는데 일반원칙만 정해져 있지 세부항목에 대한 것은 정해진 게 없습니다. 바둑발전을 위해 절실한 게 무엇인지 바둑계에서 토론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구체화해서 정부에 요청해야 할 듯합니다.”

- 이제 3년 후면 프로기사 400명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먹거리 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날 듯한데요.
“나막신 장사와 짚신 장사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하고 똑같습니다. 한국바둑계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현재 입단 관련 제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리그 중심으로 기전이 재편되면서 종합기전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기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보시지는 않는지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면 좋겠지만 지금 현재는 답이 없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종합기전도 절실하지만 리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리그를 없애 상층 위주로 가게 되면 중하위권과 신예들이 뛸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없어지게 돼 더 큰 문제를 낳게 됩니다.”

- 얼마 전 반가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둑이 (2010 광저우에 이어)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에 다시 정식종목으로 들어갔다는 보도였습니다. 2010 광저우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던 한국바둑으로서는 이번에도 준비를 잘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 듯한데요.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까 이번에도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웃음). 현재 국가대표 바둑상비군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준비 잘해서 이번에도 국위선양을 했으면 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입성은 바둑이 활성화되고 발전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거로 봅니다.”

- 바둑인구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90년대 1000만을 찍었던 바둑인구는 그사이 줄고 줄어 최근에는 70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층의 바둑인구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둑의 인기를 끌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젊은 층의 바둑인구 감소는 바둑계의 미래가 걸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간과해서도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요즘과 같은 스피드 시대에 바둑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저변이 심화되고 확대되지 않으면 미래도 없고 발전도 없으니까요. 바둑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리능력과 사회성, 집중력 외에도 인성개발에 상당한 몫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규과목 진입이 어렵다면 방과후 학교와 특별활동 등을 보다 활성화해 나가야 합니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연구해야 할 거로 봅니다.”

- 국회의원 시절 바둑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각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창호 九단의 병역문제 해결에도 힘을 쏟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병역특례제도가 있을 땐데 바둑기사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창호 국수를 ‘바둑국보’로 부르고 재주를 높이 살 때여서 많은 의원들이 동참했습니다. 저보다는 전주 출신의 장영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걸로 기억합니다.” 

- 좋아하는 프로기사는?
“국수급 기사들의 바둑을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풍이 어때서 누가 좋더라 하는 기사는 없습니다. 그러기엔 제 기력이 너무 낮고 안목도 없습니다.”

- 정치인 시절 고수(아마5단)로 명성이 자자하셨는데요. 호적수는?
“이해찬 대표하고 제일 많이 뒀습니다. 그 다음은 유인태 의원하고 뒀는데 저보다는 유 의원이 조금 위고, 이해찬 대표는 저보다 조금 아래였습니다.”

- 바둑계의 수장으로서 ‘이것만은 이뤄놓고 가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갑작스럽게 호출(?)이 돼서 뭘 이뤄놓고 가겠다는 생각은 깊이 못했습니다. 1차 목표는 기전활성화일 듯하고 앞으로 바둑계가 활성화되고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바둑인들과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구기호 편집장·사진/이시용(사진작가)>



Top